[우리동네 이사람]평은진료소 우 효 남 소장

“평은리 진료소는 가을쯤 오운, 지곡지역으로 옮겨갈 것 같아요. 면청사와 함께 보건지소가 평은리와 강동리에 위치한 수몰민 이주단지로 옮겨 오거든요”

진료소 근무를 조건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나와 청송 덕천진료소를 거쳐 1990년 3월부터 평은리 보건진료소를 지키고 있는 우효남 소장의 말이다.

96년에 지어졌다는 평은 진료소는 언덕 위에 그림 같은 예쁜 모습으로 지어졌으나 20여개의 가파른 계단이 버티고 있어 법정노인이 60%를 넘어서고 있는 농촌마을의 어른들이 이용하기에는 많은 불편이 있다.

우 소장은 “겨울철 눈이 오는 날에는 아예 빗자루를 들고 계단에 나가서고 진료를 마친 어른들을 모아 계단아래 안전한 곳까지 배웅하고 있다”며 “하지만 진료하는 사이 어른들 혼자 진료소를 찾아오시다 다치실까 애가 탄다”고 말했다.

평은진료소의 관할지역은 평은리와 천본 1~2리 등 250여 가구 620명을 돌보고 있다. 그러나 천본1리는 교통이 불편해 이산 월림진료소를 이용하고 있어 이들 지역을 A/S지역이라 부르고 있단다.

90년 평은진료소 소장으로 부임한 이래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아 기르기까지 한 번도 평은리를 떠나본 적이 없다는 우 소장은 요일 개념도 밤낮 구분도 없이 찾아오시는 어른들이 야속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시간에 관계없이 찾아오시는 어른들이 반갑다고 말했다.

“환자가 많아 힘이 들 땐 혼자 계시는 친정엄마를 생각하면 힘이 솟구칩니다. 사람 맘 참 간사하죠”
초창기 2년 동안 시내 S병원과 협약, 고혈압, 당뇨, 갑상선 기능검사 등의 성인병과 합병증검사를 했다는 우소장은 검사 중 의심이 가는 부분까지 과다검사를 하면서 비용문제로 그만두게 됐다며 진료소운영은 16명의 운영협의회(회장 문재홍)원들과 이장님, 마을건강원, 부녀회장님 등과 협의를 하면서 협조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관내 13개 진료소 모두 시 보건소의 프로그램을 받아 마을에 실정에 맞춰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 진료소에서도 건강 100세에 도전하는 행복교실을 열면서 노래교실, 맛사지, 요가, 등 10여 가지 프로그램으로 농한기를 택해 4주간씩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가, 기체조 같은 운동은 어른들이 쉽게 실증을 느끼시고 외부강사를 초청한 노래교실은 끝날 무렵이 돼야 흥이 난다는 점이 문제예요. 선비고장의 어른들이라 너무 젊잖으셔서 아무리 흥이 나도 누군가 먼저 춤을 춰야 함께 어울릴 만큼 변화를 두려워하고 계십니다”

만성질환을 앓고 계시는 어른들이야 명단이 있어 관리가 쉽지만 절반이상의 인구가 법정노인이며 또래끼리 점조직으로 모여 놀고 있어 사랑방을 돌며 어른들의 건강을 살피고 늦어도 2일에 한번씩은 상호간에 출석 눈도장을 찍으라고 부탁하며 다닌다며 웃는다.

“오래전 혼자 사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몇일이 지나 발견된 적이 있었어요. 그때가 여름이라 교회 목사님이 많은 수고를 하셨는데 농촌마을에도 10여 명의 어른들이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 시설을 1~2곳씩 지었으면 좋겠어요. 어른들은 전기, 가스, 보일러 등 생활전반의 용품들의 사용이 어려워 늘 사고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시설(요양시설)은 고려장이라며 꺼리십니다”

아들이 전기보일러를 설치해주고 가면서 온도조절을 해놓고 만지지 말랬다고 냉방에서 생활하시는 어른도 계셨고 가스레인지에 빨래를 얹어놓고 불을 낼 뻔한 어른들도 많았다는 우 소장은 밤중에라도 전화만 하면 달려갈텐데 미안한 마음에 위험을 방치하는 어른들의 심리를 헤아려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하반기부터 진료소 운영권이 시 보건소로 넘어갑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운영협의회의 기능을 축소하고 보건 진료원제를 신설한다는 말이 있는데 분명한 것은 주민들의 협조 없이는 진료소 활성화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삼백예순날을 주민 겸 진료소장으로 살고 있다는 우 소장은 어른들과 함께 속내까지 털어내며 수다를 떨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웃었다.

“한해 딱 하루 4월 초파일날 하루 진료소를 비워요. 그 외엔 시내이모(동생) 집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애들 집에 다녀오는 정도에요”
연애 반 중매 반으로 만난 박정낙(49영주시청 공무원)씨와의 사이에는 아들형제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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