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사람]구구보건진료소 임 영 미 소장

매주 수요일 안동의료원과 영상진료
6주간 행복대학 열어 주민 화합 도모

“보건진료소는 주민들의 쉼터에요, 처음에는 주민들이 어려워했으나 지금은 운동교실처럼 부담 없이 드나들고 계십니다”

단산면에서 가장 곡창지대인 구구들판 가장자리에 자리한 구구보건진료소 임영미(47)소장이 건네는 말이다.

진료소장을 전제로 장학금을 받았고 1988년 첫 부임지인 청송군을 거처 1989년 5개 마을 590명의 기초건강을 지키는 구구보건진료소에 둥지를 틀었다는 그녀는 3년 전까지 밤과 낮을 주민들과 가족같이 함께 했다며 22년의 기억 저편을 회상했다.

“남편이 서울에서 건설업을 했어요. 주말 부부로 시내 집은 비워둔 채 진료소에서 살았습니다”
부임 초기보다 주민들의 평균연령이 크게 높아지면서 마음 쓰이는 곳 또한 많아지고 있다는 임소장은 주민들과 늘 함께하다 보면 얼굴만 봐도 몸이 아픈지 마음이 아픈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과는 정서적으로 함께하고 있어요. 딸이나 며느리가 만나듯 격의 없는 만남이 이루어질 때 마음의 문도 열리니까요. 그래서 시 보건소에 출장을 갈 때나 방문 진료 갈 때도 문을 걸지 않아요”

짧은 외출이지만 출장에서 돌아와 보면 진료소는 언제나처럼 운동하는 주민들로 가득하다는 그녀는 어른들과 함께 할 때가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체력단련을 위해 안마기와 족욕기, 런닝머신 등 8종의 운동기구가 준비되어 있어요. 농한기에는 다수 어른들과 함께하고 있어 병이 의심가는 어른들은 짐작으로도 금방 알 수 있으며 방문 진료를 다녀오는 동안 기다리는 환자들도 짜증을 내지 않습니다”

다음 주부터 장소가 넓은 마을경로당으로 자리를 옮겨 도자기 만들기와 냅킨에 문양을 넣는 나만의 작품 만들기인 솜씨자랑을 비롯 선비체조, 스포츠댄스 등으로 기초체력단련은 물론 회원 간의 단합도 얻을 수 있는 행복대학을 열 계획이라는 임소장은 날짜별로 프로그램을 마련 알찬 6주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자기 만들기를 하거나 냅킨에 문양을 넣을 땐 어른들의 열정이 대단합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을 만든다는 의지가 엿보이고 소질이 돋보이는 어른들도 많아요. 생각외의 걸작품이 나오면 딸에게 주겠다, 며느리에게 선물하겠다. 난리가 나지요”

구구진료소는 2010년부터 만성질환 환자들을 위한 영상진료시스템을 갖추고 매주 수요일 안동의료원과 영상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김종천 경북도의원이 열악한 지역 의료환경을 개선시켜보겠다는 의지로 도입한 최첨단 의료진료시스템으로 관내 13개 진료소 중 부석 임곡진료소 등 2곳이 시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임소장은 “전문의가 환자를 보며 진찰을 하고 처방을 내리는 첨단장비이지만 시간문제로 10명씩 제한진료를 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며 “만성질환자들의 편리와 엄격한 관리를 위해 확대보급을 하고 진료시간도 늘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4년 전 마을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는데 소장님이 모시고 영주를 거처 안동까지 간 적이 있었지요. 급성 맹장으로 영주병원에서 긴급후송을 요구해 안동에 갔는데 맹장이 터져 위험한 지경까지 갔었나 봐요. 반 의사에 119까지 겸하고 있는 진료소장님과 함께 살고 있으니 마음 든든한 일이죠” 족욕을 하던 임영순(55)씨가 거드는 말이다.

“고객이 왕이듯이 주민들은 주인입니다. 주민들이 원하는 곳이면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달려 가야할 사명감이 우선입니다. 농번기에는 밤중에 예약을 해도 주민의 뜻을 쫓아야 하며 겨울을 앞둔 예방접종 계절에는 마을이장님들과 협의해 주민들이 모이기 쉬운 시간대에 출장 접종을 하며 빠진 어른들은 가정방문으로 예방접종을 마칩니다”

연로하신 어른들은 겨울철 3개월이 건강한 1년을 좌우한다는 임소장은 노인들의 건강한 겨울나기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5개 마을 대표들로 구성된 운영협의회(회장 정사현. 65)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건강개선을 위해 지역에 맞는 프로그램 도입과 효율적인 운영에 관해 토의하고 잦은 모임을 가지면서 주민과 가교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3년 전 남편이 사업체를 영주로 옮기면서 비록 정시 퇴근은 아니지만 매일 가족을 만날 수 있어 좋다는 임소장은 “진료소장이란 최일선에서 주민들의 무한 건강지키미로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동고동락할 때 마음의 병까지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남편 우병화씨와 사이에는 2녀 1남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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