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인생여정과 조국애에 불타는 사랑 가득

박하식 소설가 (사진·본보 프리랜서기자)가 일곱 번째 소설집 ‘소백산 자락길(도서출판 계간문예)’을 출간했다. 2010년 문화관광체육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으로 지난해 낸 장편소설 「그 누이의 사랑」에 이어 펴낸 두 번째 소설이다. 미니 픽션 및 단편 13편을 묶었으며 주로 영주, 봉화, 안동을 무대로 한 고향을 상실한 형제의 아픔들을 담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살아온 어린 시절을 반추하면서 그가 갈구하는 세계는, 인간의 본원적 삶의 가치를 상실하고 무지와 무명에 허덕이며 이율배반적인 모순의 상처로 살아간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안은 우리의 아픔, 통일의 염원이 가득하다.

그것은 역사적 시간이 처한 실낙원의 상태- 천민자본주의, 자본주의는 따뜻함이 없다. 혹은 종교적 타락과 민족 자긍심의 부재- 에서 빠져나와 인간의 본원적 삶의 가치를 회복하는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을 염원한다.

민족이라는 공동체는 한 번도 기대만큼의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이다. 언제나 똑 같은 지점, 타락한 현실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민족이라는 공동체를 포기할 수 없다. 그가 바라고 제시하는 민족공동체는 권좌에 있는 사람들은 민생을 고루고루 챙기고 민중들 사이에는 수평적 관계 속에서 불평등과 수탈 없는 유토피아를 지향으로 하고 있다.

「단군상은 없다」에서는 몇 천 년 전 단군이 최초로 나라를 세운 동굴이 있는 태백산의 백천계곡에서 발견한 단군상의 훼손을 두고 기독교 광신자들의 어처구니없는 항변 속에 또한 민족의 정체성을 잃은 답답한 한 사람으로 살아간다.

오지 학교로 발령받은 일제 때 일이었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교감이 되고 교장이 되어 옛 학교로 돌아왔을 때는 40년 전 석평초등학교 주변에 있던 무연탄 광산들은 폐광이 되고, 피폐한 농촌으로 학교는 폐교위기에 있다. 단군상 역시 담밖에 버려진 채 그대로 있었다.

「할머니의 비밀」에서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처녀지」는 근원적인 사랑을, 「우리회장님」은 인간의 혈통에 치유될 수 없는 본성에 정의란 없다는 것을, 「산자들의 영화」는 우주법칙에서는 원래 선악이 없고, 죄와 벌이 없다는 것을, 「아내가 시집갔다」에서는 빚을 갚기 위해 아내의 정조를 팔아야 하는 자본주의의 타락상이 현실로 나타난다.

이덕화 평론가(교수)는 ‘박하식의 작품 속에 끊임없이 반복되는 민족의 자긍심을 잃어버린 군상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야기되는 물신주의, 인간의 윤리 도덕의 마음 밭의 씨앗을 잃어버린 이기주의 속에서 한때나마 따뜻했던 과거의 기억은 우리에게 조그만 한 위로, 혹은 삶의 요소로 작용한다”며 “그것이 일상에서 반복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충만한 삶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유토피아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만 반추되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박 작가는 “내가 왜 소설을 쓰는가. 답답하다. 아무리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도 불가해한 일이다. 소설을 쓰면서 가슴 아픈 병은 얼마나 치유되었는가. 더 아픈 사연은 왜일까. 무지와 무명을 연속 반복하는 이 땅에도 언젠가는 통일이 오고 평화의 날이 올 것을..”이라고 주문처럼 염원하고 있다.

스리랑카 국립팔리대학교 불교사회철학과를 졸업, 매일신문 기자, 한때 영주봉화 향토신문을 발행하기도 한 작가는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장편소설 등 소설집 6권과 산문집 4권 등 10권을 냈고, 영주시민대상, 금복문화상, 경상북도문화상 한국문화예술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298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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