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린 시민기자의 추석이야기

음력 8월 15일. 이번 추석은 내가 한국에서 맞는 12번째 추석이다. 추석은 여름내 키운 곡식들과 과일들을 거두어 조상님께 인사드리는 날로 알고 있다.

추석 전날 추석 차례상 준비를 위하여 남편과 장을 보러 갔다. 고기, 과일, 생선 등 나물 종류를 사서 집으로 돌아와 전 부칠 준비와 꽃 준비 등을 마치고 나니 늦은 밤이 되어서야 일을 마칠 수가 있었다. 동서가 있지만 수퍼마켓을 하는 관계로 오지 못해서 해마다 나 혼자서 모든 것을 준비한다는 것이 왠지 속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추석날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이랑 탕국 등을 준비하고 제사 지낼 차례를 기다리다 시동생과 조카들이 와서 차례 준비를 하고 차례를 지냈다. 혼자 하는 일이라 힘이 들었지만 매년 혼자서 하다 보니 이젠 힘든 것도 잊고 말았다.

내 고향 필리핀에도 추석 명절이 있는데 한국과는 다른 점이 많다. 추석음식으로 라이스 케익과 소만, 과일 등으로 상을 차린다. 소만은 밥에 건포도, 코코넛, 흙설탕, 치즈 등을 넣고 섞어 바나나 잎으로 싸서 먹는 음식으로 모양은 한국의 김밥과 모양이 비슷하다.

그리고 추석 상차림도 한국은 전, 생선, 과일, 송편 등 여러 가지 음식들로 한상 가득 차리지만, 필리핀은 몇 가지 음식으로 간소하게 차린다. 이렇게 한국의 며느리들은 명절 때마다 음식준비로 명절 증후군이라는 것으로 시달리지만 그런 것에 비하면 필리핀 며느리들이 훨씬 편하다는 것을 느낀다.

명절 때마다 혼자서 많은 가족들을 챙기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힘들고 때로는 속도 상하지만 내손으로 명절을 지내고 친지와 우리 가족들을 위해 수고한다고 생각하면 한편으로 뿌듯하다. 그리고 이런 큰일을 해낼 때마다 나도 이제 당당한 한국의 며느리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레나린(이혜은) 다문화(필리핀)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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