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파이프, 인삼상회 광고, 풍기 인삼 곽 등이 있지요"

"풍기 인삼에 관한 옛 자료를 더 모아 내년 인삼축제에는 풍기인삼 자료전을 하고 싶습니다"
봉현에서 한양민속당(고 민속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한진씨(54세)의 말이다.

김 씨는 춘양이 고향으로 한때 그곳에서 태고당이라는 고 민속품점을 몇 해 경영하기도 했다.

"지금도 춘양에는 어른들이 살고 계십니다.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데 시간만 나면 좋은 물건 있나 돌아다니다 보니 지척인데도 불구하고 그게 잘 안됩니다"

그는 우연찮게 몇 해 전 옛 풍기인삼 곽(상자)을 손에 넣게 되면서부터 풍기 인삼에 관한 옛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삼 파이프, 인삼상회 광고, 풍기 인삼 곽 등이 있지요. 한번에 다 공개하면 재미없지 않습니까. 다음에 또 저희 집에 오시면 더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가 보여 준 인삼 담배 파이프는 참 재미있게 생겼다. 투명 파이프에 마른 삼이 들어있다. 인삼을 통과한 담배 연기를 마시도록 되어 있다.

그는 우리지역 고 미술품 동호회인 "함지회"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우리 옛것을 수집하는 일에 그렇게 많은 돈이 들지 않거든요. 그 부분에서 일반적으로 많은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욕심은 금물입니다. 그저 즐긴다는 차원이 좋은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조그만한 나무빗을 보여준다.
"참빗도 아니고 애기용 빗인가요?"
"조그만 하니까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건 수염 빗입니다"

가게 안 그의 사무실 철제 캐비닛은 마치 시간 창고 같다는 생각이 든다.

떡살, 봉인(편지 입구에 찍는 도장), 십장생이 새겨진 표주박, 손잡이 조각이 멋스러운 부채, 여러 가지 모양의 실패 등 재미나고 신기한 선조들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이 가득 들어 있다.

"살다 보면 심란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그럴 때 이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 살펴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 물건들을 보다 보면 기분도 풀리고 뿌듯해 집니다"

신기하고 재미난, 선조들 손때 묻은 물건 '가득'
많던 민속품들 외지 상인들이 와서 사금파리까지 다 긁어 가

그의 말을 빌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지역에서 민속품이 심심찮게 나왔었는데 지금은 거의 고갈되다시피 했다고 한다.
외지 상인들이 와서 사금파리까지 다 긁어 갔다는 것이다.

"우리지역에 민속 박물관이 생긴다고 들었습니다. 우리지역에 물건들은 동호회나 우리 같은 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협조를 구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꼭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기증할 용의도 있습니다"

한양 민속당의 김한진씨는 옛 물건을 가지고 오면 그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절대 그냥 돌려 보내는 법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다음에 정말 좋은 물건을 갖고 올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필요 없으니 그냥 갖고 가라고 해보십시오. 다음에 오고 싶겠습니까"

듣고 보니 그러하다. 그의 사무실에는 의자도 탁자도 모두 우리 선조들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이다.
이곳에서는 요즈음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물건들이 오히려 생경스러워 보인다.

우리 선조들의 미적 감각은 현대인에 앞선다고 생각하는 고 민속품 애호가 김한진씨는 최근 구한 두 마리 용이 여의주를 가운데 놓고 다투는 모양이 조각되어 있는 벼루 집에 흠뻑 빠져 있다.

"처음 이 물건을 보고 전 전율을 느꼈습니다. 조각을 한 후 벼루 집에 붙인 것 같습니다"

이 벼루 집의 크기는 함 만하다. 뚜껑을 여니 몇 개의 칸막이가 나타난다. 벼루는 물론이고 지, 필, 묵을 다 넣고도 남음이 있어 보였다.

민속품이야 말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김한진씨는 17년 전 신영미씨와 결혼하여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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