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신문이 만난사람] <선생님도 참……> 아동문학소백동인회 이정숙 회장

아동문학평론가 김용희, 박덕규, 최지훈 세 사람이 모여서 초등학생들이 반드시 읽어야할 좋은 동시 50편을 수록한 책 ‘선생님도 참……’ 동시집이 있다. 이 동시집에는 아동문학소백동인회 이정숙 회장(59. 남산초 교사)의 동시 ‘선생님도 참……’이 실려 있다.

잔디 사이 씀바귀를 잡초라 하면
씀바귀는 잔디를 잡초라 하지.
잔디도 풀이고 씀바귀도 풀인데
잔디는 밟지 말고
씀바귀는 뽑아라 하시니
선생님도 참……

겨울 햇살이
자박자박 밟아도 보고
바람이 심심하면 몰고 다니게
이른 새벽 안개비에
낙엽 곱게 내렸는데
날마다 주워서 태우라고 하시니
선생님도 참……

교실에 뽑혀 온 들찔레 열매
산새랑 들풀이랑 친구가 그리워
밤마다 빨간 볼에 눈물짓는데
산자락에 가만 놔두지
선생님도 참……

“제 동시 제목이 ‘선생님도 참’인데 하루는 출판사 현대문학어린이라고 전화를 해서 ‘시집제목을 ‘선생님도 참……’으로 써도 되겠느냐’고 하더라고요. 저자 허락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라고 했죠. 그런데 몇 년 후에 서울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우리 딸이 반 애들에게 집에 있는 시집을 한권씩 가지고 오라고 했더니 어떤 애가 ‘선생님도 참……’을 가지고 왔더래요. 우리 딸이 너무 반가워서 ‘여기 ‘선생님도 참’을 지은 작가 이정숙이 엄마’라고 했더니 애들이 ‘와’ 하고 놀라더라고 하면서 너무 감격했다고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웃데요.”라며 이정숙회장은 환한 표정으로 말한다.

아동문학소백동인회는 지난 2009년 창립50주년을 맞아 소백아동문학19집 ‘소백산 물레방아’를 발간하고 영주농협파머스마켓에서 ‘소백말글대회’를 개최했다.

“소백말글대회는 북부지역 초등학생30여명이 참여했어요. 구미, 안동지역에서도 학생들이 왔었죠. 그동안 영주시공공도서관 뜰에서 동시 낭송회를 했었는데 무엇 때문인지 2009년부터 도서관에서 협조가 안됐어요. 그래서 작년에는 저희 학교(남산초) 강당에서 시낭송회를 했어요. 단체(아동문학소백동인회)에서는 우리학교에 저도 있고 부회장인 김숙우 선생님도 있으니까 여기서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했는데 시립도서관이 좋죠. 올해 다시 한 번 가서 말씀드려봐야죠. 시낭송회를 계속해왔던 곳인데 무엇 때문에 협조가 안됐는지 모르겠어요.”라며 걱정스러운 낯빛을 한다.

우리 지역은 특히 아동문학이 강한 곳이다. 1958년 당시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거목 윤석중 선생을 고문으로 김동극, 이동식, 김한룡, 권기한, 임익수, 강윤제, 최영호씨 등 이렇게 7명이 부석사에서 '아동문학소백동인회'를 창립했다.

이 중 고문인 고 윤석중 선생은 '낮에 나온 반달', '기찻길 옆', '날아라 새들아' 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정말 주옥같은 동시들을 쏟아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집을 펴냈고 어린이 날 노래를 작사한 그는 국민문화훈장, 대한민국 문학상,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김병기, 이동식, 박근칠, 서효석, 김동억, 김희자 선생님이 고문으로 계시는데 이동식선생님의 ‘개나리 노란 배’가 90년대에서 2001년까지 교과서에 실렸었고 또 동시비가 경북도립 공공도서관에 있잖아요. 또, 박근칠 선생님의 ‘가랑잎 편지’와 ‘나 혼자’가 6차 교육과정 교과서에 실렸죠. 그 때가 아동문학소백동인회의 전성기였는데 그때는 여름방학에 자체 하계연수도하고 굉장히 열성이 있었어요. 이 분들이 젊었을 때였어요. 정말 다시 한 번 그런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요즈음 젊은 선생님들은 글쓰기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 같아요. 아이들의 글쓰기는 단순히 글쓰기 기교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생활을 다듬어 주는 일이기도 한데 말이죠.”라는 이정숙회장님은 1971년 지금은 영주, 안동 4차선 국도에 들어간 평은 오운초등학교에서 첫 교사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교사생활 40년을 맞는다.

“결혼은 75년도에 했어요. 박선생(박희서교장.시인)도 오운초등이 초임이었는데 거기서 만나 남부초등 있을 때 했어요. 처음에는 박선생이 저한테 관심이 있었는지 몰랐어요. 박 선생이 장난이 좀 심한데 다른 여교사와 장난을 잘 쳤어요. 그래서 그 선생님한테 관심이 있다고 다들 생각했는데 눈치를 챈 건 만난 지 3년째 들어서 알았죠. 제가 남부초등으로 오니까. 남부초등 총각선생님들이 불러서 술사면서 저랑 곧 약혼할거라고 했다더라구요. 나중에 그 얘기를 들었죠. 물론 그때는 약혼이야기 전이였죠. 박 선생한테 한번 물어봐야겠어요. 지금 그 일을 후회하지 않는지 말이죠.”라며 환하게 웃는다.

이정숙 회장은 아동문학평론 2009년 겨울호에 ‘별명’외 2편으로 신인문학상에 당선됐으며 대표작으로 ‘숲속의 아침’ ‘선생님도 참’ ‘빈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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