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신문이 만난사람] 자원봉사의 달인 영주모범운전자회 김원곤 회장

“요즘 밤에 잠 한번 푹 자보는 게 소원이시더” 사단법인 영주모범운전자회 김원곤(55세, 휴천3동)회장이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말한다. 휴천3동에 사는 김 회장은 휴천3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운영분과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우리 휴천3동 자치위원회 위원들이 구제역 방역에 봉사활동을 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새벽2시부터 아침6시까지 하는 마의 시간대에 자주 방역을 하다 보니 잠을 못자가지고 그게 제일 힘들죠. 다음날 일(운전)을 못하니까. 자치위원들이 21명이지만 10명은 여자위원이죠. 다른 남자위원 4명은 소 먹여서 들 앉아 있고 결국 몇 명이 하다 보니 참 힘들어요. 길게 갈까 걱정입니다.”라며 김 회장은 한숨을 길게 쉰다.

“돈은 안 벌고 봉사활동 다닌다고 생전 잔소리 한 번 안 하던 마누라가 하루는 ‘공무원은 방역을 하면 근무시간외 수당 등 일정 정도의 보상을 받지만 당신은 내 일 못해 손해만 보면서 무슨 짓인지 이해가 안가네요.’ 하데요. 마누라 말도 일리가 있다 싶어 아무 말 못했죠.”라는 김 회장은 지난 11월5일 구미박정희 체육관에서 있었던 ‘경북 자원봉사자대회 및 박람회’에서 경상북도지사 표창(상패)을 받았다.

“우리지역에 여러 명이 표창을 받았어요. 둥지회, 녹색어머니회, 한울타리회, 동양대 UCC가 도지사상을 받았고 휴천2동 김순화 새마을 부녀회장은 장관상을 받았어요. 이런 분들과 같이 상을 받아 영광이죠.”라는 김 회장은 1987년부터 사단법인 영주모범운전자회 회원으로 활동하다 총무 9년을 거쳐 지난 달 총회에서 19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우리지역에서 열리는 큰 행사에는 반드시 우리(영주모범운전자회)가 있어요. 인삼축제, 선비문화축제, 소백산 철쭉제, 소백마라톤, 시민체전 등이죠. 지난 인삼축제에서도 6일간 20명씩 교대로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교통질서 안내를 했죠. 우리는 봉사인데 하다보면 칭찬보다 욕을 많이 먹어요. 주차할 자리 없다고도 욕하고 안내를 제대로 안했다고 욕하고 참 너무하다 싶을 때가 많죠. 그래도 우리지역을 찾는 손님이라는 생각에 참아야죠.”라는 김 회장은 우리 고장에서도 안동이나 인근 봉화처럼 추울 때 입는 방한잠바라도 시에서 제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단법인 영주모범운전자회는 원당로에 위치한 새마을회관 지하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사무실을 들어서면 한쪽 벽면으로 모범운전자회 회원들의 봉사활동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수해복구사진, 불우독거노인을 모시고 관광 안내한 사진, 장학금 수여사진, 어린이 등하교길 안내 사진 등이 모범운전자회가 축제 때 교통봉사 뿐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지역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왔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모범운전자회 회원들이 많을 때는 150여명까지 있었는데 IMF터지면서 회원들이 많이 빠지고 현재는 94명이예요. 봉사라는 것도 먹고 살만해야 하는 게 아니겠어요. 저만해도 우리 집 사람이 나가서 조금을 벌어도 버니까 지금껏 하고 있지 아니면 못하죠.”라며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다.

봉화 상운이 고향인 김 회장은 인근에서는 효자로 소문나 있다. “효자라는 말을 하는데 부끄럽습니다. 제가 맏인데 특별히 잘해드리는 것은 없고 그저 아침저녁으로 안부 전화 드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집사람과 찾아뵙는 정도지요.”라며 효자라는 얘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1976년 운전면허를 딴 김 회장은 군에 가서도 운전병으로 군 생활을 했고 지금껏 35년을 운전대를 잡고 있다.

“어릴 때 상운에 한 번씩 들어오는 버스기사 아저씨가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까만 나이방(썬그라스)을 낀 모습에 반해서 말이죠. 그래서 운전을 굉장히 빨리 배웠어요. 그 때는 영주자동차운전학원이 유일해 거기서 배웠어요. 개인택시는 93년에 평창운수에서 10년 무사고로 받아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라는 김 회장은 35년 운전대를 잡으면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얘기 2가지가 있다며 “들어 볼래요?”한다.

“개인택시 하기 전에 90년도쯤 여자 두 분이 마산을 갔다 오자 하더라고요. 기분 좋게 갔죠. 마산에서 볼 일 보고 오는 길에 이 분들이 부곡온천에 들렀다가자는 거예요. 온천주차장에 차를 대니 한 여자 분이 박카스를 주면서 잠시 볼 일 보고 오겠다고 해서 얼른 다녀오시라고 하고는 내손으로 바카스를 따서 마셨는데 시간이 오후 3시쯤이었는데 일어나보니 밤11시예요. 뒤에 놓여있는 가방을 열어보니 쓰레기 같은 헌 옷가지뿐이야 아! 당했다 싶어 지갑을 꺼내보자 돈 몇 만원에 잔돈까지 다 털어갔더라고요. 얼마나 화가 나던지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또 하나는 2003년도로 기억하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내 택시에 돈을 놓고 내린 거예요. 차가 출발하고 멈출 때마다 의자 밑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아 보니 조수석 밑에 큰 지갑이 있더라고요. 180만원이 든 지갑이었는데 경찰서 갖다 줬더니 금방 연락이 왔어요. 돈 주인이 찾는다고 갔더니 고맙다고 기어코 사례금이라고 10만원을 주더라고요. 그 일로 저는 경찰서장 표창을 받았죠.”

환하게 웃는 김 회장은 1982년 친지의 중매로 만난 최연자씨와의 사이에 딸 은영(27세. 회사원)과 아들 종욱(25. 대학생)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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