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사람] 이웃사랑에 앞장서는 정광호 역장

“네, 아니 석포역장인데요. 어제 석포역으로 옮겼습니다.”
정광호 옹천역장님이시냐는 물음에 역장님의 대답이다.

언젠가 행사 취재차 영주재가노인지원센타에 들렸다가 정광호(50)역장의 얘길 듣고 연락처를 알아뒀다. 요즘 말로 전화번호를 땄다.

정광호 역장은 코레일 경북본부 영주역 ‘희망세상 봉사단’ 이름으로 영주재가노인지원센타 자원봉사자로 등록되어 있었다.

한풀 숙졌다고는 하지만 구제역으로 어수선한 세밑에 훌륭한 자원봉사자 이야기는 잠시나마 얼어붙은 우리의 가슴을 훈훈하게 해 줄 것 같아서다.

“옹천은 영주나 진배없는데 석포는 거리가 좀 있어서 봉사활동에 좀 지장이 있을 것 같네요.”라는 정 역장은 2005년 코레일 경북본부 영주역무원 35명과 봉사단체 ‘희망세상봉사단’을 창단하고 초대 단장을 맡았다.

“당시 저를 포함한 단원 중 5명이 경북전문대 사회복지과에 입학해 한 분은 유아교육과로 전과해 졸업하고 4명은 사회복지사 자격을 땄어요. 후에 두 분이 더 사회복지과를 나와 현재 6명이 사회복지사 자격을 땄죠.”라고 말하는 정 역장의 얼굴표정에 자부심이 읽혀진다.

정 역장은 현재 45명의 ‘희망세상봉사단’ 고문을 맡고 있다. “인사이동으로 영주역을 떠나다보니 회장도 했었고 해서 고문이라는 직책을 준 거 같아요?”라며 웃는다.

“처음엔 후원만하다가 ‘희망세상봉사단’을 조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하게 됐어요. 도시락배달봉사, 난방비 지원 사업, 장학금지원사업, 그리고 코레일의 특성을 살려서 ‘독거노인 테마 기차여행’도 1년에 한두 차례 하고 있어요. 올해는 경주로 갔었고 작년엔 정동진을 갔었는데 어르신들 좋아하시는 것 뵈니까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나데요.”라는 정 역장의 부친도 철도인이었다고 한다.

정 역장은 최근 농협 파머스마켓 건너편 독거노인 도시락배달봉사를 하면서 또 한 번 가슴이 아픈 일이 있었다고 한다.

“구제역으로 철로 건널목 아래 차를 세워 놓고 도시락을 들고 가야했는데 명단을 확인하니 늘 가던 할아버지 성함이 빠져있고 처음 보는 할머니 성함이 있는 거예요. 몇일 사이에 그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거죠. ‘고생만하시다 가셨구나’ 생각하니까. 가슴이 아프데요”라며 한동안 말이 없다. 도시락배달에 정(情)도 함께 배달했던 모양이다.

“도시락배달을 하다보면 도시락만 주는 게 아니라 말벗도 해드리고 몸 상태도 보게 되니까 재가노인센터에 와서 말해주죠. 어느 어르신은 무엇 무엇이 필요하다. 어느 어르신은 병원에 모시고 가야 될 것 같다. 등등이 있죠.” 정 역장은 독거노인을 위한 봉사활동 중 가장 어려운건 청소봉사라고 한다.

“한 번은 청소를 하러 갔는데 일단 방에 들어가니 양말이 바닥에 쩍쩍 붙어요. 걸음을 떼기가 힘들었죠. 방바닥에 더러움 때문에-그런데 그 보다 참기 힘든것 은 냄새예요. 머리가 깨질 것 같아요. 냄새 때문에 씽크대를 살펴 보니까 그릇들이 쌓여 있는데 음식물들이 썩어 곰팡이가 피어 있는 것도 있고 뭔지 모를 것들이 그릇에 붙어있고 이불과 옷가지들은 본래의 색이 뭔지? 무슨 무늰지? 모를 정도예요. 세탁할 수 있는 건 세탁하고 버릴 건 버리고 했죠. 처음엔 냄새 때문에 속도 메스껍고 못할 것 같았는데 그래도 또 하게 되더라고요.”

정 역장의 아내 이정숙씨도 영주재가노인센타 자원봉사자로 등록되어 있다.

“집 사람이 가끔 내가 도시락배달 할 때 같이 가곤 했는데 어느 날 자기도 좋다고 해서 올해 봉사자 명단에 넣었어요. 도시락배달이 우리단체(희망세상봉사단)는 화요일과 금요일인데 단원들이 시간이 안 맞거나 바빠서 저 혼자 가야할 때 아내랑 같이 가기도 했었어요. 도시락이 보통 7개~8개에서 많게는 12개까지 되니까 혼자는 힘들거든요.”라는 정 역장은 최근 희망세상 봉사단 단원들과 순흥 7남매 모자가정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연탄배달 및 연탄난로를 설치해주고 시멘트 바닥거실에 장판을 깔아주는 등 봉사활동을 하고 왔다.

“결혼은 올림픽이 열린 해 했는데요. 지금은 무인역이 된 동점역(철암 아래 역)에 근무할 때, 당시는 12명이 근무했죠. 하루는 친지가 소개했다며 지금의 처형과 장모님이 오셔서 아내 얘길 하면서 한 번 만나보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몇 번 만나다가 괜찮은 것 같아 결혼했어요.”라는 정 역장은 특히 아내의 형제자매가 7남매란 것이 든든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정광호 역장은 1988년 이종숙씨와 결혼해 현재 군 제대 후 복학을 준비 중인 아들 성윤(22세)군과 동부초등 6학년생인 늦둥이 딸 세윤(12세)을 두고 있다.

안경애 시민기자 agh3631@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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