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사람] 농경사회 각종 민속품 수집한 박대준씨

“엄마 저건 뭐야, 또 저것은 뭐야”하는 어린 딸의 물음에 30대 어머니는 예전에 보기는 보았지만 미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지 당황하는 모습을 이곳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영주 남부 육거리에서 지천로를 따라 가흥 2교를 향해 가다 보면 현대 1차 아파트 단지 옆 지천고개에 현대 원룸이 있다.

80여 평의 대지위에 3층 건물이 들어서 있고 30여 평의 마당에는 농경사회에서 사용하던 각종 농기계, 생활용품 등 400여 점과 건물 주변에 무려 3천 여 점의 돌과 잘 손질된 나무 10여 그루, 그리고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 있어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곳을 조성한 주인공 박대준(74)씨를 만나 봤다.

왜 하게 됐나

“40여 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10여 년전에 이곳으로 돌아와 노후대책으로 건물을 짓고 임대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한 건물에 무려 18가구가 입주해 살면서 서로간 친목이 도모되지 않아 고민했습니다.

모두가 함께 쉽게 즐길 수 있는 공통점을 찾기 위한 방편으로 우리 조상들이 사용하던 기구를 한번 수집해 전시해 놓으면 함께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시작했습니다”

박대준씨의 말이다.

박씨는 부인 김난화씨와 함께 수집과 여행을 겸해 시골 곳곳을 돌아다녔다고 했다. 가는 곳 마다 농기계는 현대화돼 옛날 물건들이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었다.

옛날 물건을 수집하면서 또 그런대로 값진 것들은 돈을 주고 매입했다고 한다.

이렇게 2년 만에 200여점을 수집해 전시해 놓으니 몇 사람들이나마 보고 즐기는 모습이 좋았고 5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전시품목도 늘어 집 앞으로 다니는 산책하는 이웃들이 구경을 하고는 만족한 듯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보람까지 갖게 됐다고 한다.

박 씨는 “그동안 쉬는 날이 드물 정도로 돌아다니며 수집하느라 10년 만에 승용차를 세 대나 교체했고 돈도 좀 들었다”며 “조금 아쉬운 것은 그동안 수집한 것 중 작으면서도 귀한 것들을 일부 사람들이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지고 간 것들이 다소 섭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박씨의 사정을 알고 휴천 2동 사무소가 보관 전시가 가능하도록 2평짜리 창고를 지어줘 근심을 덜게 됐다.

어떤 전시품이 있나

최근 농촌은 트럭과 경운기로 완전 기계화됐지만 30년 전만 해도 사람의 힘으로 운반하는 ‘지게’, 소나 말이 끄는 ‘구루마’, 그리고 ‘리어카’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지금은 사라진 이같은 농경사회의 운반 기구들을 박씨의 마당에서 볼수 있다.

또 바소구리, 망태기, 바구니, 광주리, 가마니, 종다래끼, 씨앗망태, 삼태기와 오줌장군, 똥바가지 등도 구경할 수 있으며 디딜방아, 절구, 맷돌, 논밭을 가는 기구인 쟁기, 나무로 만든 써리, 흙을 파는 쇠스랑, 가래. 괭이, 삽, 밭 호미, 논매기 호미, 풀과 곡식을 베는 낫 등 없는 것이 없다.

전기가 없는 시절 어두운 밤을 밝히기 위해 사용하였던 등잔과 호롱, 초롱, 남포, 어머니들 손때 묻은 경대, 그 시대 가전제품인 나무통 라디오, 손재봉틀, 자수 놓인 보자기, 저울, 주판, 혼례식에 사용했던 나무기러기도 볼수 있다.

사무용품이었던 타자기, 떡 치는 안반, 다식판, 떡판, 선비들이 이용했던 벼루, 먹, 붓, 고서, 바둑판, 그리고 망치, 톱, 장도리, 꿩틀, 쥐틀, 사물놀이 용구(북, 징, 장구, 꽹과리), 관혼상제 때 사용했던 의관, 긴 담뱃대, 곰방대, 오합, 말(斗), 놋 그릇, 수저 등이 보관창고에 정리돼 있어 소규모 민속박물관처럼 조상들의 생활상을 한 눈에 엿 볼 수 있다.

이밖에도 두레박, 맞두레, 도리깨, 보리 홀태, 나락홀태, 탈곡기, 갈퀴, 멍석, 풍구대, 키, 채, 연자매, 작두, 소죽바가지, 솥, 베틀, 북, 도트마리, 물레, 가마니 틀, 삿갓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건물 주변에는 냇가에서 오랜 세월 흐르는 물에 갈리고 닦힌 묘한 돌들을 수집해 돌탑(350개) 2개까지 만들고 담장아래 총길이 약 90m 정도 예쁘게 정리 정돈되어 있어 사람 사는 집 주위가 곧 자연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민속생활품이 이제는 골동품

휴천 2동 박이서 전(前)동장은 “취미삼아 개인이 자비로 수집했다고는 하지만 농경사회에서 사용했던 농기구와 민속생활용품을 이렇게까지 수집 전시한 것은 아이들에게는 교육적으로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매우 값진 일”이라고 평가했다.

현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매일 이곳을 지나면서 산책하는 김두섭(77)씨는 “지나간 시대의 많은 자료를 수집해 누구에게나 잠시 쉬면서 보고 구경할 수 있게 한 것은 이웃과 지역주민들의 정서적 측면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칭송했다.

전우성 시민기자 lkj10001@hanmail.net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