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신문이 만난사람] 우리고장 영어 통역 담당 문화해설사 이원창씨

“어제, 오늘 관광객들이 그야말로 물밀듯이 몰려왔습니다. 부석사는 그대로인데 강호동의 말 한마디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는걸 보면 매스콤의 위력이 대단하긴 한가봅니다.”

우리고장 문화관광해설사 이원창(65세)씨의 말이다.

지난 3일과 4일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촬영팀 120여명이 부석사, 풍기역 앞 식당, 풍기인삼시장 등지에서 촬영을 했다.

특히, 19일 방송을 보면 강호동이 부석사 무량수전을 등지고 바라보는 노을 풍경을 국보급이라고 감탄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제가 작년 4월부터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했는데 부석사에 이렇게 많은 관광객은 처음이에요. 이번 추석연휴에 부석사를 다녀간 관광객 수가 1만 명이 넘는다고 하더군요. 계속된 설명에 목이 다 쉬었어요. 하지만 기분은 아주 좋았죠.”

이씨는 외국어 부문(영어)해설사로 단산면 좌석에 살고 있다.
경희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씨의 고향은 서울로 젊은 시절 외국인 합자회사에 몸을 담아 오랜 외국생활을 했다고 한다.

“80년대 외화 때문에 해외여행이 어려웠을 시기지만 저는 회사일로 미국, 영국, 이태리, 그리스, 중동지역까지 많은 나라들을 다닐 수 있었죠.

특히 로마 콜롯세움에서 자기나라 문화를 외국 관광객들에게 열심히 알리고 있는 문화 해설 봉사자를 만난 거예요. 열정이 묻어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어요.

그 때 그분을 만나지 않았다면 오늘의 제가 없었을 걸요?”라며 유쾌하게 웃는 이씨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친구 찾아 온 곳이 단산면 좌석이다.

“친구가 먼저 와 단산좌석에서 과수원을 했어요. 너무 아름다웠어요. 소백산아래 동네가 그래서 저도 이곳으로 이사를 와 친구처럼 과수원을 했는데 결론은 실패했어요.

그러다가 2,000년도부터 5년간 영주에서 영어학원을 하기도 했죠. 지금은 학원은 안하구요. 문화해설사를 하면서 일주일에 3번 ‘텔레폰 잉글리쉬’를 해요.

초등학교 1학년 학생부터 입시생, 성인까지 현재 8명을 가르치고 있어요. 이곳 영주에 중, 고등학생이 있고 초등학생은 2명인데 대구에 살고 입시생과 성인은 서울에 살고 있죠.

전화로 가르치니까 지역이 별 관계가 없겠죠?”한다. 그는 특히 굵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졌는데 영어를 쓸 때는 더욱 듣기가 좋다.

“부석사화엄사상은 정말로 굉장한 것이지요. 일승법계도의 ‘하나는 일체고 일체가 하나다.’라는 사상은 정말 굉장하지 않습니까? 안동에 머물던 공민왕도 여길 다녀갔고 그래서 무량수전이라는 글씨를 남겼잖아요.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도 다녀갔지 않습니까? 왜겠습니까? 흩어진 백성의 마음을 한마음으로 다스리는 것이 화엄사상이기 때문이지요.

소수서원, 최초의 사액서원도 중요하지만 성리학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 뿌리에 안향선생님이 있었어요. 성리학을 발전시킨 이색, 정몽준, 정도전 성리학자들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이씨의 열변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어느덧 선비촌은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한 밤중이다.

“제가 느끼기에 영주는 문화 마케팅이 아쉽습니다. 정도전이 있잖아요. 영주인 아닙니까? 영주의 굉장한 인물이죠.

그런데 설(說)만 있는 단양에는 정도전 동상을 세워놓고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어요. 저는 안타깝습니다. 영주가 산업도시입니까? 스포츠도시입니까? 아니죠.

영주는 아름다운 소백산과 부석사, 소수서원 등 굉장한 문화와 훌륭한 사상이 흐르는 곳입니다. 문화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곳입니다.”라며 정말이지 안타까운 표정이 역력하다.

“오늘 독일 건축기사 ‘스테파니 로데스’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 분이 와 부석사를 극찬을 하고 갔습니다. 배흘림 기둥을 설명하는데 그녀가 말했습니다.

‘아테네 신전도 배흘림 기둥이다. 신전 양 기둥도 안쪽으로 굽어있다.’라고... 저는 서양의 건축양식과 비교하며 신명나게 설명하고 다녔습니다.

부석사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도 함께 말이죠. 그녀는 너무 감동했습니다. 저는 보통 말이죠. 30~40분이면 설명이 끝나는데 2~3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관광객 반응에 따라 필(feel) 받으면 저녁까지 대접하기도 합니다.” 많은 관광객으로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너무나 열정적으로 말한다. 환갑을 훌쩍 지난 연세임도 그에게는 젊음이 느껴진다.

부석사에 가면 희끗 희끗한 잿빛 머리에 열정으로 붉게 상기된 얼굴을 만나거든 이렇게 말해야한다. ‘아름다운 부석사를 감상하는데 도움을 주시겠습니까?’

안경애 시민기자 agh3631@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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