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신문이 만난사람]풍기 희여골 출신 출향시인 김지연씨

언제나 사춘기 소년 같은 시인이 있다. 일흔이 넘은 시인은 베이직한 남방과 면바지에 흰 운동화를 즐겨 신는다. 시인은 조근 조근 말하고 웃을 때 항상 입을 가리고 웃는다. 자수고개 시인 김순한씨다.

김순한 시인이 처음으로 부탁을 했다. “어 보래 안 기자님요. 내 괜찮은 시인하나 소개시켜 줄게 만나보고 시민신문에 실어주면 안 좋을리껴” 하시 길래 그러마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안산에 사는 시인이다. 물론 우리지역 출신 시인이다. 그러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다 최근 청주에 갈 일이 있어 안산에 들러 그녀를 만났다. 김순한 시인이 낸 숙제처럼-

김지연 시인(42,안산시 고잔동)은 영주시 풍기읍 희여골 출신으로 고향에서 초, 중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안산에서 시를 쓰며 살고 있다. 2004년 계간 리토피아 신인상을 받았으며 시집 1집 ‘소심(素心)을 보다’와 두 번째 시집 ‘늑대별’이 있다. 현재 세 번째 시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세 번째 시집에 수록될 ‘보물찾기’ 전문이다.

눈가에 주름을 섬겨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주름도 근원을 잃어가는 걸까 되짚은 기억이
웃음과 동행해 거울 안, 주인이 되어 있다.
과잉 친절을 베푸는
주인의 눈빛을 데우다 말고
허공을 향해 달디 단 담배 연기를 말아 올리며

뿌연 창에 귀를 기울인다.
보여서 불편한 것들을 귀 기울여 들으며
불안해 더 쓸쓸한 웃음과 동행하는 길
웬만해선 보이지 않는 기억의 족보를 꺼내
단단한 내 존재에
슬퍼서 아름다운 사랑을 포착시킨다.

“저는 여기(안산)서 아이들 가르치며(공부방 운영) 시(詩)도 쓰고 합니다. 안산은 아직 평준화가 되지 않다 보니 아이들이 학습에 대한 부담이 더 커요. 인성 교육이 우선이지만 부모들은 우선 성적이죠. 제 생각엔 인성이 바탕이 된 아이들은 학습에 대한 동기가 형성이 되어 절대 자신을 포기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전 인성을 중시한 학습을 하고 있죠.” 김 시인의 말이다.

‘시인이 공부를 가르치니 감성교육은 저절로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김시인은 긴 웨이브 머리에 서글서글한 이목구비가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이다.
“첫 시집 ‘소심을 보다’는 제 고향 희여골과 육신에 대한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시집입니다. 누구나 다 고향에 대한 기억은 청춘의 고운 빛깔처럼 아름답게 다가오겠지만 내 고향 희여골(풍기 백신1리)은 세월의 틈조차 들어 설 수 없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소수서원 원장을 지내신 할아버지(小樵 金洛林)께서 늘 사랑방에 도포를 걸친 백발수염의 할아버지들과 바둑을 두시거나 시조를 읊으시는 모습이 기억납니다. 또 요즘처럼 푹푹 찌는 더위에도 구불텅한 길을 따라 흐르던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얼마나 시원했는데요.”라며 웃는다.

시인 우대식씨는 김지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늑대별’에 “‘투철한 자기 응시’와 ‘고향에 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내면의 트임’이 깃든 시”라고 평가했다. ‘늑대별’에는 김 시인의 시에 대한 열정이 포도송이처럼 꽉 차 있다고 말한다.

“어느 날 유난히 반짝거리던 별 하나를 찾은 거예요 제 나름대로 넌 늑대별이야 칭하고 가깝게 지냈어요. 사실 제 투정을 가장 많이 받아주었거든요. 지금은 여유가 생겨 낮에도 틈을 내어 시를 쓴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전 시인이니까 시를 쓰는 일은 자기만의 은유를 찾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늘 언어를 뒤집었다 폈다 머릿속이 그야말로 거짓말을 하기위한 거짓말 창고가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늘 그렇게 사물을 보고 세상의 편견들을 보려고 하지요. 잠의 유혹이 있거나 시어를 찾고 싶을 땐 베란다에 서서 하늘을 보곤 하죠.” 두 번째 시집 제목 ‘늑대별’이 어떻게 붙여진 거냐는 물음에 김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결혼 한지 20년이 되었다는 김 시인은 고향집 뒤란 대나무를 닮은 교육자인 남편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중학생인 딸아이 4식구가 아담하게 작은 가정을 일구며 살고 있다고 한다.

안경애 시민기자 agh3631@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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