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신문이 만난 사람]‘호암다도’ 김재현씨

“그냥 차나 한 잔 하고 가세요. 부끄럽습니다” 김재현씨(51)를 만나러 그가 운영하고 있는 보이차방 ‘호암다도’를 찾았다. 아는 분에게 얘기 듣고 취재차 왔다고 하자 그가 한 말이다.

사랑해도 사랑한다는 말하지 않고
사랑한다 말해도 기억하지 않는
기억하나 애써 외면하는
서러운 그대

어느 민둥산으로 향하는 채방울 소리가
서로를 부르는 외침이 되어
봉분마저 다질 수 없는 생이별의 끝이 될

국화가 피던 자리
또 국화가 피어지고
사람이 멈추던 곳엔 지금도 사람이 서 있고
그대 젖은 손을 말리던 자리는 여전히 그 자리지만

내가 갈 수 없는
내가 가고 싶은
이별


이 詩는 김재현의 시집 ‘그리움 한 타래 눈물 한방울’에 수록된 ‘사모곡’이다. “글쎄요 집사람을 보내고 생각날 때 마다 글쩍인건데 친구들이 한 번 묶어 보라해서 이렇게 시집이란 이름을 달고 나왔네요.

오래전에 낸 건데 여기 와서 친구 몇 명에게 줬는데 소문이 났나 보네요”라며 김재현씨는 수줍음이 배인 얼굴로 말한다. 그는 학창시절 친구 다섯명과 ‘문우회’를 결성해 글을 써왔다. 요즘도 문우회 친구들을 만나는데 곧 문우회(영광고) 회원들의 글을 묶어 책을 낼 예정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로 현재 시청에 다니는 김철옥씨와 미술선생이고 현재 미협지부장인 송재진씨가 있는데 재진이가 툭하면 ‘니가 그림을 아나?’해서 뒤늦게 미대에 들어가 그림공부를 하다 중퇴했습니다”라며 환하게 웃는다. 이제 이곳에 화구와 그림이 있는 이유를 알았다. 그와 기차에서 만나 연애 결혼한 아내는 9년의 결혼생활과 병상에서 2년의 투병생활 끝에 그와 세 자녀를 남기고 다시는 못 돌아올 길을 떠났다.

“늘 그립다기 보다는 늘 생각이 나죠. 아내가 떠날 때 세 살이던 막내가 지금 중학교 3학년입니다. 누나 둘은 엄마에 대한 기억이 있지만 얘(막내 아들)는 엄마를 모르죠. 너무 어릴 때라...” 그의 흐른 말끝에 코끝이 시큰해진다.

그가 운영하는 ‘호암다도’는 보이차만을 취급하는 전문차방으로 꽃동산 로타리 향록탕 옆에 있다. 5평 정도의 작은 차방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른쪽에는 그가 그린 그림과 화구(畵具)가 있고 왼쪽은 중국 여러 산의 이름이 적힌 보이차와 호박, 돼지 등 다양한 모양의 차 주전자가 나무로 짠 진열장에 얌전히 진열되어 있다.

“친한 친구가 중국에서 ‘보이차 연구소’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좋은 보이차를 보내주죠.”라는 그는 투명한 찻잔에 차 우린 물을 부어 찻잔을 데운 후 두번째 물을 부어 차를 우려 준다. 찻물을 밝고 맑다. 기존에 먹었던 보이차는 그 빛깔이 붉고 어두웠다고 하자 “한 번 가지고와 보세요. 잘은 모르겠지만 숙차가 아닌가 합니다.”라며 “중국여행에서 사가지고 온 보이차는 짝퉁 보이차이거나 인공적으로 발효시킨 숙차입니다”한다.

서울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고향인 영주로 돌아왔다. 대학 다니는 두 딸은 대구에 있고 현재 중학교에 다니는 막내아들과 작은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좋은 보이차는 인체복원력이 뛰어납니다. 언제, 아무 때나 아무리 많이 마셔도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녹차의 경우 아무리 좋은 차라도 공복에 먹으면 속이 쓰리죠. 보이차도 찻잎의 품종, 차밭의 토질, 생육시의 기후, 제조자의 기술과 정성, 발효시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서 맛과 향이 다 다르지요. 중국에서는 운남 북회귀선이 지나가는 지역의 20개 차잎 산지를 국가에서 정하여 이 지역에서만 난 원료(모청쇄차)로 만든 차만을 ‘보이차’로 명명하도록 하고 있답니다. 그중 반장산 보이차가 가장 브랜드가 있죠. 언제라도 차 한잔 생각나면 오세요”

최근에 작가회의 영주지부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시집과 문집을 선물받아 차방을 나오니 정면으로 보이는 가흥교 너머 하늘에 노을빛이 붉다.

안경애 시민기자 agh3631@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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