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신문이 만난 사람] 봉현 유전리의 ‘꽃피는 산골’ 5총사 아주머니들

‘꽃 피는 산골’은 영주시 봉현면 유전리에 67가구의 영농조합법인체(2009. 7)를 대표하는 상호이다. 이 마을은 히티제를 오르고 또 내려가며 좌우 눈에 띄는 것은 전부 사과나무이다.

“우리고장 봉현면은 사과밭 일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영주사과의 주산지이기도 합니다. 맛 좋고 빛 고운 명품 사과를 만들기 위해 일 년 내내 바삐 움직여야 합니다”

이 마을에 사는 김경원(48)씨의 말이다. 수 백 그루가 심겨진 사과밭에서 여자들 노래 소리와 수다 떠는 소리가 겹쳐 흡사 야유회하는 것 같다. 김씨는 “저의 밭에서 적과작업을 합니다. 저 분들은 언제나 저런 분위기지요” 라며 기분 좋은 눈치다.

사과꽃 축제행사를 한지 몇 일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꽃이 지고 적과를 하다니 정말 자연의 신비에 놀라고 또 노래까지 불러가며 일하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일하면서도 무엇이 그렇게 좋아 웃어가며 노래까지 하십니까? 하니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노좌댁(77)이 “일거리 있을 때, 일할 힘 있어 좋고, 일 한 만큼 가을철에 넉넉한 수확을 거들 수 있게 되니 이 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어디 있습니까?”하며 되묻는다.

문수댁(65)은 “이곳 명품사과는 우리가 만들어 냅니다. 30년 이상 사과농사만 지어온 사람들이라 귀신이 다 됐지요. 우리 5명이서 8명 할 일을 다 하니까요. 그래서 우리들을 ‘5총사’라 부릅니다”라고 한다.

적과작업을 다하면 그 해 사과농사는 반을 지었다고 한다는데 사실입니까? 하니 유전댁(70)은 “적과작업에 정말 손이 많이 가요. 한 화총에 다섯 개 달린 것을 하나만 남기고 이를 쳐다보며 따야하니 고개가 아프고 높은 곳을 올라가야하니 위험하지요. 그래서 일손이 항상 모자라니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한다.

노래 한곡 듣고 싶다하니 옆에 있던 의성댁이 “우리 마을 명가수 노좌댁을 소개합니다”한다. 노좌댁은 지난날 우리 어머니들이 살아오면서 온갖 사연이 담긴 구슬픈 노래 ‘여자의 일생’을 불러주었다. 제창이라고 소리친다. 이런 노래 소리는 5총사가 일 하는 데는 최고의 청량제가 되고 여물어 가는 사과는 좋은 조건으로 자라 봉현명품 사과는 만들어지니 생산자도 웃고 소비자도 웃는다고 했다.

주인 김씨는 “귀향한지 20여년이 되었는데 적과작업 할 때 마다 일손이 모자라 어려움이 많다”며 “빨리 약제적과가 이루어져야 사과농사도 지금보다는 좀 낳아 질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한번 찍자는 말에 모두 다른 나무 밑에서 일하다 모여 얼굴에 미소까지 띠어 주었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대화하기를 즐기는 꽃 피는 산골 사람들이다.

전우성 시민기자 lkj10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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