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 성혈사를 찾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소망

지난 21일은 불기 2554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소백산 월명봉 동남쪽 기슭에 자리 잡은 성혈사를 찾아가 봤다. 일주문도 사천왕도 없는 사찰이다.

주차장에서 법당까지는 심한 경사 길이다. 법당 옆에 도착하니 친절하게도 연꽃송이 하나를 달아 준다. 성혈암 앞에 작은 천막을 친 봉축 행사장에는 아기 부처님의 세안식이 끝 날 무렵이었다. 셀 수 있을 정도의 연등이 소담하게 달려 있다.

대부분 가족 단위로 참석한 모습들이다. 꽃송이를 달고 소원을 빈 탓인지 밝은 얼굴로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며 행사장을 나온다. 그 중 연세가 높아 보이는 장화복(78)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정할머니는 “대를 이어 찾아오는 절입니다”라며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니 그 보답을 하기 위해 이렇게 불공을 드린다”고 말했다. 순흥읍 읍내리에 거주하면서 2남 2녀를 뒀고 아들 하나가 ‘순흥방앗간’을 한다고 귀띔했다. 오직 할머님만의 소원이 있다면 무엇이냐고 물으니 “부처님 마음을 닮고 싶다”고 했다. 이 말에서 속세에 헛된 마음을 다 비우고 지금껏 살아온 분이라는 것이 그 얼굴에서 나타나는듯 했다.

이곳은 젊은 신도 대부분이 봉사자로 활동한다. 점심공양으로 어른들이나 어린 아이들에게 산채 비빔밥을 대접하고 떡과 과일을 후식으로 푸짐하게 내놓는다. 이 모두 부처님의 자비로운 마음에서 이루어진 일일 것이다.

남다르게 열심히 움직이는 박보람(40)씨를 만났다. 이 절에 다니고 있는지는 17년째라는 박씨는 “큰 스님의 법문에 많은 감화를 받으며 이곳을 올 때가 되면 일상생활에서 생긴 미움과 짜증이 사라지고 법문을 듣고 돌아 갈 때는 가벼우면서도 기쁜 선물을 한 아름 갖고 돌아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날 박씨는 남편과 경북예고에 다니는 딸(손지혜)에게 한복을 입혀 동행했다.

절 어느 한 곳 명당 아닌 곳이 있을까? 바깥세상에 소리가 멀고 절 뒤 언덕배기에 우거진 노송에서 풍기는 솔향, 푸른 수목은 누구를 위한 선물일까! 이렇게 좋은 자리에 자리 잡은 성혈사의 전각들은 간소하고 조촐하다. 꾸밈이나 치레가 없다. 법당도 나한전도 산신각도 소박하다. 이래서 더욱 반갑다.

성혈사 탐원 스님은 “큰 스님은 불교유학생활 17년을 남방불교를 접하시고 이곳에서 많은 대중과 만남의 자리를 갖고 계신다”고 말했다. 또 보물로 지정된 비로자나불좌상과 16나한상이 안치된 나한전의 6문 꽃무늬창 내용 설명은 다음 기회 선물로 주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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