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소식을 듣고 남편이 더 좋아했어요”

경상북도 서예대전에서 영주서예학원을 운영하는 이순옥씨(41세)가 대상을 차지했다.
서예학원 앞에는 많은 축하 화분이 마치 꽃집인 양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 축하합니다." " 감사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문화 행사장에서 자주 마주치곤 하던 박기진씨(영주서예학원장)가 먼저 반겨준다.

이순옥씨와 박기진씨는 부부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말이 딱 맞는 그런 부부다.

이순옥씨는 이번 제29회 경상북도 서예대전에서 매월당 김시습의 시 " 석양볕(殘陽) "으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결혼하기 전부터 쓰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한 것은 17년 됐습니다."

예서와 행서를 주로 쓰며 한글은 흘림체를 좋아한다는 그녀는 장성한 2남1녀를 둔 어머니다.

"우리 애들 모두 잘 쓰지는 못 하지만 기본은 해요."하며 자식 자랑을 하는 건 여느 어머니와 다르지 않다.

"대상 소식을 듣고 저보다 원장님이 더 좋아하셨어요. 눈물이 글썽하시는 걸 봤어요."라며 남편 박기진씨를 향해 웃어 보이자 "저 사람이 별 소리를 다 하네"하며 쑥스러운 듯 자리를 뜬다.

박기진씨는 지난 97년 경상북도 서예대전에서 대상을 받고 며칠 뒤에 반납을 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니 이번 부인 이순옥씨의 대상 소식에 만감이 교차했으리라.

"한 획 차이였습니다. 작품집이 없어서 인쇄 본을 본 거예요."하며 이순옥씨는 새삼 안타까운 표정이다. 한 획이 틀려 대상을 반납해야 했다니 정말 기가 막혔을 것이다. 그녀의 글씨 연습 시간은 학원생이 오기 전인 오전과 학원수업이 모두 끝난 밤이다.

"마음에 드는 글씨가 나올 때까지 쓰다 보면 창밖이 훤해오기도 합니다. 뭐 비결이 따로 있겠습니까 열심히 하는 게 비결이죠."

이번 대상 작품이 나오기까지는 한 300장의 연습이 필요했다는 그녀는 본인 뿐 아니라 학원생 모두가 성적이 좋아 기쁘다고 한다.
영주서예학원에서는 이번 경상북도 서예대전에 15명이 출품하여 10명이 입상하였다. 입상자 중에는 오정주를 만드는 박찬정씨도 포함되어 있다.
한글, 한문, 문인화, 전각 등 4개 부문에 567점의 작품이 출품된 공모전에는 대상 1점 최우수상 1점 ,수상 5점, 특선 87점, 입선 281점 등 총 375점이 입상했다. 시상식은 오는 7월 12일 3시 경산시민회관에서 열린다. "시상식에는 버스를 한 대 대절해야겠어요?" 하니까 "정말 그렇게 해야겠어요. "라며 환하게 웃는다.

안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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