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세상] 늦은 나이에 배움의 길 택한 만학도 유금자씨

“책 정리하다가 검정고시 준비하던 가정책이 눈에 띄어 들여다보고 있어요. 매일 먹는 밥이라, 먹는 거라고 먹다가 쌀에는 어떤 영양소가 들었고 우리 몸에 들어와 어떤 역할을 한다. 그런 거 알고 나니까 새삼스럽네요”라며 쓰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밝게 웃는다.

유금자씨(60)는 지난해 적지 않은 나이에 여대생이 됐다. 경북전문대학 뷰티케어과에 입학해 자식들보다 어린 학생들과 나란히 공부를 하고 있다.

“지금은 방학이라 학교에 나가지 않고 미장원에 있으면서 도서관에서 책도 빌려 보고 합니다. 주로 피부 관련 책을 많이 보죠.”라는 그녀는 유난히 희고 잡티 없는 피부 때문인지 환갑이란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다.

만학도 유금자씨는 입학한 해인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굴지의 화장품 업체인 주식회사 ‘아모레 퍼시픽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장학금 200만원을 수령했다.

그녀가 1986년부터 지금까지 신영주교회 인근에서 운영해 온 ‘장공주미용실’에는 장학금 수령 후 타 대학 뷰티 관련학과 장학생들과 나란히 찍은 기념사진이 장식장 안에 각종 미용 자격증(아로마 테라피, 두피 모발, 발 관리)과 나란히 들어있다.

“좀 늦었지만 대학에 들어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니 좋지요. 남편을 만나 아이들 낳고 키우며 살면서 늘 못다 한 공부에 미련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결혼한 우리 딸아이가 어릴 때 제 외할머니 더러 ‘외할머니는 엄마를 공부는 안 가르치고 왜 미용기술을 가르쳤어?’라고 물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도 그랬고 오래전에 문협회원으로 활동했을 때도 초등학교 졸업한 사람은 나밖에 없더라구요. 늦었지만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영주 YMCA에서 운영하는 야학에 들어갔어요.”

그녀는 YMCA 야학에 등록 후 1년 6개월 만에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이어서 영주청년학교에 입학해 2년 동안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했다.

“다 잘 가르쳐준 선생님들 덕분이죠. 특히 YMCA 야학에 영어 선생님이신 권하빈 선생님외 일곱 분의 선생님과 영주청년학교 김석일 교장선생님 외 여덟 분께도 감사하는 마음입니다.”라는 그녀의 만학도 길에는 누구보다도 가족의 도움도 컸다고 한다.

“제가 수학이 제일 걱정이었어요. 워낙 기초가 없어 놔서... 그런데 남편이 수학을 잘 했데요. 학교 다닐 때- 그래서 남편한테 수학을 배웠어요. 그런데 가르쳐주면서 ‘내가 여태 이런 숙맥을 데리고 살았다’는 둥 얼마나 면박을 주던지- 그래도 살면서 남편이 공부 가르쳐준 게 제일 고마워요.”

그녀는 남편이 노래도 잘하고 기타와 장구 등 악기도 잘 다룬다고 했다. 그녀는 남편 이상용씨가 지난해에 인삼축제 실버페스티벌에서 ‘아미새’를 불러 대상을 수상했다며 은근히 자랑을 한다.

그녀는 동네에서 효부로도 소문나 있다. 시에서 주는 효행상을 1988년과 1993년 두 차례나 받았다.

“남편이 5남매의 막내인데 어머님과 함께 살길 원해서 결혼 후 얼마 안돼서부터 쭉 같이 살았죠. 벌써 돌아가신 지 10년이 됐네요. 우리 어머님이 94세에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전 6~7개월 대소변을 받아냈는데 그때가 좀 힘들었지, 크게 힘든 건 없었어요. 돌아가시고 나니 모시고 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는 그녀는 남편과의 사이에 1녀 2남을 두었다.

“위로 둘은 결혼했고 막내만 남았어요. 우리 사위도 좋고 며느리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키도 크고 인물도 좋고 다 맘에 들어요.”라며 환하게 웃는 그녀는 내년 경북전문대학 뷰티케어과를 졸업하면 지금의 미용실을 확장해 맛사지실도 새롭게 꾸며 대학에서 배운 미용기술을 맘껏 발휘해 보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환갑의 나이에 늦었다 포기하지 않고 배움의 길을 가는 유금자씨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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