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세상] 뇌출혈 아들 회복시킨 장세미씨 이야기

MTB(산악자전거)를 타는 그녀가 세 남자아이의 엄마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 그리고 그녀의 10살 난 둘째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뇌출혈로 쓰러졌었다는 이야기와 그런 아들을 위해서 그녀가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를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 장세미씨(40)를 찾았다.

“잊을 수도 없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죠. 정말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 생각했겠어요.” 그녀의 눈이 금세 붉어진다.

현재 그녀의 아들 동천이는 걸어서 학교엘 다니고 컴퓨터 게임도 즐길 만큼 건강해졌다.

“당시 동천이가 8살이었어요. 방과후에 집에서 한 살 위인 형이랑 딱지치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입으로 딱지를 불어서 넘기는 놀인데 유달리 승부욕이 강한 아이라 형한테 계속 지니까 끝까지 했었나 봐요. 1시간 가까이 힘껏 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는 화장실에 가서 변을 보고 나와서 머리가 아프다며 굉장히 큰 소리를 질렀어요. 그 바로 전에 토하고-” 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병원에 가려고 애를 업었는데 소리를 지르면서 발버둥을 치는 거예요. 같은 아파트 주민의 도움으로 애를 차에 태워 병원엘 갔죠. 호흡곤란이 오니까. 산소마스크하고 의사와 함께 앰블런스로 원주 병원엘 갔어요. 거기서 뇌출혈로 판정을 받고 바로 수술을 받았어요.” 그녀는 몇 번이나 호흡을 가다듬으며 어렵게 말을 이어 갔다. 수술 후 아들은 축 늘어진 몸으로 손발도 못 움직일 뿐 아니라 눈도 못 맞추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아이를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어요. 링거를 꽂고 코에 호수를 넣은 채 죽은 듯 있는 아들이 정말 내 아들 동천인가 싶어서-” 하지만 그녀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아들 몸을 주무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 자신을 믿고 하나 하나 실행에 옮겼다.

“코로 연결된 호수로 유동식을 흘러 보내는데 음식이 다른 곳으로 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일 엑스레이를 찍어요. 평소에 동천이가 비위가 약했어요. 저는 의사선생님께 호수를 빼달라고 했어요. 어이없어 하더군요. 계속 매달려 사정했어요. 결국 빼주더군요. 혀로 맛을 느끼잖아요. 감각을 깨워야겠다는 생각에서죠.”

평소에 동천이가 좋아하던 만화 음악을 자주 틀어 주었고 여러 가지 죽을 사 다시 한 번 갈아서 번갈아 먹였다. “씹지 못하니까 죽을 또 한 번 갈아서 손톱만큼씩 떠 넣었어요. 특히 동천이가 생선과 연두부를 잘 먹었어요. 그리고 동천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먹였는데 나중에 그걸 기억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그녀는 비로소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녀는 영주에 있는 두 아들과 공무원인 남편을 금요일 저녁에 올라와 병원에서 이틀을 자고 내려가게 했다. “동천이와 연년생인 형과 당시 3살인 아들을 동천이와 같은 침대에서 자게 했어요. 그리고 동천이와 얘기를 하게 했어요. 그런데 동천이 형이 잠시 안 보여 찾아보니 화장실에서 울고 있더라고요. 어린 맘에도 동천이가 안됐었나 봐요.”

그러던 어느날 형, 동생과 함께 한 침대에 있는데 동천이가 살짝 웃는 걸 느꼈다. 그리고 의사선생님이 매일 회진 때마다 손가락을 딱 튕기며 환자의 반응 검사를 하는데 어느날 그 소리에 눈동자가 돌아가고 고개도 돌아가는 등 반응이 왔다. 당시 절대 안 울기로 결심한 그녀도 그날은 화장실에 가서 목 놓아 울었다고 한다.

그녀는 병원생활 4개월 동안 아들 동천이를 영주 집에 한 번, 시댁에 한 번 데리고 갔다. 휠체어에 태워서 -

“다 기억을 살리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서예요. 시댁에 갔을 때 어머니랑 친척들이 손을 잡고 걱정을 해주니 동천이 눈에 눈물이 비치더라구요.”

그렇게 조금씩 회복되어 가던 동천이는 작년 1년 동안 특수반인 믿음반 생활을 하고 3학년인 지금은 일반반인 3학년 2반에서 친구들과 공부하고 있다.

“목도 목 가누던 동천이가 혼자서 밥도 먹고 휠체어를 타던 동천이가 걸어 다녀요. 휠체어에서 걷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거의 회복됐어요. 90% 정도라고 저는 생각해요. 컴퓨터 게임도 하고요. 형과 다투기도 하고 이렇게 이겨낸 아들이 너무 대견하고 고맙죠. 또 동천이를 위해 애써주었던 의사선생님과 간호사, 동부초등 믿음반 선생님들, 그리고 동천이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 찾아와 위로해 주던 친구와 지인들에게도 너무 감사해요.”

그녀는 요즈음 동천이 일로 그만뒀던 산악자전거도 다시 시작하고 매일 새벽 남편과 배드민턴을 치며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

그녀는 5년 전 문경MTB전국대회에서 2위를 했을 정도로 영주 MTB(산악자전거) 동호회에서는 그녀만큼 타는 여자가 없다. "어제도 MTB에서 교통질서 캠페인을 갔었어요." 라는 그녀의 표정이 더없이 환하다. 언젠가 MTB 대회 우승자로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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