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세상]‘소백 색소폰앙상블’의 홍일점 조정화씨

“작년 연말에 ‘다미안의 집’을 갔고 그전 11월에 ‘인애가’를 갔었는데 우리 색소폰 연주에 무표정했던 분들이 환한 얼굴로 박수를 치고 일어나 춤도 추고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가슴이 뿌듯한 것이 봉사활동 하는 보람을 느꼈어요. 그곳에 계신 분들이 다 몸이 불편한 분들이라 더 뿌듯했던 것 같아요.”

‘소백 색소폰앙상블’의 홍일점 조정화씨(40)의 말이다.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단체에서 작년 여름에 서천둔치 팔각정에서 매 주말 불우이웃돕기 색소폰 연주를 했잖아요. 그때 모금한 돈으로 봉사활동 갈 때 먹거리를 준비해서 가요. 제가 정말 열심히 하거든요. 이렇게 봉사활동 다니는 것이 제일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소백색소폰 앙상블의 홍일점이자 색소폰 동우회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조씨는 유일한 여성회원으로 어딜 가나 많은 주목을 받는다.

“색소폰을 배우는 분들의 모임인 동호회에는 여자분들이 많아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색소폰 앙상블에도 여자회원이 생길 것 같아요.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조씨는 색소폰 뿐 아니라 바이올린, 첼로, 기타 등도 연주한다. “다 남편 덕분이죠. 남편이 악기를 권했어요. 고향이 대구라 결혼해서 남편 따라 영주에 왔는데 남편이 일 나가고 나면 아는 사람도 없고 너무 외롭더라구요. 제가 또 성격이 내성적인 편이라 쉽게 사람을 못 사귀고 해서- 그래서 남편이 악기를 권했죠. 그러다 보니 두루 좀 하게 됐어요.”

“조정화씨요? 아마추어로는 최고죠. 연습벌레예요. 하루에 6시간씩은 할 거예요.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조씨의 연주곡에 편곡을 해주는 소백팝스 오케스트라 이희원 단장이 그녀를 칭찬한다.

“집도 가깝고 해서 밥 먹고 나와서 하다가 또 점심 먹고 와서 또 하곤 해요. 집에 있으면 연습하던 악보가 떠올라서 마음이 급해지는 거예요. 빨리 가서 해야 되는데 싶고...기타나 다른 악기 같으면 집에서 연습하면 되는데 이건 곤란하잖아요. 더구나 아파트에 사니까 연습실에 나가야 할 수 있어요.”

조씨가 색소폰에 빠진 것은 현재 소백색소폰 앙상블 회원의 연주를 듣고부터다. “시민회관에서 봤는데 연주곡이 ‘보리밭’이였어요. 너무 좋은 거예요, 색소폰 소리가. 그 당시에 제가 기타를 치고 있었고 그동안 몇 개의 악기도 했었고 해서 남편한테 다시 색소폰 배우겠다는 말을 못하겠는 거예요. 그래서 남편한테 배워 보라고 권했어요. 싫다는데 자꾸만 얘기하니까 드디어 바라던 얘기 ‘그렇게 좋으면 당신이 한 번 해봐라’ 하는 거예요.

그렇게 시작한 조씨의 색소폰연주는 지난 2006년 소백색소폰 앙상블을 결성하면서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색소폰은 가슴을 울려서 뽑아내는 소리여서 연주하고 나면 가슴이 시원하다’는 조씨는 I.O.U, Sad Movies, 들꽃, Don't forget remember 연주를 좋아하고 요즈음 Hey Jude, raura, 웃어요 등을 연습하고 있다.

조씨는 얼마 전 문인협회 시낭송회에 초대받아 ‘아름다운 강산’,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 등을 연주해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서천둔치 팔각정에서의 공연은 여름이고 강변이라서 모기하고 날벌레들이 얼마나 많은지 연주하는데 이마를 쏘는 거예요. 다른 회원 분은 연주하다가 색소폰 나팔로 들어온 벌레도 먹었다고 하더라구요. 연주하는데 양손은 묶여있지, 어쩔 수 없죠 뭐”라며 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빙그레 웃는다.

조씨는 지난 연말 소백색소폰 앙상블 정기연주회에서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 ‘들꽃’ 등을 연주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관객 중에는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조씨의 딸도 있었다. “혜진이가 친구들과 왔더라구요. 그 애가 좋아해줘서 좋아요. 혹 게으름을 피울라 치면 나중에 후회한다고 연습하라고 얘기해요.”

색소폰 연주한 지 얼마 안돼서 조 씨는 딸이 좋아하는 ‘마법의 성’을 연습해 전화로 들려주기도 했다며 밝게 웃는다. 다가올 여름에도 우리는 서천둔치에서 긴 머리를 날리며 색소폰을 연주하는 그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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