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어울림 최경희 대표

연극으로 청소년들 자존감 높여
교육연극 확대해 나가려는 바람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나를 빛나게 해주었던 것은 연극이었습니다. 나의 고교시절과 20대를 뒤돌아볼 때면 연극을 통한 그때의 삶이 ‘행복함’으로 가득합니다”

지난 6일 148아트스퀘어에서 영주시청소년연합연극동아리 하이파이브가 독립운동 100주년을 기념한 특별공연으로 ‘다시 태어난 유관순’ 연극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 자리에는 흐뭇한 웃음으로, 가끔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극단 어울림 대표이자 하이파이브의 연극연출을 맡고 있는 최경희(54) 씨가 있었다.

극단 소백무대와 한국연극협회 영주시지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순수예술로 연극무대에 참여해 왔다. 그러다 누구나 예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2016년에 극단 어울림을 만들어 청소년과 어른, 3~50대를 대상으로 한 연극체험활동을 기획해 연극의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달에는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융합콘텐츠 개발프로젝트인 ‘나도, 文化人’페스타에 참여해 ‘그녀들만 아는 공소시효’ 낭독공연으로 연극인과 시민이 함께 하는 소규모 문화공연을 선보였다.

전문적인 연극이 아닌 교육연극으로 그림자극, 인형극, 즉흥극으로 만들고자 시작했다는 그녀의 연극에 대한 열정을 들여다봤다.

 

고교시절 시작한 연극

최 대표는 여고생 때 고등학교 연극반에 들어가면서 연극을 처음 접했다. 여고시절과 20대를 연극으로 보낸 그녀는 그때가 자신의 삶을 감정적으로 풍성하고 여유가 있게 만들어주고 많은 혜택을 받은 듯 충만한 행복을 꿈꿀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했다.

“20대에 소백무대에서 활동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어려운 가정형편에 대학진학은 못하고 직장에 들어가면서 소백무대 단원으로 입단했지요. 1983년 소백무대 창단무대에도 섰어요. 직장과 연극을 병행했는데 그때 정말 즐겁게 생활했어요”

30대 들어서서 결혼과 동시에 5년여는 타지에서 생활했던 그녀는 1994년 다시 영주로 왔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니 몸과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연극에 대한 갈증이 있어 소백무대를 찾은 그녀는 지나가는 행인이라도 시켜달라고 말했다. 바쁜 삶과 아이들이 성장할 동안에도 아쉬움은 있었지만 1년에 1~2작품에 참여해왔다. 세월이 지나 40대에 접어들었을 때 그녀는 극단과 동료 연극인들에게 말했단다. “나 이제 시간 많아요”라고.

 

간절했던 무대 서기까지

이제는 제대로 활동하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연극무대에서 날개를 펼치려 할 때쯤 뜻하지 않은 일을 겪게 됐다. 남편이 뇌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오디션을 보고 안동에서 준비하는 연극에 주인공으로 발탁이 된 상태였고 무섬아리랑에도 연습 중이었죠. 어쩔 수 없이 다른 연극인을 추천해줬어요. 그렇게 2년을 쉬게 됐죠.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이었어요”

남편의 2번째 수술 후 영주에 왔을 때 소백무대 대표를 맡으라는 권유를 받았던 그녀는 젊은 날 받은 것이 많았지만 극단을 위해 한 것이 없어 미안한 마음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다시 더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에 대표를 맡고 2015년 소백무대 가을공연으로 ‘아비’를 2차례 무대에 올렸다. 다양한 모습으로 연극무대에 오른 그녀는 제29회 경북연극제 최우수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교육연극과 연출가의 삶

교육연극을 할 수는 없을까하는 고민을 가졌던 그녀는 2016년 극단 어울림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학교에서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영주시청소년연합연극동아리 하이파이브에서는 자신이 연출한 연극으로 청소년들의 자존감 회복과 진로체험 등의 기회로 보람도 얻고 있다.

“아이들의 복잡한 마음을 끌어내기가 처음엔 어려웠어요. 1년여 간의 만남과 연극교육으로 소극적인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거나 표정이 점점 밝아지는 친구들도 많아요. 부모들이 아이들의 연극무대를 보며 놀라거나 감동해 눈물을 짓기도 하죠”

처음 가르쳤던 중학생은 고2가 된 지금까지 명절이면 문자도 보내고 연극을 하는 꿈이 생겼다고 했다. 사춘기 중학생들의 생각을 공감하고 때로는 배우기도 한다는 그녀는 조금씩 변화된 모습에 교육연극을 시작한 것이 뿌듯하다고 말한다.

이런 활동은 그녀가 20대 때 대구에서 온 전문연출가에게 배웠던 것이 기본으로 다져졌다. 그래서 어느 순간 연출과 연극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전문교육이 궁금해졌다. 문화체육부에서 발급하는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그녀는 2016년부터 계명대학교의 청강생으로 학생들과 함께 연극역사부터 연극개론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접하고 배우며 2년을 다녔다. 일주일에 3~4번을 다니며 열심히 배우는 동생을 위해 그녀의 언니는 한 학기 수업료를 줘 뭉클하게 했다.

현재 그녀는 내년 경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꿈다락’에 공모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학생대상으로 실전교육을 진행했으며 성장형인 1년 지원이 이뤄지면 상반기에는 관내 복지교사 대상으로 연극교육과 이해, 체험활동을 열 계획이다.

“학생교육은 4년째로 기반이 다져졌다고 보는데 교육연극은 과정중심이에요. 변화를 보는 것처럼 말이죠. 앞으로는 어른들의 한을 풀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하고 싶어요. 이를 위해 다른 영역의 전문가와 조율 중에 있습니다. 이제 몸과 마음의 여유가 생겨 연극을 통해 더 잘 노닐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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