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시조시인·수필가·본지 논설위원)

새 터를 찾아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한 후, 인구 이동이 시작되면 전에 거주하던 원도심이 자연히 구도심이 되면서 도심공동화(空洞化)현상이 생기게 된다. 개발이 바로 진행되지 않으면 이 지역은 폐허 지역이 되고 시민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런 현상은 영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세계 각국에서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선진국들이 죽어가는 구도심을 살려서 흩어지는 주민을 다시 모이게 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 관심을 받는 마을로까지 부활시키는 운동을 전개했는데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도 이 사업을 받아들여 시행하고 있다. 이른바 도시재생 사업이다. 이는 도시의 쇠퇴를 막고 더 멀리 보면 도시의 소멸을 막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0월 29일 소백춘추에서 주관하는 「영주다운 도시재생」을 주제로 한 지방자치포럼이 있었다. 포럼을 통해서 이 어려운 과제를 풀어낼 수 있을는지. 흥미롭고 관심을 끄는 주제였다. 참석한 시민의 수는 적었지만 객석의 질문은 매우 진지했다. 어려운 과제에 명쾌한 답을 얻는 자리는 못되었으나 시민으로서 영주의 도시재생 사업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자리는 되었다고 본다.

영주는 후생시장, 중앙시장, 구성마을 세 권역이 이 사업에 선정되면서 초창기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한 선도 지역으로 관심 있는 후발 도시에서 견학을 하러 오는 도시재생의 선진지 위치에 있다. 남이 배우러 온다는 것은 완성단계라는 것을 말한다. 수년 전에 이 세 권역이 재생된다고 하였을 때 시민들의 기대가 컸다. 특히 영주 경제의 중심이었던 후생시장은 자욱한 먼지와 매캐한 고추냄새마저 정감어린 추억으로 남아 있어 쇠퇴 되어가는 모습이 안타깝던 터라 재생된다는 말이 참으로 반가웠고 세 권역 가운데 가장 큰 조명을 받았다.

객석에서는 ‘가만 두면 좋을 것을 왜 손을 대서 본래의 모습을 훼손하느냐. 이제 그만 멈추자’ 라는 요지의 발언이 있었다. 후생시장이 예전의 모습이 전혀 없이 변모되어 안타깝다는 그 분은 도시재생 사업을 환경개선이나 옛 모습의 복원으로 기대했던 것 같다. 도시재생은 재개발이나, 마을환경개선, 옛 모습 재현, 복원 등이 언어의 의미상 경계가 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말이 그 말 같기도 하여 위의 발언이 나올 법도 하다. 그래서 사실 매우 공감이 가는 말이다. 몇 년 전에 필자는 후생시장의 부활을 상상하면서 너무 획기적인 상전벽해(桑田碧海)는 하지 말고 추억이 살아나는 현장, 가난했지만 치열하게 살던 삶의 터를 미소로 엿볼 수 있는 현장으로만 바뀌게 되기를 바란다는 기고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도시재생 사업이 사전에서 ‘낙후된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여 경제, 사회. 물리적 환경을 개선시키려는 도시개발 사업’이라고 밝히듯 도시재생은 복원, 재현, 개선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큰 목적이 있는데 재생 후에는 해당지역에서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위의 세 권역의 재생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그 후에 추진하여 각광을 받던 ‘할매 묵공장’, ‘할배 목공소’에서 여전히 이익창출이 잘 되는가, 지속성에 문제는 없는가? 장래에도 희망적인가? 등의 문제는 운영의 묘에 달린 것이라 본다.

포럼 주제에서 「영주다운」을 추구해야한다는 말은 매우 지당하다. 그런데 「영주다운」은 이것이다 하고 명쾌한 정리가 되어야 종속적인 문제가 해결될 일이다. 영주다움은 외부인의 힘으로 찾을 것이 아니라 영주시민이 고민해서 찾아야 할 것이고 이는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 반드시 있었어야 할 순서로 영주가 도시재생 사업의 완성단계라는 현시점을 생각하면 시기적으로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시기를 놓쳤다고 쓸모없는 말은 절대 아니다. 지금은 지방자치시대라 각 지방마다 도시의 개성을 살리는 일에 어느 때보다 심혈을 쏟는 시대이다. 도시 발전은 멈추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일어나는 일이다. 그때마다 「영주다움」을 생각하여 건물 하나, 교량 하나에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영주시민들은 이제 「영주다운」도시건설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부여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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