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인삼농가고 우리지역 특산물이 또 인삼이잖아요. 그래서 인삼청 만들기를 했는데 어린이들이 인삼을 꿀에 찍어 오도독 오도독 먹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이렇게 할매, 할배를 불러주니 너무 감사하네요”

설날을 앞둔 지난달 31일 손녀(박서연)가 다니고 있는 순흥어린이집(원장 남송자)을 방문한 한 할머니의 말이다. 순흥어린이집은 이날 원생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초청해 민속놀이를 배우는 등 조손 간의 정을 쌓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행사는 한복을 입고 할아버지, 할머니께 세배 드리기를 시작으로 윷놀이 배우기, 제기 만들기(차기), 가훈쓰기, 가래떡 먹기(간식) 등이 진행됐다. ‘손지아·지수 할아버지’라는 명찰을 단 손만헌(65.단산면)씨는 “할애비도 뭔가 가르칠 수 있다는 게 말도 못하게 좋네요. 우리 때는 다 만들어서 놀았잖아요. 동전이나 엽전 넣고 제기도 만들고 나무 깎아 팽이도 만들고... 손녀도 어린이집에 온 할애비가 좋은지 연신 와서 뽀뽀를 하고 가네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손지아 어린이는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운 듯 “제기 만들기 선생님이 우리 할아버지예요”라고 말했다.

요즘 보기 드문 누비전통한복을 입은 구준혁 어린이의 할머니는 우리고장 천연염색 공예가로 잘 알려진 류광순씨다. 서예에도 일가견이 있는 류씨는 이날 원생들에게 ‘가훈쓰기’를 가르쳤다.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도 친구가 있듯이 가훈쓰기에도 이런 친구들이 필요해요. 붓과 화선지라고 하는 종이, 먹, 벼루예요. 이것들이 글방의 네 친구, 문방사우라고 해요.”라며 가훈쓰기 도구를 설명하기도 했다.

가훈쓰기 교실을 나와 어린이들이 부산하게 드나드는 옆 교실을 들여다보니 최여진·예원·예서 할머니께서 방금 방앗간에서 찾아온 듯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볶이용 가래떡으로 ‘가래떡꼬지’를 만들고 있었다. 점심 전 이날 어린이들의 간식은 꿀을 바른 ‘가래떡꼬치’였다. 최여진·예원·예서 할머니는 “평소에는 잘 먹지 않던 가래떡을 이렇게 꼬치에 끼워 꿀을 발라주니 너무 좋아하고 잘 먹어 흐뭇하다”고 말했다.

남송자 원장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이 경북도가 정한 할매할배의 날이기도 하고 또 민속최대 명절인 설 명절을 앞두고 있어 어르신들의 삶의 지혜를 어린이들이 배우고 체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흔쾌히 응해주셨고 또, 어린이들이 생각보다 더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매우 흐뭇하다”고 말했다.

한편, 순흥어린이집은 지난해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순흥 읍내1리 경로당에서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행사’를 하는 등 꾸준히 조손 간의 정 나누기 행사를 펼쳐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순흥어린이집은 이같은 모범사례를 인정받아 지난해 경북도가 주최하고 경상북도육아종합지원센터가 주관한 ‘2018년 어린이집 인성교육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안경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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