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요즘 매스컴을 통해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북미회담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것이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다. 북도 요구하는 것이 있다. CVIG(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체제보장이다. 미국이 말하는 CVID는 미국의 네오콘 즉,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에게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네오콘은 네오콘서버티브(neo-conservatives)의 줄임말이다. 미국 공화당의 신보수주의자들 또는 그러한 세력을 통틀어 일컫는다. 힘이 곧 정의라고 믿고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국이 세계의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베트남전쟁이 패배로 끝나고, 공화당 내에서 반전·평화주의가 득세하자 이에 반발해 공화당의 반공·반소 노선으로 돌아선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베트남 전쟁은 통킹만 사건을 빌미로 미국이 베트남을 본격적으로 공격하면서 시작되었다. 통킹만 사건은 1964년 베트남 동쪽 통킹만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미구축함과 북베트남 경비정과의 해상전투를 말한다.

미국 하원은 만장일치로 ‘통킹만 결의안’을 채택하여 베트남전 개입을 본격화하였다. 미국은 북베트남에 대대적으로 폭격을 시작하였고 해병대를 상륙시켰다. 베트남전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S. McNamara)는 1995년 회고록에서 통킹만 사건이 미국의 자작극이었음을 고백하였다. 이것이 미국의 얼굴이다. 우리는 미국의 요구로 가장 많은 수의 병사를 베트남에 보냈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은 패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는 가능한 것인가? 대부분 전문가들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려면 북의 핵과 미사일 시설을 모두 파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북의 핵과 미사일 기술, 그리고 과학자들까지 완전히 없애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없기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북은 이미 풍계리 핵실험장을 파괴하고 억류 미국인을 돌려보냈다. 그런데도 미국은 북의 체제보장에 대한 아무런 구체적 조치도 내놓지 않고 비핵화만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점령군이 패전국에나 할 수 있는 요구이지 대등한 협상이라 보기 어렵다.

트럼프는 네오콘이 아니다. 트럼프가 네오콘의 요구에 굴복해서 일반적인 비핵화만 요구한다면 북미회담은 성공하기 어렵다. 북이 미국의 요구를 ‘강도적 요구’라고 한 것은 미국의 일방적 태도를 지적하는 말일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비핵화(D)와 북의 체제보장(G)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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