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권자미 -시인

금호동의 봄

-함민복

똥차가 오니 골목에
생기가 확, 돕니다
비닐 봉지에 담겨
골목길 올라왔던 갖가지 먹을 것들의 냄새가
시공을 초월 한통속이 되어 하산길 오르니

마냥 무료하던 길에
냄새의 끝, 구린내 가득하여

대파 단을 든 아줌마가 코를 움켜쥐고 뜁니다
숨 참은 아이가 숨차게 달려 내려갑니다
부르르 몸 떨며 식사중인 똥차의 긴 호스 입 터질까
조심, 목욕하고 올라오던 처녀가 전봇대와 몸 부딪쳐
비눗갑 줍느라 허둥대는
살내음

라일락꽃에 걸쳐 있던 코들도 우르르 쏟아지고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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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부지런한 농부는 겨우내 인분으로 푹 썩힌 거름을 밭으로 내는 것으로서 봄을 시작했다. 이렇듯 농촌에서 똥은 귀한 대접을 받았지만 도시는 사정이 좀 달랐다. 푸른 등을 가진 거대한 똥차가 동네에 들어오면 너나없이 사람들은 코부터 잡고 혼비백산 자리를 피했다. 변소 풉니다 확성기 소리에 아주머니들은 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똥차를 불러 세우곤 했는데 똥차는 똥을 코끼리 코 같은 긴 주름 호스로 컥컥 부르르 빨아들였다.

그보다 사정이 못한 산동네에선 똥바가지로 직접 푸는데 한 통을 기준으로 돈을 계산하였으므로 대게는 그 집 아들중 하나가 골목을 지키고 앉아 똥지게가 지날 때마다 바닥에 금을 그어 수를 세기도 하였는데...

참다가 참다가 더 참을 수 없을 때 후레시를 찾아들고 가는 밤 변솟길, 오빠를 보초로 세우고 오빠 거기 있어? 오빠 오빠 불러대던 그 일도 이제 격세지감 아득한 옛일이 되고 말았는데...

시 한편이 풍경보다 더 환할 때가 있다. 선명할 때가 있다.

골목에 생기를 일으키던 똥차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봄은 오고 여전히 라일락은 핀다.

비누냄새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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