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영주최대 물류 삼영청과에 가보니

“젊어서는 농사가 다 잘 됐는데, 늙으니 농사도 안 돼, 젊은 놈들 세상이여. 늙으면 돈 쓸때가 없는 줄 하느님도 아는가 벼”

지난 1일 오전 9시30분 설 대목을 맞아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봉현면 오현리에 위치한 영농조합법인 삼영청과(대표 김용수.72)를 찾은 장남기 씨(72.단양군 대강면)의 말이다. 사과 130상자를 싣고 와 경매를 기다리던 그는 이날 본지를 만나 농사를 잘 못지은 사연을 실타래처럼 풀어냈다.

3단 사과 20상자 등 180상자의 사과를 갖고 나와 상자당(20kg) 10만4천원을 받았다는 조성일(60.봉현면 한천리)씨는 뒷사과로 나온 39상자의 등외품 사과도 5만4천원을 받았다며 싱글벙글이다.

그는 “가을에도 홍로 한상자에 10만원씩은 받았으나 부사는 가을에 팔기보다 조금 나은 것 같다”고 했다. 또 “지난 여름 사과나무 유인 작업 등으로 밭에 가서 살다시피 한 것이 당일 시장에서 최고 값을 받게 된 이유”라며 “세상에 그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풍기읍 창락리에서 왔다는 이모(68)씨는 “기후가 급격하게 바뀌면서 해발 300m미만의 낮은 지대의 과수원이 피해를 더 많이 보고 있다”며 “사과농사가 떠나면 먹고 살 길이 큰 일”이라고 하자 40대로 보이는 장씨의 아들이 “바나나를 심으면 되지, 무슨 놈의 걱정을 미리 하느냐”고 농담을 해 함박웃음이 일기도 했다.

하품 76상자를 갖고 나와 2만 4천원 씩을 받았다는 우모(68.안정면 봉암리)씨는 “지난 해에는 심한 날씨 변덕으로 농사를 접었다”며 “상품이 나쁘니 설대목도 없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이날 모두 1천 800여 상자가 나와 30분 만에 경매를 마쳤다는 김동률(46.경매사,대표 아들)씨는 “가을시세 보다 1~2만원 정도의 가격이 올랐지만 예년에 비해 사과품질이 크게 낮아지면서 가격 또한 옛날만 못하다”고 했다. 그는 또 “농가들의 편의와 투명성을 위해 지난해 부터 날짜와 시간을 미리 정하는 예약제를 실시하면서 과거 도로변에 농기계나 자동자 등을 3~4km씩 세워놓고 번호표에 대신하던 폐단을 일소시켰다”고 말했다. 농협도 아닌 민간 영농법인이 지역최대 물류센터로 부상한 비결을 묻는 기자에게 김 경매사는 ‘믿음’이라고 잘라 말했다.

“삼영청과에 오시는 분들은 기다리지를 않습니다. 대금은 통장으로 넣어드리지요.”

20여 년 간 믿고 거래한 결과라는 그는 “입고만 시키면 대부분의 농민들은 돌아가고 소수의 농민들만이 정산까지 기다린다”며 “지금은 거래처가 늘어나 가까운 봉화 예천은 물론 충북 단양과 강원도 평창에서도 물량이 쇄도하고 있다. 과일 역시 짧은 시기에 많은 물량이 몰리고 있어 농업인들의 불편해소를 위해 지금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만난 김용수 대표 역시 “농협 하나로 마트, E랜드 등에 거래처를 두고 있는 능력있는 중매인 10명을 두고 200여 평의 저장시설을 임차하면서까지 농업인들의 요구에 부응해도 연간 1만 3천여 톤(60여만 상자/20kg)을 처리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또 “오늘은 설대목이라고 사과 값이 1~2만원 올라 3단 10만 4천원, 4단 6만9천원, 5단 5만 6천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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