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영주, 초군청 재판놀이 공연
후생시장 내 공연으로 볼거리 제공


“참으로 살기 힘드니더. 우리 같이 힘없는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소서”

전통창작마당놀이인 순흥초군청놀이가 구랍 29일 오후 3시, 30일 오후 1,3시에 후생시장 빨강인형극장 앞마당에서 흥겨운 한마당으로 열려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극단영주가 주최, 경상북도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 영주시와 빨강인형극장, 영주시도시재생센터가 협력한 이번 공연은 2017년도 경상북도 지역문화예술기획지원사업으로 옛 순흥고을에 초군청인이 내려와 토호 세력의 행패에 힘없는 농민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재판극이다.

순흥초군청(順興樵軍廳)의 유래를 살펴보면 옛 순흥 고을은 토호세력이 유난히 드세어 하인배와 머슴꾼들도 상전의 세력에 기대어 행패가 심했다고 한다. 고을의 힘없는 농민들은 세도가의 머슴인 그들의 등쌀에 기를 펼 수가 없었다. 이런 억울함을 견디다 못해 관가에 고발이라도 해보지만 그 세도가의 힘에 밀려 관도 방관함으로서 행패가 더욱 기승을 부렸다.

이에 보다 못한 고을 참봉 김교림(고종 때 진사시 합격)은 악폐를 시급히 바로 잡고자 조정에 고하고(1905), 조정에서는 순흥 초군청인을 내려 보내 자치적으로 초군청을 창설 운영토록 했다. 태장리 신두영을 초대 좌상으로 삼고 순흥에서의 토호 세력가의 머슴들이 저질렀던 악폐를 근절케 한 것이다.

첫 공연이 시작된 29일 후생시장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길에는 풍악을 울리며 초군청인 행렬이 이어졌다. 인형극장 앞마당에 마련된 순흥청사 동헌에는 고을 원님이 등청하고 초근 좌상과 육방이 고을 초군들과 함께 들어와 읍례했다. 원님은 상견례 후 임금님이 초군청인을 내린 것은 초군들이 자치적으로 민폐를 일삼는 고을 초군들을 잘 다스려 보라고 하는 것이라며 재판을 참관한다.

재판에 앞서 한 해 동안 할 일을 알리고 당해 초군들 안에 일어난 민폐, 고발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진사댁 하인 꺽쇠와 하인, 포졸들이 잡혀와 초부들을 괴롭힌 악행을 묻고 형틀에 메어 태형을 가했다. 이 가운데 악행을 일삼은 자들은 관객석에 자신들이 억울하다고 말하지만 호응이 적다. 반면 억울함을 당한 농민들의 이야기에는 호응을 보인다. 오가는 친근한 지역사투리와 출연자의 해악적인 모습에 관객석에서 박수와 웃음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재판극은 하인 관리를 못한 죄로 진사에게 벌금을 내도록 하면서 흥겨운 초군들의 날로 한바탕 놀이로 마무리됐다.

영주2동 주민은 “신명나기 때문에 장구소리를 좋아해 오늘 찾아왔다”며 “오늘 곤장을 맞는 장면이 가장 재밌었다. 정말 많이 웃고 간다”고 했다. 하망동 사는 차우현 씨는 “순흥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지금도 순흥에서 초군청 행사를 하고 있다”며 “이런 지역적인 것을 살려내고 유지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후생시장 상설공연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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