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사람]이산면 월림진료소 곽정미 소장

“올해 하반기까지 진료소를 옮겨야 해요. 영주댐이 완공되는 내년부터 물이 차니까요. 대부분의 마을사람들이 옮겨 앉거나 떠나면서 지역전체가 어수선합니다”

이산면 원림보건진료소 곽정미(47)소장의 말이다.
곽소장은 1988년 대구대 간호학교를 졸업하면서 월림진료소에 발령받았다. 벌써 24년전의 일이다.

두월, 내림, 용상, 신천 등 354가구 857명의 마을주민과 더불어 살고 있는 곽소장은 진료소 지을 자리가 결정되면 많은 이웃들이 진료소를 따라 이주하겠다고 말하고 있어 낯선 산 중턱으로 옮겨가도 진료소가 어른들의 구심점으로 자리를 잡아 외롭지 않다며 웃는다.

“부임초기에는 간염검사와 유행성출혈열, 독감예방접종 등 접종위주의 보건행정을 펼쳐 주민들의 이용도가 지극히 낮았습니다. 작은 일도 주민(운영협의회, 이장, 부녀회장)들과 상의하고 1인당 접종비 3만원은 전액을 운영협의회에서 지원하면서 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1990년대 들면서 농한기를 이용해 노래, 기체조, 한글교실 등을 운영해왔다는 곽소장은 주민들과 지금처럼 가까워지기 까지는 오랜 세월과 노력이 함께했다고 회고했다.

“10년째 이어오는 행복대학도 최근에 와선 100세 건강을 추구하는 행복대학으로 명칭이 보완된 것처럼 노래자랑과 한글교실도 단순 프로그램에서 지금은 천연염색, 한복방석 만들기, 스카프 만들기, 조각보 만들기 등 경제가 뒷받침되는 고가상품으로 옮겨가고 있어요.

평생을 자식 뒷바라지에 바쳐 온 어르신들이지만 뒤늦게나마 자기개발에 몰두하며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이 탄생되면 애들보다 더 좋아하며 행복해 하세요. 또 잘 만들어진 작품들은 이름표를 적어 시 보건소에서 해마다 열고 있는 ‘한여름 밤의 건강 축제’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부터 시작한 건강 100세를 추구하는 행복대학에서는 한지로 상만들기 등 3주간의 한지공예를 추가 실시하고 있다는 곽 소장은 최근 들면서 암, 고혈압, 당뇨 등의 성인병이 100세 건강을 위협하면서 보건정책도 성인병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했다.

“3년전 부터 암 관리를 중점사업으로 펴고 있는데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초음파를 이용한 암 검사와 대장내시경, 심장검사 등을 격년제로 하고 있습니다. 단체검사라 30%가량 할인 받고 나머지 10만원은 운영협의회에서 지원합니다. 지난해 까지는 70%를 지원해오다 금년부터 전액지원 하고 있어요”

곽소장은 현재 시내에서 출퇴근을 하지만 3년전 까지만 해도 진료소에 방을 만들어 생활해 왔다. 수십 명의 환자들이 식사 때만 되면 몰려와 끼니를 거른 적도 많고 농번기에는 새벽4시와 밤12시가 되도록 환자들이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와 참으로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시간에 관계없이 어른들이 찾아들면 오히려 반갑다고 한다.

“시골어른들은 시간개념이 무뎌요. 특히 요일 개념은 아예 없어요. 세수도 안한 일요일 새벽시간에 주민들이 찾아오시면 솔직히 조금은 짜증스러울 때도 있었어요. 그때마다 친정엄마가 오셨다고 생각하면 눈을 비비면서도 저절로 웃음이 납니다. 같은 사안도 생각하기에 따라 짜증과 행복이 교차하니 사람마음이 참으로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가끔 어르신들이 한분도 안 오시는 날엔 ‘내가 어르신들게 섭섭하게 해드렸나?’, ‘잘못한 일은 없는가?’라고 지난날을 되짚어 가며 생각에 빠질 때도 있다는 곽 소장은 바쁜 일상이 바로 행복 그 자체라고 했다.

“내 병은 보건소약도 안 듣고 병원약도 효과가 없는데 여기만 오면 한번으로 말끔하게 낫는단 말이야. 아~ 약발 받는 병원이 따로 있다니까” 관할구역 밖인 석포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는 이모(83)할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이다.

“진료소 간판을 보면 알듯이 월림진료소입니다. 두월의 월자와 내림의 끝자를 따서 진료소 이름을 지었죠. 내성천을 사이로 두 마을이 한 치의 양보도 없었으나 지금은 관내 13개 보건진료소 중 으뜸으로 목욕도 시내보다 값 비싼 온천욕을 택하며 최고만을 추구하고 있어요”

대구 달성이 고향이지만 이제는 당당한 영주시민이라는 곽소장은 남편 서영기(51)씨와의 사이에는 남매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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