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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추천한 ‘나도 화가다’ 주인공 송응남 할머니
  • 영주시민신문
  • 승인 2020.01.23 13:39
  • 호수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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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부터 ‘치매 예방에 좋다’고 그림그리기 시작
그림에 집중하다보면 기억이 살아나고 총기 밝아져

송응남 할머니

얼마 전 휴천2동 지천(至天) 경로당 금석옥 노인회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 마을에 사는 92세 할머니께서 그림을 참 잘 그리신다”며 “영주시민신문에 보니, ‘나도 시인이다’가 나오는 데 이 할머니의 그림솜씨를 ‘나도 화가다’라는 제목으로 소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깜박 잊고 있다가 오늘 ‘나도 화가다’가 생각이 났다.

 

16살 때 울면서 시집간 할머니

지난 15일 오후 지천(송림) 마을 빨간 벽돌집에 사는 송응남 할머니를 찾아 갔다. 할머니가 그린 그림이 방바닥에 그득하다. 옆집에 사는 권채연(82) 할머니는 “송 할머니는 총기도 좋으시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며 “그림은 배운 적이 전혀 없다고 하시는데 우째 이리도 잘 그리시는지 놀랍다”고 말했다.

1929년 장수면 호문2리 토계에서 태어난 송 할머니는 일제 때 장수공립국민학교에 다녔다. 어느 날 송 할머니의 아버지가 “정신대 끌려가느니 시집이나 보내야 겠다”면서 ‘시집’ 얘기를 꺼냈다.

송 할머니는 “시집가기 전날까지 학교에 다니다가 16살(1944) 어린나이에 울면서 시집을 갔다”며 “지금 사는 이 집터에 초가3칸 작은집이 시댁이었다. 시조부, 시부모, 시고모, 시누이, 시동생 등 모두 11식구가 한집에 살자니 먹고 살기 어려운 형편이었다”고 했다. 할머니는 “당시 37살 젊은 시어머님이 16살 어린 며느리에게 밥하고 빨래하고 길삼까지 다 시키니 야속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6.25전쟁이 일어나 남편은 군대 가고, 7년 동안 6.25 전 해(1949) 태어난 아들만 바라보고 살았다. 가끔 친정(토계)에 갔다. 떠나는 날 어머니는 동구 밖까지 따라 나와 눈물을 흘리셨다. 어머니는 어린 나이에 시집보낸 딸을 늘 애처롭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고 말했다.

 

7년전 세상 떠난 우리 영감
눈 감으면 떠오르는 우리 어머니
손자 손녀들
새 그림

그리운 얼굴, 그림으로 그려

송 할머니는 “몇 해 전 큰 아들이, ‘그림을 그리면 치매 예방에 좋다’면서 그림책, 색연필, 물감, 붓을 사다줘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어떤 그림을 그리셨냐?”고 여쭈니 “눈을 감으면 생각나는 얼굴들이 있다. 동구 밖까지 나와 손을 흔들던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봤고, 7년 전 세상 떠난 남편 얼굴도 그리고 아들 딸 손자 손녀 증손자 모습도 그려봤다.

이렇게 옛날 생각을 하면서 그리다보면 기억이 살아나고 총기도 밝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새 그림도 많이 그리셨네요”라고 하니 “새 그림을 그릴 때는 깃털 하나하나 그려야하기 때문에 집중이 필요하다. 또 아들 딸, 손자 손녀 그릴 때는 특징을 잘 나타내줘야 나중에 걔들이 와서 보고 ‘할머니 그림 잘 그렸다’고 칭찬해 준다”고 말했다.

금석옥 회장은 “송 할머니가 젊을 때는 새마을 역군으로 힘차게 마을일을 추진하기도 했고, 집안(의성김씨)의 대소사도 솔선수범하셨다”며 “92세 고령에도 기억력이 좋고 총기가 총총한 것은 좋은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원식 시민기자

영주시민신문  okh7303@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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