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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칼럼] 소 잃고도 외양간을 안 고치는 우리김영애(수필가. 시조시인, 본지논설위원)
  • 영주시민신문
  • 승인 2019.07.05 17:24
  • 호수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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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 강에서 우리 국민들이 관광하던 배가 물속으로 가라 앉아 삼십여 명 이상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었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상황으로 보아 실종자는 곧 사망자로 바뀔 것이란 게 자명했고 이는 한 동안 온 나라를 슬픔에 젖게 했다. 현지에는 안 오던 비가 내려 수위가 높아지고 물살이 세지고 바람마저 불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행되어 보기만 하는 입장에서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이렇게 큰 인명사고가 터졌는데 우리는 그 원인을 어디에서 찾고 앞으로 어떤 점을 시정해야 할까?

분노가 일어나는 상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강보다 폭이 좁다는 강에 그렇게 큰 배를 띄우다니. 어린이들이 세발자전거로 노는 놀이터에 리무진이 돌아다니는 형국이라 지금까지 사고가 없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그런데 그 큰 배는 자기가 작은 배를 물밑으로 눌러놓은 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구조의 노력도 없이 그대로 자기 갈 길을 갔다니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다. 수사가 필요 없을 만큼 명명백백한 인명손실에도 문제의 배가 금방 돌아 가 영업을 한다는 것도, 문제의 선장이 불구속이라는 것도, 지금까지 한 번도 호출이 안 된 것도 우리로서는 참 이해 할 수 없는 그들의 법이다. 확실한 것은 이 무참한 사건이 금방 과거의 일이 되는 것이고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고 끝내는 잊힐 것이라는 거다.

매스컴에서는 사고 당시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나, 입지 않았나가 관심사였는데 나는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센 강이나 메콩 강, 하롱베이 등 몇 나라에서 유람선 승선을 해봤지만 구명조끼를 입어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승선 시간이 짧고 활동에 불편하다는 핑계로 또 설마 하는 마음으로 구명조끼를 권하지 않고 찾지도 않는 관광여행을 해 왔다. 지나간 일이라 애석한 일이지만 승객 모두가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면 상황은 분명 달랐을 것이다.

여행지가 후진국이라서 그렇다는 말이 있지만 이런 일은 국내실정도 마찬가지다. 화면으로 사고 현장을 지켜보면서 바로 며칠 전에 한강 유람을 한 기억이 떠올랐다. 한강 유람선도 구명조끼를 주지 않았고, 달라고 요구할 생각도 못한 채 유람을 했던 터라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런데 문제는 사고 후라고 달라진 게 없었다는 것이다.

다뉴브 강 사고 후에도 서해 보령에서 인근 섬을 왕복하는 배를 탔는데 거기서도 구명조끼를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뉴브 강의 악몽을 보았으니 마땅히 줘야하는데 주지를 않으니 달라고 해야 하나, 참아야하나 망설이다가 유난을 떠는 것처럼 보일까 봐 참고 말았다. 한 시간 반 정도를 구명조끼 없이 항해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배에서는 해설은 들리지도 않을 만큼 밴드소리가 높았지만 아무도 의의를 걸지 않았다. 입고 싶으면 네 것이나 입으라는 말 같고 시끄러우면 네가 위층으로 올라가라는 말 같았다. 소를 잃는 꼴을 보고도 외양간을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 이다지도 못 말리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은 도대체 무얼 믿는 데서 오는 걸까. 생각해 보면 육지에서 안전벨트를 하지 않아도 범칙금이 나오는데 강이나 바다에서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출항이 허락되는 것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말이 안 되는 폐습이다.

항시 사고란 여러 가지 작은 원인이 모여 맞아떨어지면서 생기는 법이다. 현지국가의 경찰이 아직 밝히지 못한 사고의 원인은 많이 있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저질렀을 사고의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너무 싼 여행을 즐긴다는 것이다. 싸게 다녀 온 여행을 싸게 다녀왔다고 자랑삼아 이야기 하는데 별로 좋은 말은 아니다. 해외관광은 ‘돈 지불한 만큼’ 이다. 행선지. 숙박시설, 식사. 차량, 기타 서비스 등에서 알게 모르게 차별이 있고, 같은 목적지에서도 어느 팀은 밖에서만 보고 어느 팀은 내부입장을 하는 차이가 있기도 한다. 당연히 어느 팀은 큰 배를 타고 어느 팀은 오래되고 작은 배를 타기도 한다. 모든 것은 여행사와 가이드의 재량이며 여기에 여행경비가 결정적 요인이 된다는 것은 눈치로 얻은 상식이다.

본사건의 여행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의 보편적인 여행 모습이라는 말이다. 이참에 우리의 여행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어차피 해외관광은 인생에서 멋을 누리는 기간이다. 안 해도 될 관광을 하기로 작정한다면 제대로 쓰고 제대로 대접받고 제대로 관광하는 수준 높은 여행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구명조끼도 주지 않는 배는 승선을 거부해야하고 바람 부는 날 열기구를 타는 계획은 과감하게 취소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가이드의 사명감과 직업의식이 선행되어야 하고 하나 뿐인 목숨을 가진 여행자의 당당한 권리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여행을 말한다. 이미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영주시민신문  okh7303@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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