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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각의 프리즘[131] 꽃에게 묻다권서각(시인·문학박사)
  • 영주시민신문
  • 승인 2019.04.13 09:49
  • 호수 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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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겨우내 무채색의 쓸쓸한 대지가 화사한 표정이다. 부드러워진 땅 속에서 움츠렸던 생명들이 파란 모습을 드러낸다. 냉이, 달래가 고개를 내밀고 밥상 위엔 봄나물이 향기롭다. 나무의 거친 등걸에도 작은 가지에 봄꽃이 얼굴을 내민다. 산수유 매화의 조그만 얼굴이 반갑다. 사람들은 그 봄의 생명들을 만나기 위해 들길을 걷고, 날을 잡아 봄 소풍을 가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자연을 찾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보낸다. 자연에서 배운다고도 한다. 우리는 자연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자연의 질서를 배우는가? 옛 사람들은 아마 그렇게 했을 것이다. 도덕경의 상선약수(上善若水)와 같은 것 말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에서 변하지 않는 성정을 배우고, 담는 그릇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는 것에서 변화의 태도를 배웠을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자연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사회 생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생명체를 그냥 생명체라고 하지 않고 ‘생태적 개체’라 한다. 숲속에 피어 있는 한 송이의 꽃은 저 혼자 겨울을 이겨낸 인고의 시간 끝에 마침내 스스로 꽃을 피운 것인가? 그렇지 않다. 한 송이 꽃이 피기 위해서는 뿌리를 적시는 물과 가지를 스치는 따스한 바람과 발목을 덮어주는 낙엽과 그 낙엽을 거름으로 만들어주는 온갖 미생물들의 도움이 필요했을 것이다.

꽃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눈맛을 상큼하게 하며 벌들에게는 양식을 제공한다. 벌은 양식도 가져가지만 꽃가루를 수정하여 나무의 종족을 보존하게 해 준다. 생태적 개체라는 말 속에는 모든 생명체는 스스로 존재하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생명체와 관계를 맺으며 그 생명을 유지하고 종족을 보존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사람도 대자연에 존재하는 하나의 생태적 개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도 여러 다른 생태적 개체의 도움에 의지해서 살아간다. 땅과 물과 공기가 있는 곳에 터를 잡고 여러 동물과 식물에서 먹을거리를 얻는다.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도 다른 개체의 도움이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가 자연에서 배운다는 것은 인간도 제 혼자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깨달음을 얻는 것은 아닐까.

우리사회는 극단적 경쟁사회다. 경쟁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모든 것이 자신의 능력과 노력이 뛰어나서 그리 되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경쟁에서 실패한 사람은 능력이 없거나 성실하지 못해 그리 된 것이므로 그의 실패는 그만의 탓이라 여긴다. 그렇지 않다. 사람 사는 세상도 생태계와 다르지 않다. 성공한 자는 저 혼자 잘나서 그리 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그리 된 것이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꽃이 저 혼자 핀 것이 아닌 것처럼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도 저 혼자 잘나서 그리 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 주어서 고맙다고 입으로만 말하지 말고 자연에 가서 꽃이 어떻게 해서 피었는가, 왜 그토록 아름다운가 물어보아야 할 것이라.

영주시민신문  okh7303@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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