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탐방[138]순흥면 읍내2리

읍내2리 전경

국조신(三神)·순흥안관을 모신 비봉산 본당
충절의 상징 금성대군을 모신 두레골 상당

읍내2리 가는 길
영주 서천교사거리에서 회헌로를 따라 장수고개-동촌-율림-봉서루를 지나 순흥면소재지로 들어서면 도로 우측으로 길게 늘어선 마을이 읍내2리다.

순흥부 때는 ‘아신동(衙薪洞)’으로 한 마을이었으나 일제(日帝) 때 신작로가 나면서 동쪽을 동부, 서쪽은 서부로 나누어, 서부는 읍내1리가 되고 동부는 읍내2리가 됐다.

지난 9일(정월 13일), 11일(정월대보름날) 읍내2리에 가서 양영철 이장, 김낙임 좌상, 이우식 본당주인, 박영길 축관 그리고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순흥초군청 양대 성황제의 유래와 전설을 듣고 왔다.

1940년대 읍내2리

역사 속의 읍내2리
읍내리 지역은 1413년(태종13년) 조선의 행정구역을 8도제로 정비할 때 ‘순흥도호부’가 되었으며, 그 후 면동(面洞)으로 행정구역을 개편할 때 대평면(大平面) 아신동(衙薪洞)이 됐다.

현 읍내1,2리 지역은 순흥도호부 관아가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관청 아(衙)자를 써 ‘아신동(衙薪洞)’이라 했다고 한다. 세조3년(1457) 이보흠과 금성대군이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가 실패함으로써 폐부되었다가 225년만인 숙종 9년(1683)에 다시 순흥부로 복설되어 부사가 다시 부임하게 됐다.

조선 후기에 와서 1896(고종 33)년 조선의 행정구역을 8도제에서 13도제로 개편할 때 순흥부가 순흥군으로 격하되면서, 순흥군 대평면 아신리가 됐다.

1914년 일제가 행정구역을 통폐합할 때 ‘순흥군, 풍기군, 영천군을 영주군으로 통합하고, 순흥군의 대평면과 내죽면을 통합하여 순흥면이라 했다. 또 대평면의 아신리, 성하리, 사현정리를 읍내리로 통합함에 따라, 영주군 순흥면 읍내2리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비봉산 본당 성황제

비봉산 본당 성황제
순흥에는 큰 성황당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비봉산 기슭에 있는 본당이고 또 하나는 두레골에 있는 상당이다. 순흥초군청 성황제는 정월 초3일 제관 선정부터 13일 본당제, 14일 상당제, 대보름날 면민 음복연까지 장장 13일간의 대장정이다. 그래서 긴 제의(祭儀) 과정 중 특별한 부문만 간추려 싣고자 한다.

정유년 순흥초군청 양대 성황제 제관은 상당주인에 김낙임(66) 초군청 좌상, 본당주인에 이우식(56) 씨, 헌관에 양영철(66) 이장, 축관에 박영길 씨가 선임됐다.

지난 9일(음. 정월 13일) 아침 6시 50분경 기자가 비봉산 본당에 오르니 김낙임 초군청 좌상께서 “샘에 가서 세수하고 오라”고 했다. 목욕재계하고 오라는 뜻이다. 기자는 당 뒤 옹달샘으로 가서 바가지로 물을 퍼서 세수하고, 확인을 받은 뒤 금줄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당 안은 어두컴컴했다. 북벽에 모셔진 신위는 왼편에 삼신당신위(三神堂神位)가 있고, 오른편엔 순흥안관성황신위(順興安官城隍神位)와 그 좌우에 동배위신위(東配位神位)와 서배위신위(西配位神位)가 있다. 또 그 우측에 술할미돌이 있다.

초군의 모습

삼신(三神)은 우리의 국조이신 환인(桓因), 환웅(桓雄), 단군(檀君)이다. 그러면 ‘순흥안관성황신위는 누구실까?’ 송지향의 영주영풍향토지에 보면 “순흥안관은 금성대군과 더불어 정의의 제단에 희생된 이보흠 부사일 듯 짐작된다”면서 “안관(安官)이란, 고려말-조선초 때 지방장관을 안찰사(按察使)라고 불렀는데 안찰사를 안관이라고도 했다”고 썼다.

향토지는 또 “이보흠 부사는 순흥 사람들의 영원한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며 “부사와 뜻을 함께하다 희생된 호장과 아전들의 넋도 함께 모시고 있다”고 썼다.

비봉산 본당 제의는 금줄치기와 부정풀기를 한 후 먼저 산신제를 올리고 나서 본당 성황제를 지낸다. 제례 순서는 순흥지방 기제사 순서에 따르고, 제례 후 소지를 올린다. 소지는 대통령에서부터 도지사, 영주시장, 순흥면장, 기관단체장, 개인소지 순으로 올리는데 30분 정도 소요된다.

음복을 하면서 이우식 본당주인은 “본당 성황제는 민족 신앙의 대상인 국조신(國祖神)을 모신다는 것과 정의를 지키려다 희생된 의인의 영(靈)을 모신다는 점이 일반 성황당과 다르다”고 말했다.

박영길 축관은 “신위 우측에 순흥부 때부터 내려오는 큰 바가지만한 돌이 있는데 이 돌을 ‘술할마시’이라고 부른다”며 “이 돌에 술을 부으면 일년내내 술이 많이 생긴다는 전설이 있다”고 하여 한바탕 웃기도 했다.

두레골 금성대군 혈석

두레골 상당 성황제
두레골 상당은 금성대군 혈석을 모시는 성황당이다. 초군청 도가에서 두레골 상당으로 출발하는 시각은 정월 14일 새벽 3시경이다. 참기름 종짓불(성화라고도 함)을 선두로 좌상차, 어른(牛)을 모신차, 제관차, 참제자차 순으로 출발한다.

우정녀(62) 상당부인, 조유복(75) 본당모친, 전영자(62) 제관부인 등은 정수를 떠 놓고 성황제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도록 제례 행렬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절하고 빈다. 제례 행렬은 교회종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이동해야 한다. 두레골은 소백산 국망봉 동남쪽 아래 왕산 서쪽 계곡에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단산면 단곡3리이다.

이날 밤 영하 12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였다. 깜깜한 새벽에 두레계곡에 도착한 제례행렬은 화톳불을 피우고, 개울의 얼음장을 깨고 들어가 목욕재계한다. 그리고 상당에 도착할 무렵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제당에 들어선 상당주인은 먼저 바가지 물에 솔가지를 적셔 뿌리면서 ‘부정풀기’를 한다.

날이 밝으면 사제관(四祭官)은 ‘새앙’을 짓고, 집사들은 희생제의인 ‘제물돋우기’를 한다. ‘제물돋우기’란 양반으로 모셔온 소를 잡는 일이다. 현대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면도 있으나 신(神)과 제물(祭物)이란 측면에서 이해해야 될 것 같다. 좌상은 소 한 마리 제물을 상당 신위 전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소지 올리기

김낙임 좌상은 “두레골 상당 제의는 어른모시기, 얼음장목욕, 새앙올리기, 소한마리를 제물로 올리기 등은 어느 고장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한국 유일의 성황제로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새앙이 뭐냐?”고 여쭈니 양영철 제관은 “놋쇠로 만든 작은 솥을 새옹이라 하고 새옹에 지은 밥을 새앙이라 한다”며 “새앙은 초군(나무꾼)들의 산신각 전설에서 나온 이름”이라고 말했다. 열나흗날 밤 달이 상당 앞 소나무에 걸리면(보름날 子時) 제사를 올린다. 김낙임 좌상이 초헌을 올리면 박영길 축관이 축을 읽는다.

“維歲次 丁酉正月乙卯朔十五日己巳 義城金洛林敢昭考于 小白山頭來谷神靈謹以仰告 端宗朝忠臣錦城大君貞愍公 節義忠節餘萬古綱常 順興都護府樵軍恭伸奠獻 尙饗. 유세차 정유정월을묘삭 십오일기사 의성 김낙임 감소고우 소백산두레골신령근이앙고 단종조충신금성대군정민공 절의충절여만고강상 순흥도호부초군공신전헌 상향”하고 고했다. 이어 아헌례와 종헌례 후 소지를 올린다.

양대 성황제 제관

읍내2리 사람들
정월대보름날 아침 순흥면 사람들은 모두 도가(마을회관)에 모여 음복연을 연다. 장욱현 시장, 김한영 순흥면장, 이규덕 시의원, 손병연 노인회장, 김광성 총무, 유흥준·황시준 전 좌상, 면기관단체장 등 많은 분들이 음복을 함께했다.

장욱현 시장은 “초군청 양대 성황제를 성황리에 마쳐 순흥부와 우리고장에 큰 축복이 내릴 것 ”이라며 “김낙임 좌상님과 제관님, 제관부인님들, 노인회장님, 이장님, 부녀회장님 등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유흥준(80) 전 좌상은 “전에는 정월 16일날 동부와 서부가 줄다리기를 하면서 마을의 화합과 단결을 다짐했다”며 “지금은 원형이 퇴색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18년동안 좌상과 헌관을 역임했다는 손병연(76) 전 좌상은 “순흥 성황제는 국조와 순흥안관 그리고 금성대군을 모시는 성황제”라며 “국태민안과 순흥부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축제”라고 말했다.

수령 600년 은행나무

도가 작은방에는 유달영(93) 할머니, 임수원(91) 할머니, 오홍순 부녀회장 등 여러분들이 덕담을 나누고 계셨다. 유달영 할머니는 “예전에 양반모시고 두레골 갈 때 산길로 삼십리길을 걸어서 갔다”며 “제물은 지게로 지고, 양반 송아지는 업고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유복(75) 본당주인 모친은 “1년 행사 중 가장 큰 행사가 양대성황제”라며 “나라의 태평성대와 순흥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라고 하면서 음복을 권했다. 도가에서 나와 양영철 이장과 돌담길을 걸었다.

양 이장은 “6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마을의 상징”이라며 “읍내2리에는 소수중학교, 관란대와 유복소, 돌담길, 차부자 고택, 순흥양조장 등이 있으며, 80여호에 200여명이 산다”고 말했다.

이원식 시민기자

차부자 고택
관란대

 

<순흥면 읍내2리 마을 사람들>

양영철 이장
손병연 노인회장

 

김낙임 좌상
이우식 본당주인
박영길 축관
우정녀 좌상부인
전영자 제관부인
유달영 할머니
임수원 할머니
강광성 노인회 총무
조유복 씨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