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A카페.

K가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다.
세 번째의 휴대폰 벨이 울린다.

K : 여보세요 !
목소리 : 나야, 지금도 그 술집이야 ?
K : 응...
목소리 : 그래. 어~~~, 그런데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누구야 ?
K : 여자? (자신만만하게) 아, 옆 테이블에서 들리는 소리야 !
목소리 : (여전히 미심쩍은 듯) 그래?..... 딴 짓 하지마. 자기 들어갈 때까지 나 안자고 기다린다.
K : 알았어. 집에 들어가서 전화할께.

◈ 같은 시간 동경의 B카페.
C가 친구들과 같이 술을 마시고 있다.
C는 여자친구 X와 통화 중이다.

◈ 같은 시간 동경의 D카페.
C의 애인 Y가 역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다.
Y는 남자친구 Z와 통화 중이다.

나는 1년에 2번, 구정과 추석 명절에 한국을 간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내가 일본 물 좀 먹고 있다고 친구녀석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 중의 하나가 이것이다.

당연(남자니까)하고, 음흉한(유부남들이니까) 질문.

"야, 일본 여자들이 정~말 괜찮냐?"

흠..... 나는 알 듯, 모를 듯 묘한 미소만 짓는다. 마치, 숨겨 놓은 무슨 엄청난 이야기라도 있는 듯.... 그러면 그 옆에 있던 성질 급한 친구녀석이 참지 못하고 또 재촉을 한다.

"정말 그래?"

"음, 글쎄..... "
" 야, 그런 얘기는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해야하는 거 아냐? 맹숭맹숭하게 뭐 얘기가 되겠나?"

아마도, 10명 중의 8명은 나를 꽤나 괜찮은 술집으로 모시고 갔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다음은 뻔하다.
나에게서 나올 만한 그럴듯한 무슨 엄청난 이야기는 없기 때문에......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일본생활을 하면서 일본여자와 그 흔한 사랑 한번 해보지 못한 것이 나의 변변치 못한 주변머리다. 그렇다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남들이 하는 만큼만 하는 데도 그럴 여유를 가져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당 개 삼 년이면 뭐도 한다고 그동안 보고 들은 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곳 일본 땅에서 이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살아보니까 그래도 나는 "한국 여자들이 참 괜찮더라"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예로 든 서울과 동경 이야기는 재미있자고 써 본 과장이 섞인 나의 픽션이다. 전혀 황당무계한 이야기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연인 사이에도 '나는 나, 너는 너'라는 개인주의적 생각이 강한 것이 일본식 사고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남녀가 데이트를 해도 데이트 비용은 반반씩 부담해야하는 것 -그러나 20代 여성을 상대로 한 어느 여론조사에 의하면, '첫 데이트 때 가장 싫었던 남자 베스트 3' 안에 첫 데이트임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반반 부담하자고 말하는 남자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을 당연시하면서도 나는 예외이기를 기대한다.

또한 나의 성적 자유분방함은 인정하면서도 상대방의 성적 자유분방함은 도저히 용서하지 못하는 이기적 태도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우리라고 해서 크게 예외는 아니겠지만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는 말이다. 행동은 서구화요, 사고는 동양화라는 문화적 충돌에 의한 가치관의 혼란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일본은 철저한 서구 지향적 사회다.

대미 종속적이랄까.... 서구의 아류라고 할까.... 오죽 했으면 민족 개종의(?)의 일환으로 서양 사람들과 결혼하는 것을 공공연히 장려하고 정략적으로 활용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동양적인 정서와 사고까지도 철저히 서구화하지 못한 것이 때로는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제 서서히 동양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내 주변의 일본 남자들은 한국 여자들을 참 좋아한다. 소개시켜 달라는 부탁도 종종 받는다. 한국 여자들은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일본 여자들은 참 귀엽다-내 생각에)가 대다수지만, 요즘 일본에서 한국 것에 대한 찬사와 동경은 상상을 초월한다.

내가 아는 어느 일본인 친구는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지금 일본 사회는 희망이 없다. 모두들 하고자 하는 의욕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희망이 없는 사회에서 그래도 희망을 찾아야 한다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서 찾고 싶다.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일본에 와서 자신감과 열정으로 일본사회에 변화를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본도 한국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월드컵의 영향이 크다.

아마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서구의 자유주의는 책임이 동반되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인데, 책임과 동떨어진 자유는 방종이었음을 이제 그들은 느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에 비해서 한국 여자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임을 -때로는 구속과 확인- 느끼고 인정 받으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나는 나, 너는 너' 식의 사랑보다는 항상 확인하고 느끼려고 하는 그래서 때로는 다소 엽기적이기까지한 한국 여자들에게 더 많은 애정이 간다, 나는.

그리고 생각한다.

그게 '사랑하기 때문' 아닌가 하고....

여보게, 친구들!
한국 여자들이 정~말 괜찮다네!
있을 때 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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