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봉성장날

- 권달웅

닷새마다 찾아오는 봉성장날은

북적거리는 장꾼들만큼

왁자한 소고기국밥 냄새가

는개처럼 자욱했다.

 

마지막 수업시간이 끝나자마자

침 묻혀 쓰던 몽당연필 달각거리는

책 보퉁이를 둘러메고

까불대는 비비새처럼 날아갔다.

 

농기구 좌판 거쳐 건어물전 거쳐

엿장수 가위 소리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어머니는 나에게

엿 한 가락을 내밀었다.

 

콩 서 말을 팔아서 산

간고등어 한 손은 내가 들고

호미 세 자루 미역 한 오리 양미리 네 두릅은

어머니가 이고

 

남은 돈이 맞는지 다시 셈해 보면서

돌아오는 길에는

떼 찔레꽃이 어머니 환한 웃음소리처럼

하얗게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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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낯익은 지명이다 싶어 살폈더니 시인의 고향이 봉화이다. 닷새마다 서는 봉성장날에 콩 팔러 나온 어머니를 찾아 나선 어린 시인의 발걸음이 얼마나 가볍고 날랜지 ‘까불대는 비비새처럼 날아갔다’고 한다. 그런 아들이 얼마나 대견하고 사랑스런지 어머니는 조르지 않아도 ‘엿가락을 내밀었다’ 그것은 장날에만 누리는 호사 같은 것이리.

먼 길을 걸어 혹은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산 넘고 물 건너, 이고 온 콩 서 말 판돈으로 간고등어와 양미리와 미역 한 오리를 사고 내년 농사를 위해 호미도 샀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모자가 짐을 나눠들고 돌아오는 길이 눈앞에 그림을 그린 듯 선한데 그 고단한 길에 어머니가 찔레꽃처럼 환한 것은 어린 아들을 앞세우고 걷기 때문일 테고 모처럼 바다에서 나는 비린 것들로 차려질 식구들 저녁상을 생각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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