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브레멘으로 가는 거야-허수경

우리 브레멘으로 가는 거야
죽음을 당하기 전에
브레멘으로 가면 뭐가 있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곳에 가면 음악대에 들어갈 수는 있다고
늙은 나귀가 말했지

브레멘이라고 들어봤어?
그곳은 어디에 있나?
그곳이 있기나 하나?

더 이상 죽음 없이 견딜 수 있는
흰 시간은 오지 못할 걸
이 세계에서 가장 빛이 많은 곳에
가장 차가운 햇빛은 떨어지고
죽음보다 조금은 나은 일들이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네
우리 브레멘으로 가는 거야
이 세계에는 없는 곳으로 가는 거야
나귀와 개, 고양이와 수탉이 되어
주야장천 붉은 음악에 몸을 흔들면서
없는 곳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다가

도둑의 집 그 심장 속에서
음악을 허겁지겁 집어 먹으며
물어보는 거야
아니, 브레멘이라는 곳은 도대체
있는 거요, 없는 거요

-------------------------------------------------------

‘브레멘 음악대’는 독일에서 전해지는 설화를 바탕으로 그림형제Grimm가 편 동화책입니다. 평생 주인에게 충성하였지만 늙어 학대를 당하게 되자 주인으로부터 도망친 나귀, 개, 고양이, 수탉이 브레멘Bremen으로 가서 음악대에 들어가자며 길을 떠납니다. 가는 도중 도둑의 집을 발견하고 서로의 등에 올라타 소리를 지릅니다. 괴물로 착각한 도둑들이 도망치자 네 동물은 그 집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처음 목적한 브레멘엔 가지 않습니다. 바탕이 동화이기에 동화를 알고 시를 읽으면 훨씬 쉽게 시가 다가옵니다. 그들이 가지 않는 독일 브레멘엔 네 동물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현재 도시 곳곳에 아주 많이 있고 실제 브레멘 시에서 운영하는 ‘브레멘 음악대’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아니, 브레멘이라는 곳은 도대체 있는 거요, 없는 거요’ 마지막 행이 오래 가슴에 남습니다. 지금 당장 캐리어를 끌고 브레멘으로 가고 싶습니다. ‘이 세계에서 가장 빛이 많은 곳에 가장 차가운 햇빛은 떨어지고 죽음보다 조금은 나은 일들이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