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해설가 김옥선 씨

지천에 피어나는 꽃들 궁금해져
자연에 관심 갖고 공부 시작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자세히, 오래 들여다보려면 멈추어야 하고 모든 대상을 향해 열려있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몸을 낮춰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간다면 우리는 모두가 서로에게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일 것이다.

우리 가까이에 풀꽃처럼 소박하게 은은한 향기로 주위를 물들이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희어가는 머리칼을 소중히 빗질할 줄 알고 이미 주어진 모든 것들에 감사할 줄 아는 숲 해설가 김옥선씨(56세)가 그렇다.

▲ 뒤늦게 맺은 숲과의 인연
“어찌 보면 참 재미있는 세상인데 우리들은 이미 주어진 것들에게서 참다운 재미를 못 느끼며 살아가는지도 몰라요. 욕심으로 뿌옇게 가려진 것들을 걷어 내야지요. 그러면 그냥 그대로 주어지는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행복을 안겨주는 것 같아요. 사실 살아가면서 ‘좋다’라는 말을 몇 번 못하게 되는데 숲에 가면 ‘아, 좋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지요”

숲 해설가 김옥선씨는 구미가 고향이다. 영주에 살게 된지는 20년이 됐으며 오래전부터 남편의 사업을 도와주고 있다. 50세가 되면서 새로운 일을 찾던 김씨는 숲 해설가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태백에 있는 숲 해설가 양성교육기관을 다니며 공부를 시작했다.

산림치유지도사 자격증과 유아숲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현재는 ‘소백산자락길’에서 숲 해설가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주시내 아파트에 살다가 남편 사무실 옆에 있는 작은 주택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아침이면 새소리가 들리고 마당 가득 꽃이 피어나는 주택에 살면서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한적한 마을의 주택에 살면서 지천에 피어나는 꽃들의 이름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김씨는 영주시농업기술센터의 야생화 산야초 교육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자연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다보니 점점 빠져들게 됐고 숲 해설가까지 된 것이다.

▲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시골에서의 삶
자연 속에서 삶의 풍요로움을 찾은 김씨는 꽃차 만들기를 좋아하고 진달래 꽃잎으로 술도 담그며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긴다. 클래식기타와 오카리나를 시작한지도 10년이 넘었고 국선도를 시작한지도 3년이 됐다.

“이것저것 배우다보니 숲에서 요긴하게 쓰여요. 숲에서의 명상이나 호흡도 좋고 오카리나를 불면 새들이 날아와서 화답을 해줍니다. 연주를 잘하든 못하든 숲에서 오카리나를 불어주면 사람들도 참 좋아하지요”

이렇듯 자연을 좋아하고 혼자 지내는 시간을 즐기는 김 씨는 나이가 들면 시골에 들어가 살겠다는 작은 꿈도 실천에 옮겨 지금은 안정면 봉암리에 있는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다.

“요즘 세상이 시끄럽고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데 그럴수록 사람들이 자연을 자주 접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골에서의 생활이 너무 좋아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요”

▲ 숲 체험 통해 저절로 자연의 소중함 느끼게 돼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며 다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김 씨는 늘 겸손한 자세로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한다. 이 모두가 숲에서 치유 받고 위안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숲을 어떻게 해설하겠어요. 숲 해설가는 지식적으로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것들을 느끼고 관찰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새소리와 뺨을 스치는 바람결, 초록의 싱그러움과 풀 냄새 등 오감체험을 하며 심신이 안정됨을 느끼게 되지요. 이러한 숲 체험을 통해 우리는 자연의 소중함을 저절로 느끼게 되며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까지도 하게 되지요. 그래서 인성이 형성되는 유아기의 숲체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숲 해설가로 활동하며 솔방울이나 씨앗, 밤송이와 나무껍질 등 자연에서 저절로 얻어지는 모든 것이 소중하고 귀한 재료라고 생각하게 된 김 씨는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저는 목소리도 작고 체력도 약해서 앞에서 이끌어 가기보다는 뒷받침해주는 역할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숲 해설가들이 활동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교재와 교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숲에 대해서도 더 깊이 공부하고, 숲에서 할 수 있는 만들기 체험, 놀이들도 체계적으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영주는 유교문화와 부석사의 불교문화, 소백산이라는 산림문화가 어우러지는 축복받은 고장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더욱 관심과 애정을 갖고 노력한다면 우리지역만의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미경 프리랜서 기자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