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압화

-김 솔
 

지는 것도 서러운데 짓눌려야 하는가
소리 나는 대로 나는
아파

아늠, 어루만져줄
햇살이
다정한 눈길이
저만치서 글썽거리는데
부는 바람에라도 나는 흩날려, 당신 곁으로 갈 수가 없다

시들기 전에 눌린 꽃
눈물은 마르고 눈물자국만 남아
시(詩)가 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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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푹푹 찌는 날씨는 습기를 머금고 있어 불쾌지수가 높다. 지난 주말 시원한 곳을 찾아 숲으로 갔다가 길 숲에서 네잎클로버를 찾았다. 반가운 마음에 책갈피 사이에 잘 펴 넣고 책을 덮어 말린다. 말린 네잎클로버 잎은 코팅을 해서 친구에게 선물도 하고 책에 꽂아 읽다 만 페이지를 표시하기도 하고 지갑에 넣고 부적처럼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생각해 볼 일이다.

꽃이나 잎을 누르거나 말려 강제로 수분을 제거하고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압화라고 한다. 사람들 언어로는 압화지만 꽃의 언어로 보면 아파가 되는 것을 시인은 알아차린 것이다. 아늠(볼살)을 만져주던 햇살도 바람도 느낄 수 없고 책 사이에서 눌려 마르는 꽃의 절규, 꽃이 다 말랐을 때 쯤 책장을 펼치면 책에 번져있는 꽃물은 곧 꽃의 눈물. 끝내 마른 꽃은 지지 않고 바스락! 부서진다. 시인의 착한 눈길이 여기에 오래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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