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취재]– 농촌 경관·문화적 자산, 농업의 가치를 살린다

농산물 생산 기능만을 담당했던 농업 농촌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존의 생산기능에 더해 각종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도시 소비자를 농촌으로 끌어 들이고 있는 것이다. 체험과 관광을 위해 농촌을 찾는 도시 소비자들은 머무는 동안 숙식은 물론 농산물을 구매함으로써 농촌의 새로운 소득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전국의 농촌지역 지자체는 농어촌 체험마을과 경관농업, 그린투어리즘 등의 활성화를 통해 도시 소비자의 발길을 이끌고자 새로운 농촌 가꾸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경북지역 4개사(성주신문, 경주신문, 경산신문, 영주시민신문)는 국내외 사례에 대한 취재를 통해 아름다운 농촌 경관을 가꾸고 농민들의 소득도 보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영주지역의 경관농업 그리고 농업문화 자산
2. 사람을 불러모으는 경관농업(고창군의 청보리 농장과 보성의 녹차단지)
3. 지역경제를 살린 경관농업(춘천시와 평창 봉평 메밀꽃 단지)
4. 마을을 살린 경관농업과 농업문화자산(경남 남해 다랭이마을, 하동 꽃천지마을)
5. 해외사례-농업선진국 네덜란드의 경관농업
6. 해외사례- 농부의 삶과 닮아 있는 독일의 경관농업
7. 종합 제언-아름다운 농촌을 만드는 경관농업의 가치를 주목하라

 

‘경관보전직불제’ 시행 13년째, 우리고장은 ‘미비’
부석사 소수서원 주변 연계 경관농업 활성화 필요
지역 농업문화유산도 발굴해 관광상품화 해야

현재 우리나라는 농협과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기 위한 국민공감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란 농업과 농촌은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 이외에도 농촌경관 및 환경 보전, 수자원 확보와 홍수 방지, 생태계 보전, 지역사회 유지, 전통문화 계승 등 다양한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 중에서 농촌경관 및 환경보전 즉 ‘경관농업’은 농작물의 자라는 모습이 주변 풍경과 어울려 만들어 내는 경관이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어 경제적인 이득을 창출하는 농업 형태를 말한다. 넓은 논과 밭에 심겨진 유채꽃이나 청보리, 양떼목장, 식물원이나 수목원도 경관 농업에 포함된다.

경관 농업은 농촌의 자연스러운 특징을 살리는 농업으로, 농촌체험 프로그램과 같은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다. 경관 농업를 통해 지역 특산물 판매 증대, 관광 수입 증대, 주민 취업 기회 확대 등 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특히 생산 중심의 먹거리 농업을 소비자 중심의 볼거리 농업으로 폭을 넓힌 것이어서 소득창출의 기반이 되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 넣게 되는 저비용 고효율의 농업 형태로 인식되고 있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소비자들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감동이나 웰빙 상품을 원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소비자 기대에 부흥하는 것이 바로 경관농업의 요체이다.

▲우리나라와 경북도의 경관농업 현주소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지방자치단체와 마을간 협약을 체결하고 농지에 경관작물을 재배할 경우 소득 손실액에 대한 보조금(경관작물 ha당 170만원, 준 경관작물 100만원, 마을경관보전활동비 15만원/ha)을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경관보전직불제’가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경관농업의 사례로는 ‘고창 청보리밭 축제’, ‘봉평 메밀꽃 축제’, 제주도의 ‘유채꽃 단지’ 등이 있다.

그러나 전국 광역시도 중 면적이 비교적 넓은 경북도는 경관보전직불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농가들의 외면과 무관심으로 인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정책 시행초기에는 도내 많은 시군들이 참여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의미가 퇴색되고 변질돼 농업인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동계작물 밭농업직불제·경관보전직불제 신청내용의 적합여부를 점검한 결과 점검대상 농지의 30.2%인 80.4ha가 부적합 신청으로 확인된 것이 이를 반증해준다. 올해 경북도청의 경관보전직불제 예산이 고작 1억 원(67ha)이 조금 넘는 것도 이같은 현실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경북도내에서 ‘경관보전 직불제 사업’ 초창기부터 10년 넘게 꾸준히 농촌관광 활성화에 한몫을 하고 있는 곳은 포항시 대보면 호미곳(유채), 예천군 용궁면 회룡포마을(유채),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메밀) 등 몇 곳에 불과하다. 이들 경관보전 지역에는 그나마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소득도 증가해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포항 호미반도 농지에 30ha의 경관농업 단지에는 포항시가 자체예산 5억 원을 투입해 5월 상순에 봄 작물인 메밀을, 가을 후기작으로 유채 등을 파종한다.

봄에 파종한 메밀은 7월경에 꽃을 피워 여름바다를 찾는 관광객에게, 가을에 파종한 유채는 이듬해 4월에 꽃을 피워 호미곶돌문어축제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쌀 생산 기반인 논에 대체작물로 꽃과 원예작물을 재배하는 경관농업은 쌀 공급과잉 및 재고증가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아름다운 농촌경관을 관광자원화 함으로써 지역축제 등과 연계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지역은 지형적 여건으로 여름에도 서늘해 쌀 재배의 어려움으로 농업인들의 고충이 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포항시는 경관농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일본 북해도 라벤더 꽃 단지와 강원도 평창군 메밀단지를 벤치마킹해 단지 내 농가와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간담회, 사업설명회 등을 통한 설득 끝에 대대적인 경관농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한다.

전국적인 경관농업 재배면적은 시행초기인 2005년 470ha였지만 10년이 훌쩍 지난 현재(2017년) 1만4천 500ha로 크게 늘었다. 농가수 또한 2005년 763농가에서 1만 1천 861농가로 늘었고 예산은 6억원에서 115억9천2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마을단위 참여도 꾸준히 늘어 최고많을 때 였던 2009년엔 939개 마을이 경관농업에 도전했으며 현재 601개 마을이 참여하고 있다.

▲영주시의 경관농업과 농업유산 보존의 현실
농촌사회와 전통문화 보전에 대한 관심 또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도농복합도시인 영주시는 소수서원과 부석사 등 아름다운 문화재가 많다. 우리 전통 건축은 자연과 동떨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 농촌사회와 자연경관이 어우러지도록 건축물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히 건축물 자체만 보존하는 게 아니라 주위 경관까지 함께 보존해야 한다.

가령 부석사를 올라가는 길 양옆에는 과수원이 즐비하게 있어 가을이면 빠알갛게 익은 사과가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수원의 아름다운 경관조차 농업소득 창출의 소재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영주농업의 현실이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부석사와 향후 등재될 소수서원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조성은 필수적이다.

관광산업이 발달한 독일이나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 여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농촌마을은 그저 나온 것이 아니다. 스위스 농민은 친환경적인 농업생산과 아름다운 자연경관 보전 등 농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대신 국가로부터 직불금을 받는다. 헌법에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천명하고, 정부가 직불제를 통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제공하는 농민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불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고장 영주는 2009년 문수면 탄산리 술미마을에 메밀단지가 조성되기도 했지만 현재 경관보전 직불제 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곳은 한곳도 없어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인이 해당 지역의 환경·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형성시켜 온 유형·무형의 농업자원 중 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농업유산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 관리해오고 있지만 우리고장의 풍기인삼이나 사과 등은 농업유산 등재를 검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충남 금산의 전통인삼농업이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운영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등재된 것과 대비된다. 2002년부터 세계적으로 독창적인 농업 시스템, 생물 다양성과 전통 농업지식 등을 보전하기 위해 세계중요농업유산 제도를 운영 중인 FAO는 현재 20개국 50여 개 지역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산도 구들장 논농업, 제주 밭담농업, 하동 전통 차 농업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경관농업 대상품목과 추진절차는
농업이 간직한 기능은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능 중 경관을 아름답게 가꾸고 보전하는 기능에 많은 지자체들이 앞장서고 있다. 아름다운 농촌풍경은 우리의 향수를 자극해 찾아가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경관을 조성하는 작물들이 경관보전 직접지불대상이 된다.

경관보전직접지불제는 농촌의 경관유지 및 개선을 위해 마을별로 작물식재 및 경관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시장·군수와 협약을 체결해 경관작물을 재배할 경우 경관작물 170만원(ha), 준경관작물 100만원(ha), 마을경관보전활동비 15만원(ha)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자체가 지역별 특성을 감안해 추가 지원이 가능하다. 경관작물은 구절초, 국화류, 꽃양귀비, 꿀풀(하고초), 달맞이꽃, 라벤더, 메밀, 유채, 자운영, 코스모스, 해바라기, 헤어리베치, 감국, 안개초, 끈끈이대나무, 백일홍, 설악초 등이며 준경관작물은 밀, 보리(겉보리, 쌀보리, 맥주보리, 청보리 등), 연꽃, 이탈리안라이그라스, 호밀 등이다. 이들 작물 외에 다른 작물을 추가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농업경영체에 등록한 자로서 경관보전보조금 지급대상 농지에서 경관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 또는 농업법인이 지원대상이며 경관작물 식재면적이 마을단위(지구) 및 필지별로 집단화 된 농지(경관작물 2ha이상, 준경관작물은 10ha이상 집단화)여야 한다.

2013년부터 지정하고 있는 국가중요농업유산은 오랫동안 형성시켜 온 유형·무형의 농업자원 중에서 보전할 가치가 있는 농업자원을 지정해 농촌가치 창출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국가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을 사업대상지로 유산자원의 발굴, 보전관리 및 활용을 위한 예산을 3년간 15억원(국비 10.5억)을 지원해 체계적인 보전관리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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