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회헌 안향 선생 및 후학 선양 학술대회
‘난세에 처한 선비의 현실인식과 실천정신’ 주제

▲학술대회에 참가한 교수진들

“영주는 조선시대 정신문화의 핵심적 위상을 차지한 곳이다. 지금 영주가 선비문화를 새롭게 되살려 햇빛을 보게 하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다. 특수한 지역문화는 그 특수성의 정도에 따라 곧 세계문화로 진출하는 것이 오늘날의 추세이고 이점을 감안하면, ‘영주의 선비문화’가 비록 묵은 것일지라도, 되살려 내는 능력 여하에 따라 ‘세계 문화’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크다”

율곡연구원 윤사순 이사장(고려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말이다.
윤 이사장은 ‘2017 회헌 안향선생 및 후학 선양 학술대회’의 기조강연에서 영주가 가진 선비정신의 가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동양대(총장 최성해) 한국선비연구원이 주관한 2017 회헌 안향선생 및 후학 선양 학술대회’가 ‘난세에 처한 선비의 현실인식과 실천정신’이란 주제로 한국선비문화축제 둘째 날인 지난달 27일 소수박물관 2층 별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최성해 총장은 개회사에서 “우리의 선비정신은 역사적으로 난세에 위기에 직면할수록 더욱 그 빛을 발휘했다”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불의에 굴하지 않고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 영주지역 선비들의 고귀한 정신을 밝히고 계승하는 것이 후손들의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기조강연에서 윤 이사장은 ‘이 시대 선비의 사회적 가치’에서 선비정신의 핵심이 의리정신에 있음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고, 성균관대 신정근 유학대학장은 ‘회헌 안향의 현실인식과 실천정신’에서 혼란한 시기에 국가의 질서를 바로잡으려 노력한 안향의 실천적 교육정신을 높게 평가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안동대 한문학과 신두환 교수는 ‘선비정신의 사상적 기저와 현실대응 논리’에서 “목숨을 걸고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선비들의 상소문에 내재된 문학적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학술대회 참가자 모습

나머지 세 편의 주제발표는 영주시와 동양대 한국선비연구원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영주선현문집 번역사업’의 결과물로 출판된 이여빈의 ‘취사집’, 권두문의 ‘남천집’, 정지성의 ‘문암집’의 내용을 논문으로 발표해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영주선비의 자료를 발굴, 그 가치를 본격적으로 조명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이번 학술대회의 토론은 박영호 교수(경북대 한문학과)가 좌장으로 진행을 맡고, 권석창 교수(대구대 겸임), 김성진 교수(부산대 한문학과), 임태홍 연구원(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이형성 교수(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가 지정토론자로 참여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권석창 교수는 선비정신과 성리학의 상관관계, 선비들의 은거와 현실참여, 현대사회에서 선비정신의 실현 방안 등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벌여 주목을 끌었다.

김성진 교수는 이여빈의 ‘시사잡록’과 ‘용사록’의 기록에서 새로이 발견된 내용들을 중심으로 이여빈의 학맥을 재구성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임태홍 연구원은 “정지성의 환곡론과 치수론의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분석이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보다 훨씬 예리하다”면서 “정지성의 실학정신과 정약용에 미친 영향 관계 등에 대해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형성 교수는 “임진왜란 시기에 포로로 잡혀갔다가 탈출해 그것을 기록으로 남긴 권두문의 실천정신이 영주 지역민들의 문화적 자긍심 고취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박영호 교수는 토론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면서 “선비의 고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학의 학술연구를 적극 지원하는 영주시와 토론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높은 관심을 보인 지역민들에게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학술대회 말미에서 불편한 몸으로 토론을 지켜보던 윤사순 교수가 현재의 학자들에게 경고하는 듯 미래를 두려워하며 연구하고 실천할 것을 요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동양대 한국선비연구원(원장 정범진)은 올해 ‘영주선현문집 번역사업’을 공모해 심의한 결과 권성오의 ‘동암집’과 서간발의 ‘봉해첩’을 최종 선정해 번역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를 올해 말에 번역 출판하고 내년도 학술대회에서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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