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다

한국에서, 영주에서 살기를 선택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 결혼 전과 후, 최소 두 국가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 피부로 느낀 영주는 어떠한 곳일까. 정착단계부터 영주의 변화를 바라봐 온 그들에게 물었다. [편집자주]

▲이자스민 씨

공감대로 소통하는 다문화가족 힘 얻고
어린아이 안전시설과 놀이터 생겨나길

▲낯선 땅, 가족이 힘
가흥2동에 사는 이자스민(32)씨는 필리핀 수빅시가 고향이다. 대학을 다니던 그녀는 2008년 한국에서 온 한 남자를 만났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던 누나를 돕기 위해 왔다는 그는 소통이 어려워 영어를 배우려고 그녀가 다니는 대학에 입학했단다.

“학원이 없어 사업도 배우고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호텔매니지먼트학과에 들어왔다고 했어요. 처음에는 같은 과 친구였죠. 남편은 잘 생기고 훤칠해 학과 내에서 인기가 많았어요. 영어를 가르치고 공부도 도우면서 연인사이로 발전했어요”

캠퍼스 커플로 1년여를 연애하고 2009년 그들은 필리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필리핀 음식을 먹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시누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함께 시장도 같이 보고 매주 반찬도 만들어줬다고. 첫 아이를 임신해서는 시누이 집에서 1년간 함께 살았다. 그렇게 필리핀에서는 큰아이도 낳고 3년여를 살았다.

▲영주에서 살아가기
남편이 필리핀에서 정착하기 위해 자주 물었던 것은 ‘시내가 어디냐’였단다. 2012년 영주에 정착한 그녀가 남편에게 자주 묻던 것도 같은 말이다. 낯선 땅에서 살아가기 위해 가졌던 마음을 공감하기에 서로의 어려움도 가장 잘 알아준다.

현재 그녀에게는 9세, 5세 딸과 두 살 난 아들이 있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웃음부터 피어나는 그녀, 한국에 정착하면서 뒷 이야기를 풀었다.

“한국에 와서 둘째를 임신했어요. 낯선 곳에서 육아와 입덧으로 힘이 들어 친정 엄마가 한국으로 왔어요. 필리핀에서는 임신 때 녹색의 덜 익은 망고를 많이 먹는데 그것이 너무 먹고 싶었지만 영주에는 없어 참아야만 했지요”

낯선 영주, 입덧에, 회사일로 바쁜 남편을 돕는 일에, 큰딸 어린이집 보내기에, 둘째 임신 당시를 떠올리면 바쁜 일상과 심적으로 어려웠던 일들이 떠오른단다.

“큰딸이 3살 때까지 말을 못했어요. 필리핀에서 살면서 한국어, 영어, 필리핀어 등 각기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주에서 어린이집을 가면서 일주일 만에 한국말을 잘 하게 됐어요”

불편한 언어는 영주에 오고 한 달 후쯤 다문화센터를 방문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큰딸이 어린이집에서 처음 한국어 배울 때 ‘나무’글자를 배워왔는데 자신은 몰랐단다. 이후 아이가 더 먼저 언어를 알게 되면서 모녀관계가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고. 그때마다 남편이 중간역할을 잘 해줘 고마웠단다.

그녀는 가장 고마웠던 일에 대해 아이를 낳을 때 많은 도움을 준 필리핀 친구 김지연, 조벨린 마르잔을 떠오른다고 했다. 다문화지원센터를 통해 알게 된 그녀들이 무척 고마웠단다. 만약 다문화지원센터가 없었다면 어려울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 곳이 없어 막막했을 것이란다.

“현재 영주에는 필리핀 사람들이 5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아요. 그중에 절반을 알지만 친구는 5명이죠. 자주 만나 필리핀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지금 아이에게 두 가지 언어를 천천히 가르치고 있어요. 두 가지 문화를 알게 하기 위해서죠. 아이와 함께 다문화지원센터에서 이중언어를 각자 또는 함께 배워요. 큰딸이 언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해요”

▲이런 것이 좋아요
영주에서 6년여를 살아가는 그녀, 만족스러운 것, 더 바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영주에서 먹은 음식 중 삼계탕이 가장 맛있어요. 설렁탕도 좋았고요. 지금은 삼계탕용 재료를 사서 집에서 끓여 먹고 필리핀과 한국음식을 함께 만들어 놓죠”

그녀는 필리핀보다 한국이 좋다고 말한다. 필리핀에는 오후 5시 30분까지 학교에 머물고 학원이 없단다. 아직까지 공부보다는 친구를 사귀는 시간인 것 같다며 그녀는 아이가 좋아하는 방과후 프로그램만 참여시킨다.

“아기잖아요”라며 말하는 그녀는 한국이 교육환경은 좋지만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쉴 시간이 없는 것 같아 안쓰럽다고 했다. 그녀의 가족은 놀이공원보다는 시골처럼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 아이들 성격에도 도움이 된단다.

필리핀에서는 집 주변에 미국, 일본 등 외국사람들이 많은 곳에 살아 한국에서는 조용한 곳을 선택하게 됐다.

“봉화에 남편소유의 밭이 있어 자주 가요. 옥수수, 브로콜리 등 각종 야채를 심어 아이들과 돌보며 수확하죠. 남편과 나는 스트레스가 없고 마음 편하게 쉬고 조용하게 생각하는 공간을 좋아해요. 놀이동산에 가면 아이들이 장난감을 사달라며 울게 되고 안사주면 마음이 아프거든요”

이 때문에 조용히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옛날 모습이 있는 장소를 자주 찾는 그녀의 가족들은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을 찾아갔다. 가족과 함께 데크로드를 거닐었는데 좋았단다. 지난해 문정수영장은 아이들에게 좋은 여름놀이 장소였다고.

불편한 시선에 대해 그녀는 “아이가 3명이라고 하면 다문화 가족이라서 많다고 보거나 그런 시선을 느낄 때도 있다. 한국에서는 아이를 많이 낳으면 집에 돈이 많으냐고 말한다”며 “아이가 예뻐 낳는 것인데 개인적인 관심이 많은 것이 불편하다. 셋째 임신 때도 주변에서 놀래면서 힘들겠다고 말해 속상했다”고 말하면서 “난 너무 기쁜데...”라고 읊조렸다.

그녀의 바람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생기는 것이다. 봄이 되고 주말마다 자전거공원에 가는 그녀와 아이들은 그곳에서 친구를 만난다.

“자전거공원이 좀 더 안전하게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람이에요. 그리고 가족들이 영주에서 ‘재밌게,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윤애옥 / 김은아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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