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제출한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대하여 8대0 전원일치로 인용 판결하였다. 불행하게도 우리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그간 탄핵을 찬성하는 촛불 집회와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가 4개월 넘게 계속되었다.

의도는 각기 다르지만 참으로 많은 시민들이 겨울 찬바람 속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집회에 참석했다. 모두가 힘든 나날이었다.

민주주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있고 표현의 지유가 있다. 헌법 1조에 나타나 있듯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므로 국민은 자기의 정치적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있다. 국민의 의사를 표현하는 집회와 시위는 평화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일찍이 역사적으로 가장 훌륭한 시위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1919년 3.1혁명이 그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우리 민족의 시위는 오로지 태극기만 들고 만세를 부르며 우리나라가 자주적인 나라이며 독립된 나라라임을 세계만방에 알렸다. 3.1만세에 담긴 우리민족의 뜻은 ‘기미독립선언서’에 잘 나타나 있다.

유감스럽게도 태극기 집회에서 나온 말들은 자유의 경계를 넘어서는 위험한 면이 있었다. 촛불 집회에 나온 시민들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빨갱이라고 하고 빨갱이는 죽여도 좋다는 말도 했다.

합법적 절차에 의해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과 탄핵안을 심의중인 헌재 재판관을 깡패라고 하고 몽둥이맛을 봐야 한다고 위협했다. 탄핵 이후에는 취재 기자를 폭행하기도 했다. 폭력을 행사하거나 선동하는 행위는 시위가 아니라 나라의 법질서를 파괴하는 행패라 할 수 있다. 나라의 상징인 태극기를 흔들면서 나라를 부정하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

헌재가 인용 결정을 내림으로써 촛불 민심이 받아들여졌고 우리의 역사는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3월 10일 이후, 우리에게는 무능한 권력의 실정이 남긴 해결해야 할 수많은 정치적 문제가 남아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가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향후 17조 원 가량의 경제적 손실을 예상된다고 한다. 우리 경제의 파탄은 국민연금, 의료보험, 공무원 연금 등 국민의 생활과도 연계되어 있다. 민생이 위태롭다는 얘기다.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은 국민적 합의도 없었고 국방부와 외교부와의 합의도 없었다 한다.

그야말로 덜컥 합의한 것이다. 덜컥 저지른 것은 이뿐이 아니다. 위안부문제 합의, 개성공단 철수, 국정교과서 강행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실 사드는 우리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명분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응이라고 하지만 미국의 MD(미사일방어체계)체계의 한 부분이다.

그러므로 사드 문제는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문제다. 여기에 우리가 덜컥 끼어들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의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여 중국과 미국이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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