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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4-04-27 06:3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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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보따리

제목

밥 잘먹습니다

닉네임
희소테리
등록일
2008-07-24 14:24:43
조회수
2444
87년 여름 논산에서 훈련받던 시절

우리를 뒤집어지게 했던 그 사건...

입대후 무장해제 당하고 나체로 군의관 앞에서서

"00 이상무" 외치고 나면 왜그리 힘빠지고 앞날이 아득하기만 했던지....

드뎌 시작된 훈련.

땀 많이 흘리면 탈진한다고 친절하게 소금까지

먹여주는 조교를 필두로 우리는 구르고 또 구르고 젖먹던 힘까지 내야했다.

배는 왜그리 고프던지... 먹고 돌아서면 들려오는 내장 탈수소리...

사회에선 쳐다보지도 않았던 건빵은 왜그리 꿀맛이던지...

그중에 유난히 식탐을 하는 동기가 한 명 있었으니 ....

훈련시간 부족관게로 그리 충분한 식사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이 친구만은 조교의 얼차려와 구타에도 꿋꿋이 밥을 포기하지 않는

철저한 근성을 보여주었고 우리 또한 그 동기로 인해 육체적 고통을 당해야만 했다.

조교와 동기들로부터 원성과 지탄에 대상이었음에도 항시

웃음을 잃지 않았던 동기가 드뎌 우리를 포복절도시킨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당시 저녘점호 시간이면 어김없이 돌아가며 암기사항을 체크하고 미흡한 사람은

따로 집합시켜 잠도 재우지않는 가혹한 형벌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에 밥잘먹는 동기도 밥만 잘먹을 줄 알았지 암기사항에는 전혀 문외한이었으니...

아니 어찌보면 돌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3주가 지나고 4주가 시작된 어느날 저녘 점호시간...

이때쯤이면 조교도 포기할 만도 할련만 ....

그날도 밥잘먹는 동기 앞에선 조교 이것 저것 다 물어봤지만

오늘도 역시 꿀먹은 벙어리가 된 우리 동기....

조교에 혈압은 올라가고 안절부절하는 우리동기에다가

내무반은 긴장으로 터져나갈 것 같던 바로 그순간..

조교 입에서 포기 비슷하게 나온 한마디...

야~~ 너 뭐 잘해.

그때 난 내 귀를 의심했다. 힘차게 울리는 우리동기의 한마디...

"밥 잘먹습니다"

순간 내무반은 살벌한 점호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폭소의 도가니로 변해버렷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 버린 물 우리는 그밤 하염없이 연병장을 돌아야만 했다.

지금도 밥잘먹는 사람을 보면 그 동기가 떠오른다

hj아 잘있지. 보고싶다~~
<펌>
작성일:2008-07-24 14:24:43 210.192.6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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