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소수서원지(紹修書院誌)」가 발간되었다. 1543년 신재 주세붕 선생이 백운동서원을 창설하고 다음 해에 서원의 창설 배경과 과정 등을 수록한 「죽계지」를 편찬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지로 공인받았다.
이후 오랫동안 소수서원지가 편찬되지 못하다가 2007년 두 번째 소수서원지가 발간되었고, 16년이 지나서 세 번째 소수서원지가 발간되었으니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발간된 「소수서원지」 뒷부분에 있는 발문이나 편집후기를 보면 그 편찬의 방향성을 알 수 있으며, 전체 내용을 읽어 보더라도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원지를 만들겠다는 방향이 흩트림 없이 이행되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사실이지 2007년 발간된 「소수서원지」를 처음 받았을 때 두 권으로 된 두꺼운 책에 읽어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언젠가는 필요할 날이 있겠지 하며 미뤄두었다.
이번에 「소수서원지」를 받고 반가운 마음에 몇 장을 읽는데, 한문에 어둡고 고문서에 익숙하지 못한 필자로서도 그냥 술술 읽히기에 스스로 놀라며 정독하였다. 이런 부류의 책들이 쉽게 범할 수 있는 자료의 나열이 아니라 나름의 체계와 관점을 가지고 자료를 분류하고 취사선택하여 구조화해서 요즘 독자들이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역력했다.
「소수서원지」 발문에 수록한 것과 같이 첫 번째 서원지는 명실상부한 서원지라고 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고, 두 번째 발간된 서원지는 자료를 거의 망라하여 모아놓은 자료집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자료집의 한계를 벗어나 서원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 누구나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설명을 한 서원지가 되도록 하자는 발의가 있어 세 번째 서원지를 발간하게 되었다고 했다.
편집후기에서는 이를 더욱 구체화하여 설명하였다. 대중들이 소수서원의 역사와 현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모두 해설 형식으로 서술하였으며 원문 인용은 이해를 위하여 꼭 필요한 경우로 한정했다. 내용은 가장 단순명료하면서도 내용상으로 서원의 역사와 현황을 개괄할 수 있도록 편찬하였고, 창건과 배향 인물, 입지와 건물 배치, 제향, 강학, 문화유산, 운영, 현대 서원의 활동 등 총 7장과 부록으로 구성하였다.
지금까지 우리 지역에도 옛 기록을 정리하고 편집한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료나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료를 한 책으로 묶어서 쉽게 찾아서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에 상당수 책이 자료집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해서 안타까운 면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니 사료를 쉽게 읽어낼 수 없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이번에 발간된 「소수서원지」는 서원지의 전범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사료를 어떻게 대하며 정리하고 체계화시켜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사료를 해석하고 분석하여 체계화시켜 사료는 사료대로 충실하게 접근하되 그것을 체계화하여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한문으로 된 사료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도 접근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요즘에는 소수서원 학자수림에서 음악회를 열어 세계유산의 가치를 시민과 공유하면서 시민들과 친근감 있게 유대하며 공감하는 작업을 쉬지 않는다. 영주향교에서는 퓨전 국악 공연, 해금과 바이올린 합주 등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 위하여 애쓰고 있다.
이들 음악회는 지금까지 거리감을 느꼈던 서원이나 향교를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때에 발간된 「소수서원지」니 뭔가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과 함께 단순한 전범을 넘어 하나의 지평을 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