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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184] 무섬에 들렀다가 하회를 가다

2025. 10. 16 by 영주시민신문

이번 추석 명절에는 무섬마을에 들렀다가 하회마을을 갔다. 무섬이야 자주 들리는 곳이지만 하회마을을 찾은 것은 10년이 족히 넘었다 그 무엇보다도 무섬과 하회를 묶어 여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출발하면서 마음이 설렜다. 무섬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이라고 하고 하회는 물이 돌아간다는 뜻이니 물돌이 마을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곳 모두를 한 번에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의 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하회마을은 2010년 한국의 역사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풍산류씨를 집성촌으로 하여 조선 초기 전형적인 씨족 마을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자연경관과 전통 건축, 유교적 생활양식을 밀접하게 결합해 마을이 형성되었다. 낙동강이 마을을 S자 모양으로 돌아가면서 마을 건너편 부용대에서 보면 마을이 낙동강에 연꽃처럼 떠 있는 모습이라고 하니 그 아름다움이 짐작이 간다. 무엇보다도 마을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유교적인 이상도 돋보인다.

하회마을을 말할 때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빼놓을 수가 없다. 마을의 안녕과 풍년 농사, 공동체의 번영을 기원하는 탈놀이이기도 하지만 웃음과 해학, 풍자의 멋스러움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승려, 양반과 선비, 남성 중심의 사회적 질서를 비판하고 풍자한 내용은 어느 가면극보다 더 신랄하고 날카롭다. 거기에다가 걸쭉한 안동 사투리는 시대를 넘어서 살아있는 현재의 언어로 우리에게 자긍심을 더하고 있다.

무섬마을은 하회마을에 비해서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다. 하회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고 무섬마을은 국가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소백산에서 흘러내린 서천과 태백산에서 흘러온 내성천이 만나서 무섬을 돌아나가면서 아름다운 무섬마을을 이루었다. 반남박씨 박수 선생이 입향하여 터전을 닦았고 선성김씨 김대 선생이 입향하면서 두 가문의 집성촌을 이루게 되었다. 아도서숙을 설립하여 농민 계몽, 민족교육 및 독립운동을 하여 선비정신의 맥을 이었다.

무섬마을에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게 두 가지 있다. 먼저 옛것을 어디보다 잘 지킨다는 것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서 옛것을 보존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잘 꾸민 식당이나 가게가 없어서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옛것을 지키려는 마음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고택이나 까치구멍집 주변으로 피어 있는 꽃도 맨드라미, 코스모스, 봉숭아, 백일홍 등으로 우리가 어릴 때부터 친근하게 봐 왔던 꽃들이다.

무섬마을에는 외나무다리가 있어서 고요한 내성천 흐름과 함께 고즈넉함이 있다. 어쩌면 무섬의 전통과 문화를 뛰어넘을 수 있는 현재 무섬의 의미이다. 무섬에 오는 사람들은 그 맛을 즐기기 위해서 온다. 그러니 무섬에서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외나무다리를 건너보고 모래사장을 걸으면서 무섬의 맛에 빠져들면 그만이다. 삶의 깊이로 이어지는 그 고즈넉함만이 무섬을 흐른다. 어쩌면 하회마을과 가장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얼마 전, 시 <무섬 외나무다리에 앉아>를 퇴고했다.

“무섬에 날이 저문다/ 저무는 하루를 따라/ 노을은 묵시가 되어 물을 따라 흐른다/ 둥근 어깨를 기대고 외나무다리에 앉아서/ 우리네 인생도 여기까지 왔다/ 올 겨울이 지나면/ 내성천 저 언저리 어딘가로 비켜설/ 지나온 시간처럼 굽이진 다리/ 어제처럼 보낸 하루에 감사하며/ 이미 강이 된 세월 앞에 옷깃을 여민다/ 바람처럼 펄럭이던 옷자락은/ 잠잠한 바람에 고요하고/ 이제 저 시간 깊은 곳을 걸어가야 하는 것은/ 은빛마저 버리고 저녁으로 흘러가는/ 거룩한 고즈넉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외나무다리에 앉아 있노라면/ 사랑도 저만큼 떨어져 더하지 않고/ 이별도 삭아서 마음을 가리지 않는다”

무섬은 누가 뭐라고 해도 고즈넉함에서 우러나는 삶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무섬을 지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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