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이 바로 앞입니다. 늘 그랬듯이 불원천리를 마다하고 고향을 향합니다. 전국적으로 워낙 움직이는 분들이 많아서 셀렘의 크기만큼이나 고생스러움도 작지 않은데, 그것을 마다하지 않고 고향을 찾아오는 분을 보면 대단하다 싶습니다. 올해도 고향 영주에 오셔서 가족들과 따뜻하고 정겨운 추석 명절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한가위 보름달만큼이나 가족 간의 사랑과 정이 풍성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에도 영주에 오시게 되면 영주를 한 번 쭉 둘러보시면 좋겠습니다. 처음 영주를 찾을 때는 관사골 위에 있는 부용대를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부용대에 오르면 영주의 역사가 한 눈에 보입니다. 소백산 자락에 있던 집들이 점점 들판으로 내려가고, 1941년 중앙선이 개통 되면서 영주역이 생기고 주변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원도심이 발전하게 되면서 영주가 팽창합니다. 1961년 영주의 대홍수로 서천의 물길이 바뀌고 1967년 영주역이 신영주로 가면서 원도심, 구도심이 생기고, 가흥 택지로 신도심이 구성되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부용대에서 내려와서는 영주 사람들이 사는 시장을 한 번 둘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중앙시장과 365 시장이 붙어 있으니 한 번 방문하여 음식도 장만하고 배추적도 사서 먹어 보면 옛날 생각이 납니다. 옛날에 고추시장이 있던 후생시장은 도시재생이 되어 원형을 복원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영주역사체험관에도 둘러보시고 광복로를 중심으로 근대역사문화거리도 거닐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원도심에 있는 유명한 가게들도 검색하여 들러서 이것저것 먹어 보는 것도 영주의 명절을 잘 보내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부석사 무량수전에 오르는 것도 참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무량수전을 오르는 계단이 대략 108개가 있다고 하니 인생을 살아가는 고뇌의 숫자이기도 하지요. 무량수전은 극락정토를 의미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분들은 무량수전을 오르면서 사색하거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소백산정을 바라보면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무량수전 동쪽에 있는 3층 석탑에서 무량수전의 처마를 넣고 안양루와 소백산정을 배경으로 온 가족이 사진을 찍어보면 그것 또한 환상적입니다.
부석사에서 내려오다가 소수서원, 선비세상, 선비촌을 둘러보면서 영주의 정신세계를 구축한 옛 성현들을 떠올려보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회헌 안향, 신재 주세붕, 퇴계 이황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성리학을 도입하고 성리학을 조선의 최고 학문으로 발돋움시키고 서원을 세워 현장에서 성리학을 설파한 우리나라의 어른들을 깊이 있게 대면하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선비세상이나 선비촌을 들러서 다양한 체험을 해 보는 것도 좋으며, 죽계구곡이나 소백산자락길 중에서 초암사에서 달밭골에 이르는 1자락길을 걸어보는 것도 부담이 없습니다.
구학공원에는 삼판서고택이 있습니다. 원래 구성산성 아래에 있던 집을 이전 복원해 놓았습니다. 삼봉 정도전의 생가이기도 한 집이라서 조선을 디자인하고 한양을 설계한 분이니만큼 영주에 오면 거대한 그분의 행적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을 듯해요. 삼판서고택에는 정운경, 황유정, 김담 세 분의 판서가 연이어 거주한 곳인데 정운경은 정도전의 부친으로, 특히 무송헌 김담은 세종조에서 천문, 역법, 수학, 지리 전반에 걸쳐서 뛰어난 관료이자 학자였으니 삼판서고택에서 조선의 역사를 거슬러 보는 것 또한 가슴 설레는 일일 것입니다.
지난 시간을 성찰하고 싶은 사람은 무섬을 찾아가면 좋습니다. 고요히 흐르는 내성천 물결을 바라보며,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는 외나무다리에 앉아서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서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봅니다. 무섬은 누가 뭐라고 해도 분위기의 고즈넉함이 압권입니다. 모래톱을 밟으며 맨발 걷기를 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무섬과의 만남은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멋과 맛이 있습니다. 이렇게 영주에는 역사가 있고 사상이 있고 성찰이 있습니다. 물론 먹거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고향 오신 김에 영주를 한번 쭉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