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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182] 소백산 품에 사는 게 복입니다

2025. 09. 20 by 영주시민신문

영주는 태풍이나 폭우로 어려움을 당한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다. 물론 1961년 영주 대홍수와 같은 기록도 있고,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단산 좌석에 엄청난 비가 내려 많은 인명 피해를 당한 경우가 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그래도 피해가 적다. 영주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모든 게 소백산 덕분이라고 말한다. 소백산이 태풍도 막아 주고 많은 비도 소백산을 넘기 전에 소백산 서쪽이나 북쪽에 내려놓는다는 것이다.

소백산은 백두대간 중추부에 위치하며 북쪽으로는 연화봉, 비로봉, 국망봉이 있고, 죽령에서 북서쪽으로 굽어서 도솔봉, 묘적봉이 위치하여 영주를 거대한 낫 모양으로 감싸고 있다. 영주는 산악 고원 지대에 위치하며 서북으로 긴 산맥과 다양한 분지·계곡이 발달해 있는 소백산맥의 하류 평지에 자리하고 있다. 하늘에서 본 영주와 소백산의 구도를 상상하면 산과 도시의 어울림이 그 어느 도시보다 환상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태풍은 주로 남쪽이나 서쪽 해안에서 북상하는데, 소백산맥은 고도가 높고 능선이 길게 뻗어 강한 바람과 수증기를 막아 주는 효과가 있다. 산악지형은 남쪽에서 유입되는 비구름, 태풍이 급한 고도를 넘으며 많은 수분을 산간 지역에 떨어뜨려, 실제 영주 도심까지 진입하는 폭우의 양은 줄어든다. 소백산을 넘는 바람도 힘을 잃거나 방향을 바꿔 영주 쪽으로의 태풍 피해가 아무래도 적을 수밖에 없다. 소백산 능선이 많은 것을 차단해 준다.

소백산의 겨울바람은 매우 강하고 차가운 편으로 유명하다. 특히 비로봉 일대에서는 겨울철 평균 풍속이 초속 15m 이상으로, 체감 온도는 영하 40도에 이를 정도로 혹독한 바람이 분다. 그래서 소백산 능선에 부는 바람을 칼바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같은 비로봉이라고 하더라도 단양 쪽은 엄청난 칼바람이 몰아치는데 비로봉에서 삼가동으로 내려오는 계단을 세 계단만 내려와도 바람이 없고 한없는 따듯함을 느낀다.

지금도 어렸을 때의 홍수가 나던 기억이 생생하다. 단산면에서 사천리로 내려오는 시내의 이름은 사천(沙川)인데 좌석리 일대 고지대와 고치령에서 발원하여 흘러서, 순흥에서 흐르는 죽계천과 만나는 하천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렇게 넓은 하천이 아니어서 평소에는 그냥 발목까지도 차지 않은 얕은 하천이다. 그런데 큰비가 오면 사천의 물이 불어나서 하천 둑이 터지는 것은 물론이요, 큰물을 따라 과일, 쓰레기, 심지어 돼지도 떠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요즘 들어서 사천은 물론이고 죽계천이나 남원천에도 홍수가 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소백산 자락에 설치된 저수지 때문이다. 풍기에서 달밭골로 들어가는 곳에 삼가저수지가 있다. 순흥 배점에는 순흥저수지가 있고 단산에도 단산저수지가 있다. 봉화군이기는 하지만 물야 오전약수탕 가는 쪽에 오전저수지가 있다. 소백산 인근 저수지들은 주로 농업용수 공급, 생활용수 제공, 홍수 조절, 그리고 지역 생태계 보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소백산이 고맙다. 시적으로 표현하면 소백산은 원래 큰 산맥으로 비바람을 막아 주며 영주 사람들을 보호하지만 자기의 몸을 해치고 희생하면서까지 산자락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지켜준다. 천둥이 치고 큰비가 내릴 때는 온몸으로 비를 막고, 태풍이 몰아치면 거대한 몸을 세워 태풍을 막아 준다. 자락마다 저수지를 내어 일 년 사시 동안 적당한 양의 물을 사람들에게 공급한다.

영주 사람들은 소백산 품에 안겨 사는 게 큰 복이다. 이 산이 주는 풍요로움과 보호를 몸소 느끼며 살아간다. 태풍과 폭우를 막아서 영주 일대가 자연재해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생태적으로도 풍부한 자원으로, 멸종 위기종인 토종 여우와 다양한 식물들이 서식하며 지역 생태계를 지켜준다. 소백산 자락에는 이름있는 절이 아름답게 자리하고 유학의 메카라고 불릴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소백산은 그냥 산이 아니라 영주 사람들의 삶이요, 정신이요, 영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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