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318] 독립운동과 광복전쟁 사이 <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 오피니언 < 큐레이션기사 -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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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호의 문화확대경

배용호(前 영주교육장)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318] 독립운동과 광복전쟁 사이

2025. 08. 29 by 영주시민신문

대한민국이 광복 80주년을 맞았다. 그러니 그 이전의 광복·독립운동은 대부분 100년을 넘겼다. 참으로 암울한 시기의 위험한 기억들이었다. 그런데도 그 시절 국내외 항거 단체들이 왜 하나로 단합하지 못했냐는 어설픈 손가락질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네들이 광복 행사에 한마음으로 나서질 못해 국민의 손가락질을 돌려받고 있다고 한다.

법률에 규정된 4대 국경일에는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이라고 절(節) 자를 붙인다. 모두 건국과 관련되고, 개천절을 제외하면 모두 일제 식민통치를 벗어나는 일의 연장선에 있다. 그런 국경일 중 국경일이 광복절이다. 본래 절(節)은 황실 구성원의 탄일이나, 왕조의 창건일 등에 붙이는 최고위의 호칭이었다. 북한도 태양절이 최고 명절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경절에 ‘광복절’은 있어도 ‘독립절’은 보이지 않는다. 주권을 찾음에 있어 해방(解放)‧독립(獨立)‧광복(光復)이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역사적 맥락에서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해방’은 타동사이기에 ‘놓아주어 자유롭게 한다’는 피동의 의미가 강조되어 선열들의 적극적인 항거와 투쟁의 결과가 왜곡된다. 더구나 능동적으로 풀어놓아 줄 의사가 전혀 없었던 일제였던 만큼, 해방이라는 용어는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독립이냐 광복이냐를 두고는 설왕설래가 길다.

‘독립’은 스스로 일어선다는 뜻이 담겨, 다른 나라의 지배나 간섭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하고, ‘광복’은 말 그대로 빛을 되찾는다는 뜻으로, 주권의 독립으로 잃었던 영역을 모두 회복한 상태를 의미한다. 즉, 독립은 우리나라가 원래부터 일본의 속국이었다가 한 나라로 인정받았다는 말이 되고, 잠시 일본에게 주권을 빼앗겼던 일에는 광복이라는 용어가 타당하다는 논리이다. 그래서 독립기념관이 아니라 ‘광복기념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여간 당시의 지식인들은 용어에 상관없이 어떻게든 조국을 되찾아야겠다는 일념으로 국내외에서 광복운동을 활발하게 펼쳤다. 당시의 상황은 평화적 시위가 아니라 정면충돌에 의한 광복 쟁취가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수많은 선열들이 혹한의 만주벌에서 풍찬노숙하면서 오로지 조국을 되찾기 위한 일념으로 투쟁을 했다. 그래서 이들의 항거를 스스로 독립전쟁으로 불렀다.

그러나 우리 국경일에는 ‘독립절’이 없다. 매년 8월 15일이 되면 해방이든, 독립이든 거국적인 광복 기념행사를 펼친다. 엄격히 따지면, 광복절은 독립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란다. 그러함에도 대부분은 광복절에 독립 기념행사를 펼친다. 1945년 8월 15일에 한반도가 맞이한 것은 독립도 광복도 아닌 어정쩡한 해방이었다.

이후 3년간 미 군정 통치기를 거쳐 1948년 8월 15일, 38°선 이남에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 이날이 대한민국의 광복절이라는 뜻이다. 그동안은 온전한 주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복절에 건국절 행사가 동행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기미는 별로 없고 모두가 자로 잰 듯한 독립절 행사 일색이다.

일제강점기 국권 회복 운동가들은 스스로를 ‘독립운동가’라고 자칭하고 다녔다. 실제로 국민 모두는 독립운동이라는 용어에 훨씬 더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그들의 행위는 ‘독립운동’보다 ‘광복운동’에 훨씬 가깝단다. 북한도 8월 15일을 ‘조국해방기념일’이라 하여 우리와 마찬가지로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독립운동이라 하지 않고 ‘항일운동’이라고 칭한다.

당시의 광복운동은 국내보다 만주를 중심으로 한 국외에서 더욱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만주에서 만들어진 대한독립단을 비롯하여 한국광복군 등 많은 항일단체가 자발적으로 생겨나 광복전쟁을 펼쳤다. 국내에서 최초로 결성된 항일 무장단체는 대한광복단(大韓光復團)이다.

유구한 독립국인 대한민국이 일제에게 일시적으로 주권을 강탈당했다가 다시 찾은 광복을 독립이라고 축소할 수 없다는 외침이 일고 있다. 그래서 9월 1일 13:00 국회에서 펼쳐지는 대한광복단 학술회의의 부제(副題)가 <독립운동에서 광복전쟁으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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