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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김신중의 영주 톺아보기 [174] 폭염, 서천의 아침 풍경

2025. 07. 18 by 영주시민신문

아침 6시 집을 나서 서천 둔치로 나간다. 이미 서천은 잠에서 깨어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활력이 넘친다. 언제 잠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서천의 아침은 다양한 운동과 소통으로 가득 차 살아 있는 공간이 되었다. 이곳을 찾는 시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건강을 가꾸고,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한다. 아침 서천 둔치에는 불볕더위란 말은 없다. 여기에다가 서천의 물과 소나무와 어우러진 벚나무의 푸르름은 아침의 활력을 더한다.

서천 둔치 산책로와 자전거도로에는 조깅, 걷기,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조깅하는 이들은 일정한 속도로 둔치를 따라 달리고 천천히 걷기를 반복하면서 숨을 고른다. 걷기는 서천의 가장 대표되는 풍경이다.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걷기도 하고 빠른 걸음으로 걸을 때 얼굴 전체에 생기가 가득하다. 자전거를 타면서 라이딩을 즐기는 시민들도 꽤 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신체 건강을 챙기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아침의 상쾌함을 만끽한다. 둔치 곳곳의 벤치에는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

서천 하면 강변길에 설치한 벤치를 빼놓을 수가 없다. 이 벤치들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나누고 공감하는 작은 광장이다. 벤치에 예쁜 색깔로 그림이 그려져 있어 더더욱 따듯하다. 아침 햇살과 산들바람, 그리고 소소한 대화 속에서 서천 둔치는 하루의 평화와 활기로 가득하다. 바쁜 아침 시간이지만 잠시 짬을 내어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풍경이 정겹다. 서천의 아침에는 아직은 사람이 살만하여 소소한 여유가 어우러져, 삶의 건강함이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살아 있는 풍경이 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게 서천 둔치에 조성된 파크골프장이다. 이른 아침부터 동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어쩌면 삼삼사사(三三四四)가 맞다. 주로 네 명이 함께 하지만 가끔은 세 명으로 팀이 이루어지는 때도 있으니. 이들은 대부분 60~70대의 장년층이지만, 어쩌다 젊은 세대도 눈에 띈다. 샷을 날릴 때의 경쾌한 타격음, 그리고 “나이스 샷!” “아깝다!” 하는 외침이 이어진다. 운동을 마친 이들은 오늘의 명장면을 곱씹으며 웃음꽃을 피운다. 파크골프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이웃과의 우정과 건강을 함께 챙기는 소중한 일상이 된다.

서천 둔치의 한쪽에는 아침마다 음악이 울려 퍼진다. 아침 6시가 되면 벌써 율동은 최고조에 이른다. 바로 에어로빅 동호회가 펼치는 야외 운동이다. 대부분이 여자들로 이루어진 모임에 강사의 구령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빠른 템포의 음악이 흐르면, 모두가 박자에 맞춰 팔을 뻗고, 다리를 들어 올리며 리듬을 탄다. 에어로빅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이 결합하여, 전신의 근육을 고루 사용한다. 참가자들은 땀을 흘리며 동작을 반복하지만, 그 경쾌함에서 더위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파크골프장 맞은편에는 그라운드골프장이 있다. 넓은 잔디밭에서는 그라운드골프를 즐기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파크골프를 즐기는 사람보다는 숫자가 적지만 각자 자기만의 스윙 자세로 경기에 임할 때는 사뭇 진지하다. “잘했어!” “조금만 더!” 같은 격려가 오가고, 때로는 실수에 겸연쩍어하는 모습도 멋지게 보인다. 그라운드골프는 걷는 거리가 짧고, 규칙이 단순해 체력 부담이 적다. 운동을 마친 후 건강 상태를 서로 챙기고, 가족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라운드골프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어르신들의 사회적 연결망이자 삶의 활력소다.

일기장에 기록하고 싶을 만큼 유난스러운 올 불볕더위다. 전국 곳곳이 기온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이라고 한다. 특히 한낮의 아스팔트는 불판처럼 달아올랐고, 공기는 뜨겁게 달궈져 숨을 들이쉴 때마다 뜨거운 기운이 훅훅 나오는 것 같다. 밤에는 열대야로 깊이 잠들 수가 없어서 왠지 몸이 말라가는 듯하다. 대낮의 폭염에 비하면 서천의 아침은 그렇게 평화로울 수 없다. 서천만이 아니라 이러한 평화로움이 우리 삶의 어딘가엔가 숨어서 우리에게 에너지를 공급하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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