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영주시민회관 공연장에서 한국국악협회 영주지부가 주최한 ‘2025 풍류-創新(새로움)’이 공연되었다. 올해 처음 국악협회에서 소개한 대취타를 시작으로 실내악 합주, 정악 합주, 해금 독주, 단소·대금 재주, 단소 독주, 경기민요 순으로 공연하였다. 전체적으로 정통 국악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지만, 단순한 재현에 머물지 않고 ‘새로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중성과 지역성을 아우르는 시도를 선보였다.
‘풍류-創新(창신)’이라는 공연 제목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내포한다. ‘풍류’는 우리 전통음악이 지닌 멋과 흥, 그리고 조화로운 삶의 태도를 상징한다. 반면 ‘創新’은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도전 정신을 의미한다. 출연진 대부분이 영주 출신 예술가들로 구성되어, 지역 문화의 자긍심과 공동체적 가치를 한껏 드러냈다. 이번 공연은 이 두 가치가 어떻게 아름답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무대 위에서 보여주었다.
첫 무대를 장식한 것은 영주소백취타대에서 공연한 대취타였다. 대취타는 왕실이나 군대의 공식 행사에서 연주되던 당당하고 장엄한 곡이다. 전통 복장을 갖춘 연주자들이 등장해, 관객들에게 마치 조선시대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생생한 감동을 선사했다. 지금까지의 국악협회의 연주곡과는 달리 웅장하면서도 역동적인 음악에 새로운 감동을 선사했다. 공연장의 한계가 있어 대형을 이루며 움직이는 역동성은 없어 아쉬웠지만 연주자들의 노력이 돋보였다.
이어진 정악 합주와 해금 연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악 합주는 궁중음악의 대표적인 곡으로, 고요하고 우아한 선율이 특징이다. 해금 연주에서는 해금의 맑고 애절한 음색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특히 우리에게 친숙한 고향의 봄과 영화 OST ‘인연’ 등 우리에게 친숙한 선율을 국악적으로 변주해 연주함으로써, 해금 특유의 애절하고 감성적인 소리가 곡의 분위기를 한층 더 깊게 아련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출연진 대부분이 영주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지역 인재를 기용했다는 의미를 넘어, 국악협회의 문화적 저력을 보여준다. 사실 국악은 매우 전문적인 분야로서 지방 예술가들로만 단원을 편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지역의 예술가들이 등장하여 자신만의 색깔로 국악을 재해석하면서 여기에 대중성을 더하여 지역민들에게 친숙하게 접근한다는 것은 가치가 있었다.
국악은 때때로 어렵고 낯선 예술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이번 ‘풍류-創新’ 공연은 국악이 충분히 대중적이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임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국악이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때, 그 예술적 가치는 더욱 빛난다. 영주지부의 이번 공연은 국악이 결코 박물관 속 유물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음악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아마 이런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도 어려운 일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이 된다.
‘풍류-創新’ 공연이 남긴 의미는 적지 않다. 지역 예술가들이 중심이 되어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감각과 대중성을 더해 새로운 국악의 길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앞으로도 영주지부를 비롯한 지역 예술단체들이 더욱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통해, 국악의 저변을 넓혀갔으면 좋겠다. 전문 국악인들의 공연에 국악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을 ‘재주’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세워 생활 예술을 포용하는 넉넉함도 있었다.
대중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국악은 다양한 장르와 협업하거나, 현대적 해석을 도입하는 등 창조적 변용이 이루어진다. 이는 전통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예술로 재탄생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 예를 들어, 퓨전 국악이나 대중음악과의 협업 등은 전통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된다. 전통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현대인의 감각에 맞는 변화를 시도할 때, 국악은 더욱 강한 생명력을 얻게 된다. 이제 첫발을 내디뎠으니 다음 행보의 새로움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