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309] 소수서원의 경(敬)자 바위 <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 오피니언 < 큐레이션기사 -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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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호의 문화확대경

배용호(前 영주교육장)

배용호의 문화확대경 [309] 소수서원의 경(敬)자 바위

2025. 04. 18 by 영주시민신문

소수서원 출입문 입구에 있는 경렴정(景濂亭)에서 마주 건너다보이는 경(敬)자바위 일대는 소수서원의 여러 경관 중에서도 경치가 가장 빼어난 곳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서원의 누각이나 정자는 담장 안에 마련되는 경우가 보통인데, 소수서원의 경우에는 경렴정이 담장 밖에 배치되어 있어 별스럽다. 그만큼 기절한 풍광을 찾은 뛰어난 재치라고 할 수도 있다.

이곳은 소백산이 속가슴을 풀어놓은 죽계천의 동구(洞口)에 해당하기에 미리부터 도교에서 칭하는 소위 동천(洞天)을 연상케 하는 ‘백운동’이라는 범상치 않은 지명을 소유하고 있었던 곳이다. 즉 백운동천(白雲洞天)의 신성스런 곳이라는 말이다. 이곳의 신비를 일찍부터 알아챈 소수서원 창건자 신재 주세붕의 관심은 이곳에서 더욱 특별했다.

서원과 향교를 상징한다는 은행나무를 양쪽에다 심고, 냇가 아스라한 언덕에다 날아갈 듯한 경렴정 정자를 지었다. 그리고는 건너다보는 바위에다 정성스럽게 「敬」자를 새겨넣어 이곳 풍광을 완성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이곳을 죽계구곡의 제1곡(백운동취한대)으로 추천함으로써 이곳이 일대의 최고 경승지임을 못 박았다. 때 묻은 현실을 벗어나 아름답고 순수한 자연에서 심신 수양과 강학을 통해 참된 본성을 찾고 성리학의 이상을 펼치려는 주세붕의 속뜻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 또한 이곳 일대로 보인다.

이런, 서원의 최고 경승지에다 유학이 최고로 숭상하는 「敬」자를 받드는 바위가 소위 경자바위인 것이다. 경렴정에서 마주 보이는 냇가에 앉은 바위이다. 「敬」자는 학문과 도(道)에 들어가는 관문이자 덕을 쌓는 중요한 기틀임을 우리는 안다. 따라서 「敬」자를 바위에 새긴다는 뜻은 이곳 유생들이 휴식을 취하는 중에도 학문을 위한 근본적인 마음가짐만은 내려놓지 않기를 바라는 주세붕의 염원이 진하게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주세붕은 백운동서원(소수서원)을 창건한 후 이 바위에 「敬」자를 새기고 “회헌 선생을 선사(先師)로 경모하여 서원을 세우고 후학들에게 학리를 수계(受繼)하고자 하나, 세월이 흐르게 되면 건물이 없어지더라도 경(敬)자만은 후세에 길이 전하게 되리라”하였다. 이어 주세붕은 “옛말에 ‘경은 구차함의 반대이니, 잠깐이라도 구차하다면 이것은 곧 불경이다’라고 하면서, 이는 실로 우리 회헌(안향)선생이 회옹(주자)과 부합되는 것이니, 더욱 새기지 않을 수가 없다. 사당은 비록 오래 보존되지 못하더라도, 이 글씨가 마멸되지 않는다면 1천 년 후에 이 바위를 일컬어 경석(敬石)이라 하는 것에 족하다”라고 바위에 글자를 새긴 뜻을 밝혔다.

「敬」을 성리학에서는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여 흐트러짐이 없다[主一無適]는 의미로 본다. 따라서 「敬」은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수양의 핵심이 되는 선비의 지침이며, 성인(聖人)으로 가는 지름길과 같아 『효경(孝經)』과 『맹자(孟子)』에서는 공경의 뜻으로, 『논어(論語)』에서는 삼가 근신하는 의미로 풀이하고 있다. 또한, 『서경(書經)』을 한마디로 함축한다면 「敬」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유학의 핵심 사상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공자는 『주역(周易)』에서 「君子 敬以直內 義以方外(군자 경이직내 의이방외)」 즉, “군자는 공경함으로써 안을 곧게 하고 의리로써 밖을 방정하게 해서 경(敬)과 의(義)가 바로 섬에 덕(德)이 외롭지 않다”며 ‘敬’과 ‘義’를 강조하였다.

다시 말하면, 「敬」자는 선비의 덕목을 나타낸 글자로, 공경과 근신의 자세로 학문에 집중한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주세붕은 「敬」이라는 글자 한 자를 바위에 새겨 남겼지만, 그 글자의 울림은 후세에 크고 영원하다. 더불어 안향을 공경하고 기리는 마음을 후대에 전한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한편, 풍수지리적 입장에서의 경자바위의 위치는 소수서원의 좌청룡 자리로 볼 수 있다. 옆에서 보면 ‘서원을 노려보는 호랑이 머리’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단다. 이는 풍수적 입장만으로 바라봤을 때는 ‘대흉’에 속하는 것이기에, 이를 비보(裨補) 하기 위해 ‘호랑이 입에 채운 무거운 자물쇠’가 바로 주세붕의 「敬」자라고 풍수학자들이 풀이하고 있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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