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문화관광재단에서는 선비세상, 선비촌,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을 각각의 테마에 맞춰 육성하고 체험형 K-문화 관광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선비세상을 ‘K-문화 테마파크’, 선비촌을 ‘민속역사 테마파크’,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을 ‘문화·교육 테마파크’로 설정하고, 각 시설의 정체성을 살려서 전통문화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콘텐츠로 관광객의 발길을 끌겠다는 야심 찬 전략을 세웠다 한다.
선비세상은 한옥, 한복, 한식, 한지, 한글, 한음악으로 구성된 6개 촌 중심의 체험 콘텐츠로 개편하고, 선비촌은 지난해 추진한 ‘안빈낙도’ 체험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해 문화와 여유가 살아 있는 민속 테마 공간으로 키우며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은 문화체험과 연수를 결합한 전문 교육형 관광지로 자리 잡을 계획이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관광 모델로 국내외 관광객에게 감동을 주겠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도 영주 선비 문화의 대표 격인 선비세상, 선비촌,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을 통합하여 기획하고 운영한다고 하니 이제야 바람직한 길을 가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지금까지는 이 세 곳의 운영 주체가 따로 있어서 통합은 꿈도 꾸지 못했을뿐더러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운영에 있어서 영주시로서는 많은 시민의 혈세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기에 보는 시민들로서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세 곳을 통합한다고 하니 운영 그 자체를 통합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재단에서 통합하려는 것은 이미지나 브랜드의 통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선비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지근거리에 있으면서도 따로국밥처럼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합하여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가려고 하는 통합이니만큼 이런 노력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통합 그 자체가 능사는 아니다. 브랜드의 통합이라고 해도 통합은 통합이니만큼 나름대로 각 기관의 특수성을 잘 살리는 운영과 콘텐츠의 개발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미 지금까지도 각각의 특수성을 가지고 운영해 왔으니만큼 줄일 것은 줄이고 보탤 것은 보태어 특수성을 잘 살려 나간다면 무엇보다도 브랜드의 통합이 영주 시민이나 국내외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게 각인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통합 브랜드를 만들고 콘텐츠를 개발하여 운영함에 무엇보다도 선비의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선비라고 하면 영주 사람들부터 고리타분하다고 느끼면서 제발 영주에서 선비라는 말을 없애자고 강변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선비의 현대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놓으면 이것이 무슨 선비냐고 따지면서 전통적인 선비의 이미지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니까 영주는 선비라는 말에 대해서 이런 딜레마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선비라는 말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도 마찬가지로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 선비는 올곧은 정신을 지닌 지식인이자 공의와 정의를 실현하려는 실천가였다. 옛 선비들도 배움 그 자체를 중시했다기보다는 왜 배우는가를 고민했던 사람들인데 이런 선비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쓸모가 없다면 그것만큼 위험한 언어도단은 없는 것이다. 이런 선비의 의미라면 오히려 현대에서 추앙받아야 마땅하다고 하겠다.
그러니 현대적인 브랜드를 만든다고 하여 이런 선비의 모습이 희화화되어서도 안 되지만 옛날의 선비는 고리타분하니 무조건 현대적인 캐릭터만을 고집하는 것도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이 딜레마를 잘 극복할 수 있는 통합 캐릭터나 콘텐츠를 제작하고 통합 브랜드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쉬운 일은 아니니만큼 통합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에는 우리 모두가 참여하여 영주만의 새로운 감각과 정신을 가진 브랜드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정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모두가 인정하는 브랜드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