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대행 시대를 살고 있다. 대통령을 대행했던 국무총리가 탄핵 되고 경제부총리가 대행의 대행을 맡아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안정된 국정의 바탕에서 경제에만 혼신의 힘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모든 정치적 갈등을 껴안고 살얼음판을 걸어가고 있는 대행의 모습을 보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염려스러움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언론을 통해서 웃는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실의 상징을 읽는다.
영주도 시장이 궐위 되면서 부시장 대행 체제로 전환되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시장이 선출될 때까지 부시장 체제로 갈 수밖에 없으니 이런 우리 지역의 현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길이 고울 리 없다. 새롭게 결정하고 결단 내릴 일이 산적한 현실에 비추어 남은 기간이 아직도 1년 3개월이 되니 아무리 생각해도 짧은 기간은 아니다. 분초를 다투는 현실에서 1년간 대행 체제로 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시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영주로 봐서는 대행의 대행, 그리고 대행의 현실을 살아내야 한다. 우리나라도 트럼프의 관세 폭탄, 민감 국가 지정, 미국의 자국민 우선주의에 따른 산적한 과제로 많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영주시도 대행 체제로 1년 이상을 살아가야 하니 이모저모로 걱정이 된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가 더 긴장하고 마음을 모으지 못하면 쓰나미처럼 다가오는 어려움을 극복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 권한대행은 ‘영주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시민들에게 현재 상황을 투명하게 알리고 시정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며 시정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시정을 바라보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말이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안정화에 방점을 두다 보면 아무래도 시정을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고 그러자니 시정이 역동성을 잃어버릴까 염려도 된다.
이제 영주시정의 남은 1년은 아무래도 관료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띨 수밖에 없다. 주지하다시피 행정 전문가로 불리는 관료는 절차적 정당성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업무 처리 과정에서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여 안정성과 효율성이 있는 시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전문 행정가를 중심으로 시정이 운영되면서 조직이 안정되고 나름대로는 큰 변화 없이 차근차근 시정을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의사 결정 과정에 있어서 불필요하고 효율적인 절차를 중시하여 돌다리를 몇 번이나 두드리고 점검하다가 시기를 놓치는 결과가 있을 수도 있다. 융통성이 없는 절차와 복잡한 의사소통 구조로 인해서 시정이 경직될 위험성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직된 조직의 닫힌 구조는 당연히 창의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며 책임질 일은 도전하지 않는 현상도 나타날 것이다.
초대 인사혁신처장을 역임했던 이근명 처장은 「대한민국에 인사는 없다」라는 저서에서 벼룩과 코이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벼룩은 60㎝를 뛸 수 있는데 30㎝의 컵에 가둬 놓으면 28㎝밖에 뛰지 못한다는 것이다. 코어는 어항에 담아 놓으면 5~8㎝, 연못에 놓으면 15~25㎝, 강에서 자라면 1m 가량의 길이로 성장한다고 하면서 어항이 아닌 강에서 놀 수 있도록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대행의 대행, 그리고 또 대행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눈여겨 볼 대목이 아닌가 싶다. 뭔가 창조적인 일에 조금은 맹목적으로 도전하는 일은 안정적인 기조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마냥 돌다리만 두드리다가 정작 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60㎝를 뛸 수 있는 벼룩을 30㎝ 컵에 가둬 놔서도 안 될 것이다. 안정과 책임도 행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적재적소에 시정의 그릇을 올려놓을 적기 즉 타이밍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